[김창석의 도전인터뷰]
‘민주적 통제’유행어 낳으며 뉴스메이커로 떠오른 천정배 법무부 장관
“인권수사 관행 정착 중요… 인권의식 지닌 이들을 검찰 고위직으로”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한 불구속 수사 지휘 파동은 천정배 법무부 장관을 순식간에 뉴스메이커로 만들어놓았고, ‘민주적 통제’라는 유행어를 낳았다. 10월28일 오후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그를 만났다.
밖에서 보던 검찰과 안에서 보는 검찰이 다른가. = 별로 다를 게 없다. 검찰을 잘 안다. 검찰 출신은 아니지만 특별히 다르게 보이는 게 없다. 검사들은 책임감 있고 유능하고 탁월하다. 물론 밖에서 볼 때는 별것 아닌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까 의미 있는 게 있다. 올해 초에 생긴 법무부 감찰관 제도 같은 게 그렇다. 무척 유효한 제도다. 강 교수 사건 왜곡은 유감 넘어 분노! 여의도에서 일하는 것과 과천에서 일하는 게 다른 점은 있나.
= 여기가 훨씬 편하다. 잘 짜인 조직의 도움을 받는 것 아닌가. 기민하고 책임감 있는 조직이어서 어려움이 없다. 정치권에서는 의원들을 통제할 지렛대가 없다. 의원들을 설득하고 조정하는 게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검찰총장 내정자가 지방에 부동산을 사놓았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 인사청문회가 남아 있으니 자동적으로 검증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 교수 사건을 두고 장관께서 문제 제기한 핵심은 ‘검찰이라도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과 ‘공안사건에 대해서도 불구속 수사를 확대하라’는 것이었는데 토론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는가.
= 내용 면에서 보면 법치주의와 기본적 인권의 보장 문제다. 공안사건을 포함한 모든 사건에서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예외 없이 적용되고 실천돼야 한다는 것이다. 방식 면에서는 수사지휘권이 지극히 적법한 수단이다. 검찰에 대한 국민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생산적인 토론이 없지는 않았지만, 본질에서 벗어난 소모적이고 수준 낮은 토론이 많았다. 일부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명확하게 색깔론, 정체성 나아가서는 검찰의 독립성 등을 왜곡되게 인식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정략적으로 나와 정부를 공격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유감 정도가 아니라 분노를 떨칠 수 없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신뢰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국민과 검찰 구성원들이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국가 정체성을 이루는 소중한 가치들을 인식하고 실천하려는 의지를 가지게 됐다고 본다.
- 검사들 가운데는 “앞으로 장관이 총장이 마음에 안 들어서 교체하고 싶으면 지휘 한 번 하면 된다”는 식의 비아냥 섞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앞으로 또 수사지휘권이 행사될 가능성이 있나.
= 검찰이 장관의 수사 지휘를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법치주의와 기본권 보장 원칙을 잘 이해하고 발전시켜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지휘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실제로 검찰은 독립, 자율, 중립의 가치가 다른 어떤 기관보다 중요한 준사법기관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 점을 충분히 존중하겠다. 장관의 지휘권은 최후의 수단으로 유보돼 있다고 봐야 한다.
민주적 통제라는 측면에서 볼 때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에 이상적인 관계는 어떤 것인가.
= 검찰은 막강한 권력기구다.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대해 극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을 지녔다.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을 정도다. ‘통제받지 않은 권력은 악의 편이다’는 말이 있다. 유명한 말인데 누구 말씀인지 아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잘 썼던 말이다. 사법적 통제나 입법적 통제도 있지만, 거의 유일한 일상적이고 직접적인 통제 수단이 바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이다. 장관의 지휘권이 없다고 하면 대통령이 직접 통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휘권이 부당한 간섭의 통로가 돼서는 안 된다. 정당한 국가정책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행사하는 수단이 돼야 하는데 이번에 그렇게 했다고 본다.
검찰총장, 동기생들과 수평적 리더십 가능
이번에 정상명 검찰총장 내정자의 설득으로 사법시험 17회 동기생 검찰간부들이 검찰에 모두 남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는데 장관과 사전 논의가 있었나.
= 원론적으로 보면 동기들을 다 물러나게 하는 관행이 당연한가. 그것은 아닌 것 같다. 내 입장에서는 물러나라고 하는 것도 틀린 것 같고, 물러나지 말라는 것도 틀린 것 같다. 각자 자신이 판단할 문제다. 적극 개입할 사항이 아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사실상의 ‘집단지도 체제’라는 평가도 나오는데, 검찰 조직의 안정이라는 가치가 조직의 개혁이나 변화보다 우위에 선 느낌이다.
= 안정이냐 개혁이냐를 선택하는 문제로 볼 이유가 없다. 어차피 인사는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 정기 인사가 내년 1, 2월 정도니까 두 달 정도 남아 있다.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돌연한 사퇴 때문에 생긴 일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11월 하순께 더 구체적으로 생각할 일이다. 언론이 집단지도 체제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금 시대가 수평적 리더십의 시대 아닌가. 동기들이 총장을 도우면서 간다고 한들 그게 잘못된 일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뒤집어서 그것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 인위적으로 어떻게 할 생각은 없다.
정기 인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인사 원칙이 있나.
= 인사를 통한 개혁을 할 생각은 없다. 사람 몇 명을 바꾼다고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검사의 덕목은 뚜렷하다. 수사를 잘하고 인권 옹호 취지를 잘 살려가는 것 등이다. 평범한 인사 원칙을 적용할 생각이다. 청탁에 의한 인사 왜곡은 절대 없을 것이다. 일선 검사와 달리 고위 간부의 경우에는 검찰 업무의 개선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이들이어야 한다. 시대의 흐름이나 시대정신을 내가 강조하지만, 그것을 달리 말하면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의 핵심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 시대 흐름이라고 본다. 예컨대 불구속 수사 원칙에 반대할 이가 어디 있나. 원칙을 벗어나 그릇된 관행이 쌓여온 게 문제다. 검찰 상층부로 갈수록 그런 기본을 지킬 분들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인권의식이 높은 이들이 고위직에 가는 게 중요하다. 인사를 통해 그런 일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장관을 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것 역시 기본에 충실한 법무부와 검찰을 만드는 것이라고 봐도 되나.
= 그렇다. 법무부 장관 직무는 밋밋하다. 섹시한 게 없다. 평범한 것을 섹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서 이번에 문제가 생겼지만. (웃음) 이미 이뤄져 있는 게 많다. 이미 만들어진 제도를 심화시켜야 하는 과제가 많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도 있고, 인사위원회도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재정 신청도 전면 확대될 예정이다. 내가 2003년 주장했던 검찰 개혁 10대 방안이 상당 부분 이뤄지고 있다. 물론 특검제 같은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안에서 원칙과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 있다. 사실상 그런 원칙을 무시하려는 수구세력이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난 것 아닌가.
피의자 신문 때 변호인 참여권 넓혀야
정치인 출신 장관인데다 현실적으로 여당의 유력한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인데.
= 4개월 동안 장관 직무를 비정치적으로 수행하려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치라는 말에 여러 가지 뜻이 있겠지만, 정치라는 게 편가르기의 속성이 있지 않나. 그런 뜻에서 편파성과 정파성을 띠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계획하고 있는 인권 관련 정책이 있는가.
= 인권 존중 수사 관행을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다. 인권보호 수사준칙을 개정하는 일이나 수사 과정의 녹화와 녹음을 확대하는 것 등이 있다. 사실 가장 본질적인 것은 피의자 신문 때 변호인의 참여권이다. 국선변호인 제도를 강화해 실제로 제도의 수익자가 되는 조건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불구속 수사의 강조가 자칫 비리사건 피의자들에게도 적용돼 ‘봐주기 수사’가 확대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 구속, 불구속의 문제를 봐주기 수사냐 아니냐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문제다. 증거 인멸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구속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인권 옹호 원칙을 지켜가면서도 강력하게 수사를 하라는 것이다. 옛날처럼 그냥 잡아 가둬놓고 자백을 받아내는 수사라면 검사가 할 필요도 없다. 적법 절차를 지켜가면서도 공적 적개심을 가지고 범죄를 밝혀내는 것이 검찰의 임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는 검사에게 높은 자격 요건을 요구하고 특별한 지원을 하지 않나.
강 교수 사건을 계기로 검찰 공안부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여론이 있다. 검찰 공안부 개혁은 국민의 정부 당시에도 ‘신공안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됐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개혁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 우리 사회에 공안 수요가 많이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달라질 수밖에 없고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미 법무부와 검찰 안에서는 몇 년 전부터 상황 변화에 맞춰 공안부 조직이 변화해오고 있고 이미 변화된 측면도 있다. 앞으로도 그런 변화에 따라 업무 영역이 조정돼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없다. 지금 검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생침해범 죄를 척결한다든가, 거대 권력의 남용과 횡포를 차단하고 통제하는 일이다.
사회의 거악과 싸우는 것은 검찰 특수부가 주로 담당해왔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특수부의 인력이 줄어들고 그 기능도 많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 특수수사 기능은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인원을 늘리기보다는 질적으로 특수수사가 적정하게 이뤄지는 게 더 중요하다. 특수수사를 포함해 모든 수사에서 해당 검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잘못 결정된다거나, 상사의 부당한 지시로 사건이 왜곡되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보고, 결재, 사후평가 체계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 ‘빽’이거나 ‘수호천사’거나
그동안 ‘법무부=검찰’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법무부가 문민화되지 못한 것, 즉 검사들이 파견 와서 대부분의 업무를 본 것도 이런 인식을 가져온 주요 원인이었다고 보는데 법무부 자체 개혁 방안이 있는지.
= 법무부는 검찰 업무만 관장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외청인 검찰청에 대해서 지휘 감독하고 다른 업무는 직접 관장한다. 비검찰 업무 가운데 중요한 것이 많다. 교정, 보호, 출입국 업무 등 모든 분야가 전문성을 가지고 국민을 상대로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민생법무’라는 말을 쓰고 싶다. 법이 국민을 억압하고 규제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한 든든한 ‘빽’이 되거나 ‘수호천사’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민생법무 분야에 많은 연구가 필요한데 예를 들어 한국적 문화에서 나오는 보증제도의 폐해를 없애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교정 분야에서도 병원에서 예약 진료를 하듯이 재소자와 예약 접견을 이미 하고 있다. 비검찰 업무와 관련해서는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마련할 작정이다. 이런 업무에 배치된 검사들은 본연의 검찰 업무로 복귀시키고 전문요원으로 교체해야 할 것이다.
법무부 장관직에 얼마나 있고 싶은가.
= 오랫동안 있고 싶다. (웃음) 정말이다. 참여정부 끝까지가 1차 시한 아니겠나.
“인권수사 관행 정착 중요… 인권의식 지닌 이들을 검찰 고위직으로”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한 불구속 수사 지휘 파동은 천정배 법무부 장관을 순식간에 뉴스메이커로 만들어놓았고, ‘민주적 통제’라는 유행어를 낳았다. 10월28일 오후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그를 만났다.
밖에서 보던 검찰과 안에서 보는 검찰이 다른가. = 별로 다를 게 없다. 검찰을 잘 안다. 검찰 출신은 아니지만 특별히 다르게 보이는 게 없다. 검사들은 책임감 있고 유능하고 탁월하다. 물론 밖에서 볼 때는 별것 아닌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까 의미 있는 게 있다. 올해 초에 생긴 법무부 감찰관 제도 같은 게 그렇다. 무척 유효한 제도다. 강 교수 사건 왜곡은 유감 넘어 분노! 여의도에서 일하는 것과 과천에서 일하는 게 다른 점은 있나.

(사진/ 류우종 기자)

"여의도에서 일하는 것보다 과천에서 일하는 게 훨씬 편하다"는 천정배 법무부 장관. 검찰의 '인권 지수' 향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류우종 기자)

"수평적 리더십, 검찰도 가능하다." 천정배 장관은 정상명 검찰총장과 동기 검사들의 '집단지도 체제'를 옹호했따. 김종빈 전 검찰총장과 악수하는 모습. (사진/ 한겨레 김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