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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CBS 정상화, ‘시사모’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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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1-1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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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요, 돼요, 돼요, 돼요….” 최근 경제평론가 정태인(40)씨가 겪은 일들은 딱 이 말로 표현될 것이다. 기독교방송(사장 권호경)의 간판프로인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의 진행을 맡고 있던 정씨는 지난해 말 다른 진행자, 출연자들과 함께 방송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가 댕강 해고돼버렸다. 기독교방송은 단체협상 결렬에 따른 후유증과 사장퇴진 문제로 최악의 파행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노조위원장, 노조사무국장과 함께 괘씸죄에 걸려 쫓겨난 정씨는 며칠간 시름에 겨워 지내야 했다. 그런 정씨에게 몇몇 청취자와 지인들이 “기독교방송은 청취자 모두의 것”이라며 기독교방송 살리기 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해왔다. 좋은 제안이었지만 그런다고 사태가 정상화되리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망설였다. 그러나 웬걸? 1월4일 ‘CBS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결성하고 인터넷 홈페이지(www.cbslove.com)를 만들자마자 청취자들의 성원이 줄을 잇고 있다. 별다른 홍보도 없었지만 온라인 서명란에는 열흘도 안 돼 5천여명의 청취자들이 ‘권호경 사장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촉구하는 서명을 해왔고 개인메일로도 지지와 격려가 쏟아져들어왔다. 그동안 침묵하던 교계의 목사들과 교인들도 소리소문 없이 힘을 보태왔다. “처음에는 모임을 만든다는 것이 많이 부담스러웠어요. 짧은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런 부담은 벗기로 했습니다. ‘시사모’가 본격적인 청취자 운동의 전범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습니다.”

결방·불방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청취자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채널을 돌려버리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목소리를 내고 간섭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방송 모니터링과 제보, 전문가풀 구성 등 쌍방향 방송을 위한 여러 가지 일들도 개척하게 됐다.

아직까지 회사쪽의 공식적인 대응은 없지만 시사모의 활동은 침체 국면에 놓여 있던 기독교방송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그동안 노조-재단이 어렵게 협상한 개혁안들이 권 사장의 일방적인 거부로 뚜껑도 열어보지 못하고 잠자버린 바람에 이들은 극심한 무력감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정씨는 “시사모는 노조의 결정과는 별개로 꾸준히 권 사장 퇴진운동을 벌일 것이며 나아가 경영 감시활동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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