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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경찰대가 겁나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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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0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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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석의 도전인터뷰]

경찰대 폐지 공론화를 검찰의 불순한 의도라 못박는 황운하 전 총동문회장
“수사권 조정 문제 논의할 때 검찰이 경찰의 우수함에 위협 느꼈을 것”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경찰대 폐지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9월26일 경찰청에 대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국정감사 자리에서였다. 1981년 설립돼 올해로 25년째인 경찰대에 대해서는 “우수한 인적 자원의 확보로 경찰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긍정론과 함께 “경찰조직 내의 특권층을 형성해 인사 적체의 원인이 되고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부정론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전 경찰대 총동문회장이자 경찰대 1기 출신인 황운하 총경(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은 “개선할 점이 있다고 해서 바로 없애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지금 이 시점에서 경찰대 폐지를 공론화하는 것은 수사구조 개혁 국면에서 검찰의 불순한 의도에 휘말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대 폐지되면 누가 좋아지나

경찰대 폐지론이 또 나오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진/ 윤운식 기자)

= 어느 대학이나 마찬가지지만 경찰대도 발전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재 120명으로 돼 있는 정원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대학원은 필요한지, 전공을 세분화할 필요는 없는지, 고등학교 졸업생만 받는 현재의 구조를 깰 필요는 없는지, 일반 순경부터 시작한 경찰관에게도 입학 기회를 줄 수는 없는지, 다른 대학처럼 편입제도를 둘 수는 없는지, 경사 이하 경찰관들과의 위화감을 해소할 수는 없는지 등이다. 외국 경찰대학과도 장단점을 비교해야 한다. 전혀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니다. 경찰 지휘부들은 항상 고민한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중장기적 전망 없이, 고민도 부족한 이들이 다소 감정적으로 “폐지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솔직히 그다지 귀담아들을 얘기는 아니다. 몇년 전부터 관련 연구가 경찰 내부에 축적돼 있다.

그런데 경찰청장까지 나서 “경찰을 이간질하려는 음해 세력에 이용되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근거가 있는 얘기인가. 누가 그런 세력이라는 얘기인가.

= 폐지를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곳은 검찰이다. 검찰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주 비열한 것이고 불순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이 문제는 검찰이 관여할 바가 아니고 내부의 인력충원 방식의 문제다. 검찰의 의도는 뻔하다. 경찰대를 골치 아프고 귀찮은 존재로 본다. 경찰이 수사권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는 것이 경찰대 때문이라고 인식한다. 검찰이 이전에는 경찰의 ‘자질론’을 자주 거론했다. 이제는 경위 이상의 자질론을 거론하기 힘들어졌다. 경찰의 이미지는 최근 10년 동안 이전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좋아졌다. 신뢰도, 영향력, 부패지수 등에서 경찰이 검찰보다 앞서는데 그 중심에 경찰대가 있다. 무시할 수 없는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수사권 문제가 경찰의 60년 숙원사업이라고는 하지만 이를 집중 제기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경찰대 출신들이다. 이 문제에 관해 경찰대 출신들은 강력한 신념으로 무장하고 있어 방치하지 않는다.

검찰이 ‘수사권 조정’(최근 경찰에서는 이를 ‘수사구조 개혁’으로 부른다)이 강하게 거론될 때마다 경찰대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검찰뿐만 아니라 정치권, 경찰행정학과를 둔 사립대들에서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 것 아닌가.

= 지난해 수사권 문제로 검찰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보니 검찰도 깜짝 놀라더라. 외국 입법례에 대한 논리와 자료 면에서 경찰이 검찰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우리가 그동안 안이했다’는 평가를 했다고 들었다. 이전에는 경찰에서 무슨 소리를 해도 ‘니들이 모르고 하는 소리인데 공부 좀 해라’ 하고 검찰이 깔아뭉갰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검찰이 얼마나 관련 사실을 아전인수식으로 견강부회했는지 조목조목 공격했다. 경찰대 출신 중에는 외국 유학 가서 형사법으로 박사학위 받아온 이들이 많다. 검찰에는 없지만 경찰대 출신에는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최고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막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경찰대를 없애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경찰대를 없앤다고 국민들이 좋아지나, 경찰조직이 좋아지나. 한풀이나 화풀이하듯 할 일이 아니다. 실제 폐지되면 누가 좋아하나. 이 시점에서의 공론화는 검찰의 불순한 의도에 휘말리는 것이다.

경찰대는 수능석적 상위 1% 이내의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입학할 수 있다. 사진은 2004년 경찰대학 20기 졸업 및 임용식. (사진/ 한겨레)

‘경찰마피아’란 비난에 대하여

순경 입문자 중 대졸자가 90%를 넘는 상황에서 우수 인력을 확보한다는 경찰대의 설립 취지가 이미 사라졌다는 주장도 있다. 경사 이하 경찰관들의 불만도 여기에 있는 것 아닌가.

= 어느 조직이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조직의 미래가 걸려 있다. 경찰대는 경찰조직의 우수한 인적 자원을 확보하는 데 엄청난 기여를 했다. 얼마 전 보도도 나왔지만, 경찰대 낙방자가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다. 수능 성적 상위 0.5% 안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선발된다. 톱클래스이고 최우수 자원이다. 이런 우수 자원을 모아놓고 4년 동안 교육하고 훈련시켜서 7급 공무원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경위 계급으로 임용하는 것이다. 조직의 상층부를 엘리트로 꾸리는 것은 어느 조직이든 마찬가지다. 그래야 대외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우리 사회의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다른 조직들은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부러워할 것이다. 4년 동안 경찰대 생활을 하면 경찰조직에 대한 본능적 애정이 강해진다. 사실 경찰대가 경찰조직 전반을 변화시켰다. 문화도 바꿨다. 탈권위적·민주적 구조로 바꾸는 데 중심 구실을 했다. 수사 역량도 업그레이드했다.

‘기수문화의 비리 가능성’은 인정

특혜 논란도 있다. 학비가 전액 면제된다. 1인당 2억원 이상의 국가 예산을 들여 길러낸다는 지적이다. 또 기동대 소대장으로 2년 복무하는 것으로 병역을 갈음한다.

= 6년 의무 복무를 하지 못하면 교육비를 배상해야 한다. 경찰대의 존재 이유나 가치, 기여도 등에 비춰봐야 한다고 본다. 이런 메리트를 제시하지 못하면 최우수 자원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경찰대는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경찰간부를 경찰대 출신들이 과점하는 현상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경무관 중에는 경찰대 출신이 1명뿐이지만, 총경은 44명으로 10% 안팎, 경정은 350명으로 전체 1316명 가운데 4분의 1을 넘어섰다. 그래서 “5년 안에 일선 경찰서 서장과 과장이 전부 경찰대 출신들로 채워질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지 않나.

= 그런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을 것이다. 군을 보면 육군 장교들 가운데 육사 출신이 많다. 정예장교가 육사에서 양성되니까 그렇다. 경찰대가 정예 경찰간부를 만들어내기 위한 곳이니까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경찰대 졸업생들끼리 경쟁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거기에서 오는 장점도 있다. 경찰간부를 배출하는 그룹은 출신별로 보면 크게 4가지로 경찰대, 간부후보생, 국가고시, 순경이다. 만약 경찰대를 줄인다면 누구를 더 많이 뽑아야 하나. 한 그룹에서만 뽑을 수는 없다. 경위나 경감 승진이 경찰대 출신들 때문에 어렵다는 얘기는 비현실적이다. 승진 숫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 이상의 계급에서도 개인 경쟁력의 문제도 섞여 있을 것이다.

황 총경은 경찰대 졸업생들이 경찰조직에 합류하면서 조직의 수준과 문화가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사진/ 윤운식 기자)

경찰조직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와 관련해 경찰대 동문 출신들이 집단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절대 다수가 현직 경찰 간부인 경찰대학의 특수성에 비춰볼 때 공무원의 집단행동에 해당하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수사권 문제에 대해 경찰대 동문회 홈페이지에 떠 있는 ‘총력행동주간(2주차) 행동방침’ 등 문건이 공개됐다. 여당 의원들을 동문기수별로 공략한다는 방침까지 전달해서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이 드러났다. 그래서 경찰대가 ‘경찰의 하나회’니 ‘경찰조직의 마피아’니 하는 비판을 받는 것 아닌가.

= 물론 일반학교 동문회하고는 다르다. 변호사, 회계사, 판사, 검사, 의사, 교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동문회지만, 가장 많은 동문은 현직 경찰간부들이다. 일반대학이었다면 사조직 운운하는 얘기를 듣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안고 있는 문제 가운데 인사 등 다른 문제를 언급했더라면 부적절했을 것 같다. 지금까지 그런 예도 없다. 그런데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만 나오면 무수한 글들이 사이트에 뜬다. 격문도 붙는다. 그러나 조직적이거나 체계적인 것은 아니다. 선후배 사이에 격한 토론이 붙고, 갖가지 방법론이 나오기도 한다. 백가쟁명식이다. 그러다 국회가 열리고 이제 마무리 국면이니까 국회의원 의사가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누군가 ‘그렇다면 효과적으로 역할 분담을 하는 게 좋겠다’고 하자 자연스럽게 기수별로 분담한다는 얘기까지 나온 것이다. 우리는 로비도 못한다. 나이도 어리고, 계급도 낮다. 골프를 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술집에 가서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편지를 보내고 전화를 하는 활동을 하자는 것이다.

사법연수원생들도 2년 동안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해놓고 나중에 3가지 직역으로 나눠진 뒤에도 서로를 챙겨주는 과정에서 법조 비리가 발생한다. 경찰대는 4년 동안 선후배 사이로 지내고 상하가 확실히 구별되는 기수문화도 존재하는데 더 위험한 것 아닌가.

= 그럴 가능성은 솔직히 인정한다. 어떤 조직이든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폐해를 줄이는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다. 자의적인 판단과 결정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여러 견제장치를 둬야 할 것이다. 투명한 인사제도도 필수적이다. 인간관계의 친소에 따라 이뤄져서는 안 된다. ‘끼리끼리 문화’도 피해야 한다. 졸업생들 각자도 조심해야 한다. 선후배끼리만 밥 먹으러 간다거나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경찰대 위한 구체적인 대안도 모색해야

독일 경찰대학처럼 정원을 80~120명으로 유동적으로 운영하는 게 좋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2003년 최기문 당시 경찰청장이 경찰대 정원을 80명으로 줄이는 것을 검토하다가 그만둔 적도 있다고 들었다. 또 순경 출신 경찰관들의 경찰대 편입을 추진하자는 주장도 있던데.

= 구체적인 대안은 그동안의 연구를 참조해 결정할 일이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공감하는 바에 대해서는 대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섣불리 폐지하자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고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불순한 의도이고, 검찰 주장에 이용당할 것이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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