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근의 도전인터뷰]
고건에게 러브콜 안보낸다며 열린우리당 탈당한 신중식 의원
“민주당에 입당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매진할 것”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고건발 정계개편론’을 역설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한나라당과 대연정 제안에 대해 “제왕적 칙령”이라고 비판해온 신중식 의원(전남 고흥·보성)이 9월21일 탈당했다. 탄핵 역풍을 타고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원내 과반을 확보한 열린우리당에서 그동안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경우는 있었지만, 집권 여당이 싫다고 제 발로 뛰쳐나간 것은 신 의원이 처음이다.
그가 보좌관을 통해 열린우리당에 탈당계를 공식 접수시킨 9월21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223호에서 신 의원을 직접 만났다. 그는 “내가 당을 떠난 시점에 <한겨레21>이 정확히 맞춰 왔다. 나는 지금부터 더 이상 열린우리당 소속이 아니다”면서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사기를 저하시킨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인데, 나를 징계하겠다고 나서니 아연실색할 뿐”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열린우리당 윤리위원회(위원장 김태홍 의원)가 전날인 9월20일 해당 행위를 이유로 ‘출당 및 제명 징계’를 요구한 기간당원 56명의 연기명 제소를 받아들인 것을 공박한 것이다.
그는 “그동안 열린우리당 안에서 ‘고건 신드롬’을 예의주시하고, 최소한 반대 세력에게 고 전 총리가 갈 수 없도록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시대상에 맞지 않는다’고 거부감을 드러냈고, 이제 열린우리당이 고 전 총리를 적극 영입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판단해 탈당을 결행했다”면서 ‘민주당에 입당해 고건 대통령 만들기’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특히 민주당 일각의 ‘한화갑 대망론’에 대해서도 “어떤 기관에서 조사를 하든 한 대표는 대선주자 지표로 나타나지도 않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결국 민주당도 국민들과 당원들의 강요에 따라 따라 외연을 확장하고 집권을 위한 연정의 한 모습으로 고건 전 총리를 대선후보로 등장시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 분열 원인 제공자는 노 대통령
집권 여당 의원이 탈당해 군소 정당에 입당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더욱이 열린우리당 사상 첫 탈당자인데, 이런 결심을 한 이유는 뭔가.
=나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의 모태이자 출발점은 민주당이고, 당선되면 민주개혁 세력의 재결집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약했다. 당선 이후 줄곧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통합이 순리라고 말했고, 다음 정권 재창출을 위해 1차적으로 민주당과 합당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최근 노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민주당과의 통합을 사실상 포기하고 한나라당과 이른바 대연정 행보를 보였다. 그것에 실망해 반기를 들고 공식·비공식적으로 반론을 제기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을 사실상 접었다. 명분이 좀 약한 것 아닌가.
=혹자는 그렇게 얘기하는데, 추석이 지난 뒤 열린우리당 중앙상무위원회에서 (문희상) 당 대표가 연정은 우리 국정의 중심에 있고 제1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 때 비행기 안에서 한 말도 일시적으로 접었다는 뜻이다. 나는 어떤 형태든 계속 거론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연정은 어떻게 시작해, 어떤 절차를 밟고, 어떤 세력과 해야 하는지 직접 보여주기 위해 탈당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호남 지역주의에 기반해 다음 대선이 임박한 격변기에 여러 정치 세력과 좀더 크게 지분 협상을 하기 위해 열린우리당과의 합당을 회피하고 반대한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민주당과의 합당을 포기했다는 명분으로 탈당하는 것은 비판받을 소지가 큰데.
=열린우리당이 어제 나를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일부 당내 급진세력이 내가 연정론에 반대하고 당을 분열시키고 명예와 사기를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출당도 건의했다. 난 한마디로 아연실색한다. 열린우리당 안에 연정론에 잡혀서 당을 분열시키고, 당원의 사기를 저하시킨 원인 제공자는 과연 누구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원인 제공자라는 것인가.
=노 대통령과 일부 지도부들이 원인 제공자가 아닌가. 정당의 존립 근거는 집권이다. 우리는 천신만고 끝에 김대중 정부의 대를 이어 5년을 집권했다. 이제 ‘김대중 + 노무현 + α’라는 재집권을 창출해야 하는 과정에 있는데, 정치적으로 우리의 경쟁 대상이며 적인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말하는 것은 김영삼씨의 3당 야합으로 연결될 수 있다. 실제로 호남을 고립시키고 호남 여론을 급속도로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노 대통령이 연정을 주장하는 글을 올리기 직전까지 국회에서 한나라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반역사적 정당, 반민족·반통일 정당, 지역주의에 함몰된 세력이라고 매도하며 해체 요구 농성까지 벌인 40~50명의 국회의원이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런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주겠다고 한 것은 명백한 국민 참정권 침해다. 열린우리당 지지자에게 좌절감을 주고 노무현 정권 창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호남 민중의 분노로까지 발전한 것도 사실 아니냐. 상황이 이러한데, 나의 탈당에 명분이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또 한국 정치사에서 집권 여당에서 제4당인 군소 정당으로 옮겨간 사례가 어디 있나. 모든 권력과 기득권, 프리미엄을 버리고, 그것도 제1야당도 아닌 제4야당으로 가는 것인데…. 과거에는 매수 공작, 협박, 이권, 금품에 의해 권력을 좇아갔다. 그래서 ‘철새’라고 비판받았다. 나에게 탈당 명분이 있고, 난 할 얘기가 있다.
여론조사 1등, 거품이 아니다
민주당에 입당하기로 최종 결심을 했다는 것인가.
=지역구의 전 당직자들이 나에게 탈당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집단탈당을 하겠다고 연판장을 돌렸다. 이들 중 압도적인 다수가 민주당에 입당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추석 연휴에 지역구의 각계각층 인사를 접촉했는데, 그들도 민주당행을 요구했다. 지역구 의원으로 그것을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다만 민주당으로 가는 것이 마치 소지역주의에 굴복·함몰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주고 탈당 명분이 희석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조금 주저하게 했다.
민주당 입당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도 되지 않는가.
=지역구 당원의 절대 다수가 민주당에 가는 것을 바라고, 무소속은 정치 활동에 엄청난 제약과 한계가 있다. 비록 군소 정당이지만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입당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결국 다음 총선에서 쉽게 당선되려고 옮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은데.
=천만의 말씀이다. 다음 국회의원 선거가 3년이 남아 있고, 한국 정치는 매우 가변적이고, 불확실하다. 앞으로 어떤 형태의 정치권 이합집산이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 그런데 손쉽게 재선하기 위해 탈당을 했다면 그건 가장 어리석은 짓이다. 그런 평가는 나의 결단을 모독하는 것이다. 자꾸 호남 의원들의 동요로만 보는 것은 문제를 너무 축소하는 것이다. 서울·경기 출신 수도권 의원들의 걱정은 호남 의원보다 더 크다. 상당수의 열린우리당 수도권 의원들이 나에게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
한화갑 대표는 현실을 인정해야
의원은 그동안 고건 전 총리 중심의 정계개편론을 주창했다. 탈당을 고건 대통령 만들기 행보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자유다. 내가 고건발 정계개편론을 얘기했고 시동을 건 것은 사실이다. <한겨레21>이 지난해 8월 다음 대선에 관한 여론조사를 가장 먼저 했는데, 난 그 결과를 주시했다. 노무현의 등장과 변화도 <한겨레21>에서 시작됐다. 당시 누구도 노무현이 대선 후보가 될 것으로, 더구나 대통령이 될 것이라 꿈도 꾸지 못했지만 그렇게 됐다. 고건 전 총리도 <한겨레21> 여론조사 이후 1년이 넘도록 각종 여론조사에서 계속 수위를 점유하고 있다. 일시적인 거품이 아니라는 것은 정치학자,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인정한다. 나는 열린우리당 안에서 왜 국민들 사이에 ‘고건 신드롬’이 형성됐는지 겸허하게 받아들이자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고건을 평가하며 이른바 러브콜을 계속 보냈다. 그런데 그때 열린우리당에서는 ‘자만의 계절’이 계속됐다. 고건 얘기만 나오면 “시대상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에 대해 그런 비판적 견해가 있는 건 사실 아닌가.
=그럴 수 있지만, 당시 열린우리당은 부정적 측면만 계속 얘기했다. 나는 우리가 국민의 뜻,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20~40대 유권자 내부의 보수화 흐름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일부 세력은 생리적으로 고건을 싫어했고, 그를 계기로 고건과 신중식을 비판하고 나에 대한 출당 얘기까지 했다.
결국 고건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탈당했다는 것인가.
-고건 현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는 최소한 반대 세력에게 고건 총리가 갈 수 없도록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열린우리당 안에서 계속 주장했다. 그런데 지금 내 판단은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에서 고건을 적극적으로 영입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 내가 당내에서 불필요하게 파열음을 내고 당에 누를 끼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탈당을 결행한 것이다. 고건 신당을 도모하는 세력들은 나에게 민주당에 입당하지 말라고 반대하지만, 난 그것을 단계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계적 해석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고건씨가 신당을 모색하더라도 민주당과 중부권 신당 등과 연계해서 후보로 추대되는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가 민주당에 가든, 중부권 신당에 가든, 고건 주변에 있든 결국은 함께 유대를 할 수밖에 없다. 내가 민주당에 입당해 당분간 당원으로 의원직에 충실하면서 민주당을 키우는 과정이 결국은 (고건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3자 연합의 과정이 된다고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고 전 총리는 지금도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데.
=지금은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대통령의 연정론, 임기단축론, 행정구역 개편, 선거구제 획정, 또 남북 문제가 큰 물살을 타고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고건의 결심 시기가 더 빨라지고 있고, 난 거기에 대비하고 있다고 본다. 언론기관을 통해 대권 도전을 공식화해야 하는데, 그 시점을 더 늦출 수는 없다. 난 고 전 총리에게 꾸준히 이런 상황에 능동적·적극적으로 대처할 시기가 왔다고 말하고 있다. 그 (공식화) 시점은 연말연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도 대통령을 꿈꿀 테고, 고 전 총리 영입에 적극적인 의사가 없는 것 아닌가.
=민주당도 독자적인 후보를 내세울 수 있다. 한 대표를 후보로 추대하려는 세력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은 1차적으로 국민 여론을 통해 접근·대비해야 한다. 어떤 기관에서 조사를 하든 한 대표는 지표로 나타나지도 않은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민주당이 국민의 뜻을 따라 외연을 확장하고 집권을 위한 연정의 한 모습으로 고건이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건 국민들이 강요하거나 당원들이 강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20~30대의 보수안정화 흐름 주목해야
고 전 총리가 너무 ‘올드’하다, 행정의 달인으로 부속품 구실에는 능숙하지만 국가 리더로서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계속될 텐데.
=선거 연령이 19살로 낮춰지면 40대까지가 전체 유권자의 60%를 점유한다. 그런데 현재 왜 20~30대에서 고건이 수위를 점하고 있나. 난 이 세대에 보수안정화 흐름이 있다고 본다. 경제가 어렵고 취업은 잘 안 되는 상황에서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도 행정 능력을 갖추고 도덕적으로 누구보다 깨끗한 사람이 필요하고, 그 점에서 고건이 적임자라고 보고 국민 여론이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는 연령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이명박 시장도 60대다. 상대당 후보가 60대인데 고 전 총리만 문제될 이유가 없다. 물론 정동영은 50대인데, 60대와 큰 차이가 없다. 선거 전략상 연령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에 입당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매진할 것”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고건발 정계개편론’을 역설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한나라당과 대연정 제안에 대해 “제왕적 칙령”이라고 비판해온 신중식 의원(전남 고흥·보성)이 9월21일 탈당했다. 탄핵 역풍을 타고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원내 과반을 확보한 열린우리당에서 그동안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경우는 있었지만, 집권 여당이 싫다고 제 발로 뛰쳐나간 것은 신 의원이 처음이다.
그가 보좌관을 통해 열린우리당에 탈당계를 공식 접수시킨 9월21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223호에서 신 의원을 직접 만났다. 그는 “내가 당을 떠난 시점에 <한겨레21>이 정확히 맞춰 왔다. 나는 지금부터 더 이상 열린우리당 소속이 아니다”면서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사기를 저하시킨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인데, 나를 징계하겠다고 나서니 아연실색할 뿐”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열린우리당 윤리위원회(위원장 김태홍 의원)가 전날인 9월20일 해당 행위를 이유로 ‘출당 및 제명 징계’를 요구한 기간당원 56명의 연기명 제소를 받아들인 것을 공박한 것이다.

(사진/ 박승화 기자)

9월12일 중부권 신당 정책연구소‘피플 퍼스트 아카데미’주최 심포지엄에 참석한 고건 전 총리. 고건 전 총리는 지난 1년 동안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지켰다. (사진/ 연합)

신 의원은 지역구의 요구에 따라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단 지금 확실한 것은 그가 고건과 함께 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사진/ 박승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