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는 스스로를 돕는 것이지요”
등록 : 2001-01-16 00:00 수정 :
공주 아줌마, 우리 숭어색시…. 서울 장위동에 사는 주부 이보정(45)씨를 매주 만나는 장애인과 노인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장애인들에게는 틈만 나면 매무새를 만져주고 칭찬해주는 ‘예쁜 아줌마’이기 때문이고 노인들에게는 스포츠댄스를 가르쳐주며 좀더 자신있게 움직이라고 잔소리하는 ‘팔팔한 젊은 댁네’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평범한 가정주부이다. 군대간 아들과 고3이 되는 딸을 두고 남편과 시어머니를 뒷바라지하며 산다. 남과 다른 게 있다면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어김없이 성북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으로 ‘출근’한다는 것. 몇년 전 이웃의 한 장애아를 돌보다 장애인복지관의 아이들을 알게 됐고, 시어머니를 모시느라 교회 노인들과 어울려지낸 게 노인봉사의 길로 들어선 계기가 됐다. “자원봉사는 남을 돕는 게 아니라 나를 돕는 일인 거 같아요.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남편 성실하고 아이들 반듯하게 자라줘서 저는 행복합니다. 하지만 내 행복에 겨워 이웃의 어려움과 세상의 그늘을 못 보고 지나가는 삶만큼 불행한 게 있을까요? 매일 배우고 반성합니다.”
이씨는 “다 나 좋자고 하는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지역에서는 꼭 필요한 일꾼이다. 거의 직업의식을 갖고 활동하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을 잘하기 위해서 그는 심지어 1년 반가량 미용기술까지 익혔다. 복지관 장애인들이 천덕꾸러기처럼 지저분하게 지내는 게 마음에 걸려 배운 것이 이제는 출장봉사까지 갈 정도로 유용한 기술이 됐다. 그의 활동원칙은 의외로 간단하다. 정해진 날 꼬박꼬박 하기. 자기 여유될 때 시간될 때 남 돕겠다고 하면 결국 365일 못하게 되는 수가 많다. “정기적으로 약속을 정해놓는 게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게 경험에서 우러난 그의 지론이다. “올 겨울은 유달리 춥네요. 게다가 제2의 경제한파라고 해서 모두들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은 것 같아요. 봉사는 내것을 조금 나누는 겁니다. 나눔의 기쁨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몰라요. 망설이지 마세요. 일주일에 한번이든 한달에 한번이든 가까운 곳에서 당신의 미소와 손길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