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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복지 전도사’에겐 복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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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1-1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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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는 사회복지사들의 절망과 한숨

사진/서울 강서구 방화3동의 사회복지전담 공무원들이 이 동네 영구임대아파트 앞에서 사회복지사들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994년 6월25일. 첫 발령을 받은 지 2달째.… 나는 이곳을 사랑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난 이곳을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다. 1994년 10월4일. 3일 연휴 동안 계속 사무실에 나갔다. 9월30일에는 날샜다.… 1995년 3월15일. 나는 뭔가를 기대하고 있다. 나를 이곳에 붙들어 놓게 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절망이다.

2000년 12월22일. 요즘의 내 모습은 어떠한가? 모든 의욕을 상실하고 포기상태다. 그저 그만둘 수도 없어서 하루하루 전쟁터로 출근하고 저녁이면 소진상태가 되어 돌아온다.… 탈출하고 싶은 생각이 최근 8개월간 떠나지 않는다. 차라리 쓰러져버리기라도 하면….

최근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인터넷홈페이지(www.sasw.or.kr) 공공사회복지사 게시판에 오른 글이다. 글쓴이는 한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는 소명의식을 품고 복지일꾼을 자임한 그는 지금 모든 의욕을 상실하고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고 있다.

과중한 노동, 낮은 처우에 소명의식 시들


사진/성남 여성의 전화 이금희씨는 장애인 시설에서 일한 바 있는 8년차 사회복지사이다.
사회복지사는 일선 동사무소, 복지관, 장애인·노인 생활시설, 병원 등 다양한 사회복지 현장에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하는 복지 ‘전도사’들이다(상자기사 참조). 한마디로 사회복지 현장의 기둥과도 같은 존재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그들의 발걸음은 그 어떤 복음처럼 절실하다.

그런데 정작 그들 스스로는 어떠한가? 몸과 맘에 상처입고 만신창이가 돼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절망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누구보다도 봉사와 희생정신 가득했던 이들을 이렇듯 아득한 절망으로 몰아가게 했나?

사회복지사 이창신(32)씨는 “무엇보다도 과중한 노동, 낮은 처우 등 열악한 환경이 사회복지사들을 지치게 하며 한때 열정을 쏟아부었던 복지현장을 떠나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199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사 중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의 경우,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7.3시간. 법정근로시간보다 13시간을 초과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은 “이는 어디까지나 통계수치일 뿐 실제 일선 현장에 있는 많은 사회복지사들은 하루 12시간 이상씩 6일 이상의 과중한 노동을 강행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건강 좀 어떠세요? 괜찮아요.”

1월4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3동 6단지 영구임대아파트 최완식(62)씨댁. 이 동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인 김진학(44)씨가 최씨의 손을 맞잡고 요즘 형편을 살핀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동사무소 등 행정기관에서 일하는 이른바 공공사회복지사.

김씨는 요즘 부쩍 최씨네를 자주 찾는다. 이곳 임대아파트에서 가장 딱한 가정이기 때문이다. 손바닥이 새까맣게 탄 최씨는 지금 말기암으로 투병중. 그 아들(35)조차 정신질환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하고 있다. 며느리도 정신질환을 앓다 얼마 전 친정집으로 가버리고 없다. 구로구 독산동에 살다 집이 철거되면서 이곳 임대아파트로 흘러들어온 최씨네 가정에 유일한 위안은 지난해부터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지원되는 생계비(70여만원)와 김씨의 잦은 발걸음이다. 그러나 어디 최씨네뿐이랴. 이곳 임대아파트 1300여 세대 어느 가정치고 딱하지 않은 가정이 없다.

하지만 하루에 3가정 이상 방문하기란 쉽지 않다. “보통 밤 11시에 들어갑니다. 가가호호 형편을 파악해야 하는데다 잡무처리가 많아서요.” 그래도 지금은 형편이 좀 낫단다. 근년 들어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꾸준히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10월)을 앞두고 사전조사를 할 때는 거의 모든 사회복지전문요원들에게는 “지옥이나 다를 바 없었다”고 한다. 담당가정을 모두 방문해 일일이 형편을 살펴 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 여부를 기록, 사실상 판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보통 선진국의 경우 복지사 1사람이 담당하는 가구는 200세대.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한 사회복지사가 450∼500가구를 혼자 도맡아야 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여자 사회복지사의 경우에는 대상자들이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생활보호자 선정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때에 다들 수긍하는 쪽보다 떼를 쓰고 협박하는 경우가 많지요. 일일이 상대하다보면 자연스레 뒷골이 당기고 협심증을 앓게 되죠.”

10년 동안 사회복지전담공무원으로 일해오고 있는 이성숙씨의 말이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은 이런 과중한 업무 외에도 △역할에 대한 기대 미흡 △전문성 개발의 동기저하로 업무정체와 타성 초래 △상사의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부족 △지역사회의 자원부족으로 서비스에 어려움 등을 겪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복지관이나 시설 등에서 일하는 민간사회복지사들은 어떠한가? 성남 여성의 전화 사무국장인 이금희씨는 “특히 중증장애인시설의 경우에는 먹여주고 입혀주고 온갖 일을 다한다. 노동 그 자체가 힘이 든다. 그렇게 일을 해도 그들이 받는 월급은 기껏 80만원 정도를 크게 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금희씨도 한때 중증장애인시설인 서울 내곡동 ‘다니엘의 집’에서 6년 동안 일했다. 그는 특히 이동목욕 서비스 업무를 자원했다. “너무나 긴 시간 목욕을 못해 허연 살비듬이 날리고 대소변 처리가 되지 않아 냄새로 가득한 와병의 할머니에게 땀으로 목욕을 하며 때를 밀어드리고 산동네를 등산하는 마음으로 가정방문을 하고 왕따당하는 마음의 상처로 고통스러워하는 청소년들에게 사비를 털어 라면을 사주고 모처럼의 여가시간에 친구라도 만나면 후원을 독려했다.” 다니엘 집에서 그의 생활이었다.

지금은 경기도 성남 여성의 전화에서 여성복지에 진력하고 있는 그는 현재 55만원의 월급에 16만원의 수당을 받는다. 이창신씨도 한 청소년수련원에서 팀장급 사회복지사로 일했는데, 그는 그래도 꽤 받았다고 했다. 연간 1600만원대. 그에 비해 다른 동료들은 1200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았는데, 한마디로 가족들의 생계를 근근이 잇는 수준이다.

이런 낮은 처우는 많은 사회복지사들을 쉽게 이직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성린직업재활원에서 근무한 이명호씨는 결국 전직을 했다. 그는 “아무리 뜻이 좋아도 생활하기 어려우면 지속적으로 일할 수도 의욕을 가질 수도 없으며 이는 곧 사회복지계의 정체를 가져오므로 월급만으로도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복지사는 결코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사진/사회복지사 김진학씨가 암투병중인 최완식씨를 방문해 위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복지사들의 낮은 처우는 사회복지를 하는 이는 당연히 희생을 해야 한다는 잘못된 편견이 큰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이금희씨는 “이런 인식은 사회복지사들 스스로도 팽배해 문제해결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요인”이라고 꼬집는다. “봉사와 자선은 다릅니다. 사회복지사는 결코 자선사업가가 아닙니다. 사회복지를 실행하는 전문직이죠.” 이씨는 따라서 “사회복지사들 스스로 전문가로 자각하고 전문가로서 걸맞은 능력을 계발하고 또 걸맞은 대우를 받도록 힘쓸 때 전문적 능력이 발휘되고 처우도 개선되며 궁극적으로 사회복지 전체가 발전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16년 동안 사회복지사로 일해온 김진학(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장)씨도 “무엇보다 사회복지사란 직업에 대한 편견이 큰 몫을 하는 것 같다”면서 “이런 틀을 깨고 복지사들 스스로 권익을 세우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를 위해서는 △사회복지 인력 추가확충 △낮은 처우 개선 △사회복지사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보수교육 의무화 △사회복지관장 정년제 도입 △복지관의 소유와 경영분리 등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이창곤 기자goni@hani.co.kr

잠자는 자격증, 부실한 서비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는 현재 3만5천명. 이 가운데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는 1만5천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나머지는 자격증만 갖고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이 수치조차 어디까지나 추정수치일 뿐 정확한 데이터는 아니다. 사회복지 인력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의 위상을 역설적으로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뒤늦게 실태조사에 나서 현재 분석중이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크게 3급으로 나뉘는데 현재로서는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사회복지 관련학과를 전공한 이의 경우 1급, 전문대 2급, 고졸 출신의 시설 근무자 등은 3급이다. 물론 현장경력을 3년 쌓으면 승급된다. 2003년부터 1급의 경우에는 반드시 국가시험을 보도록 돼 있다.

직종상으로는 한때 사회복지전문요원으로 불린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인 공공사회복지사, 민간 복지관·생활시설 등에서 일하는 민간사회복지사, 그리고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료사회사업가, 정신병원의 정신보건사회복지사, 기타 상담소나 연구원 등에서 일하는 이들 등으로 다양하게 세분화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현재 4800명. 복지부와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은 궁극적으로 7200명 정도 돼야 원활한 사회복지업무를 할 수 있다며 꾸준히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적어도 선진국처럼 1인당 200명 정도로 세대를 담당해야 사회복지서비스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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