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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드라마는 스틸사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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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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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석의 도전인터뷰]

“패륜 프로” 비난 속에 회사로부터 징계받은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김석윤 PD…“신문기자들은 프로 제대로 보지도 않고 비난… 본 사람은 결말이 좋다 하더라”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음란 MBC와 ‘패륜 KBS’


음악 프로그램에서 가수가 바지를 내렸던 ‘사건’과 시트콤에서 며느리가 시어머니 뺨을 때리는 장면이 나왔던 ‘사건’을 두고 나온 말이다. ‘TV가 더위 먹었나’라는 비아냥에서부터 ‘지상파 TV 끄고 싶다’는 노골적인 적대감까지 드러내 보인 신문들은 두 방송사를 한참 동안 잘도 두들겼다. 음란과 패륜 가운데 패륜의 혐의를 받은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김석윤(41) 총괄PD를 8월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에서 만났다. 김 PD는 인터뷰 바로 전날인 17일 방송사로부터 ‘견책’ 징계를 받은 상태였다. 김 PD는 여론의 일방적인 비난에 이은 방송위원회와 방송사의 징계 결정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차분하고 소상히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김 PD는 “사건 이후 제작 의도를 비롯해서 내 생각을 제대로 밝힐 기회가 없어서 못내 아쉬웠다”면서 “<한겨레21>의 인터뷰 제안이 반가웠다”고 말했다.

노인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시트콤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올드 미스 다이어리>의 김석윤 PD는 "이번 사건은 부분을 전체로 해석했기 때문에 생겼다"고 진단한다. (사진/ 윤운식 기자)

실제 있었던 실화… 밀쳤다면 괜찮았을 것

어제 견책 징계를 받았는데 온당하다고 생각하나.

= 견책으로 월급에도 지장이 있고, 인사에도 불이익이 있다. 팀장과 심의위원은 경고를 받았다.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선임 PD로서 책임져야 할 상황이다. 징계 결정을 수용한다. 그러나 원래 의도가 이런 식으로 왜곡돼서 받아들여지는 부분은 납득하기 힘들다. 논리에 관련된 부분은 수긍할 수 없다.

납득하는 부분과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을 나눠달라.

= 방송의 파급력이 커서 결과적으로 빚어진 일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징계의 이유와 내용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 내용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도덕성 논란도 있었고, 그래서 ‘패륜 방송’이라는 말까지 나온 것 아닌가.

= 방송위 관련자든 신문기자든 이 프로그램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소설이라면 기승전결이 있고 스토리가 있지 않나. 이건 스틸사진이 아니다. 작품이고, 스토리가 있다. 맥락을 얘기하지 않고 어떻게 토론을 할 수 있나. 애초 잘잘못을 가릴 판이 벌어지지도 않았다. 작품을 만든 사람의 의도를 놓고 이런저런 얘기가 나와야 하는데 그 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다른 쪽으로 호도됐다. 기사화하려는 곳이나 여론몰이를 하려는 집단에서 제대로 된 논점으로 가는 움직임을 차단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그나마 논점이 잡힌 토론이 벌어졌다. 그것이 물리적으로 차단된 채로, 신문기사만 읽은 이들은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때렸다더라 하는 얘기만 들은 셈이다. 토론하거나 생각할 부분이 많았는데 일방적인 여론몰이를 당했다. 한마디로 전체를 놓고 판단하지 않았다.

여론의 성화에 방송위원회는 사상 최고의 징계 조치를, 한국방송 인사위는 관련자에게 견책 및 경고 조치를 내렸다. 팬들은 이 사태에 항의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한국방송 시청자위원회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노인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시트콤이라는 평가도 있었고, 특히 여성 노인 문제를 다뤄서 칭찬까지 받았던 프로그램인데 왜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그런 과격한 표현을 했나.

= 그렇게 다른 방법이고 과격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실제 서울 자양동에서 있었던 실화다. 대사 내용도 똑같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종종 있는 일이다. 있어서는 안 되는데 자꾸 일어나고 더한 일들도 있다. 표현 방법이 세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그 장면에서 사람들이 기분 나빴던 것은 따귀를 때렸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밀치거나 다른 방식으로 했다면 비난이 덜했을 것이다. 제작 과정에서도 토론이 많았다. 결국 그대로 가기로 한 것은 그냥 말로 표현했다면 그 문제에 수용자들이 집중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제작 방향이나 맥락과 어긋나는 것은 아니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의견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빰 맞은 시어머니는 보이는데 왜 하루 종일 끼니도 못 때운 시어머니나 할머니는 안 보이는지 하는 점이다. 생각할 여지가 많은 장면인데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이뤄진 폭력이라는 점만 부각됐다. 육아 문제가 아니었다면 그런 식의 폭력 행사도 없다고 본다. 여러 가지 논점으로 토론이 이뤄질 수 있는 장면인데 그러지 못했다. 어쨌든 본질은 여성 노인들의 얘기라는 점이고, 표현 수위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본다.

어쨌든 장면 자체는 불편하고 불쾌한 것 아닌가.

=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기분 나쁘다거나, 정말로 감동적이었다는 반응은 일차원적이라고 본다. 많은 분들은 결말 부분이 좋았다고 반응했다. 부분을 보지 않고 전체를 봤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계도성 표현으로 만들 수는 없다. 같이 고민하자는 문제제기를 해봤다. 그런데 토론이 되기도 전에 윤리와 선과 악의 여론몰이가 돼버렸다. 프로그램 방영 초반에 여성을 비하한다는 여성민우회쪽의 문제제기가 있어 직접 만나 토론도 하고 홈페이지에 토론방을 만든 일도 있다.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상식과 합리성을 갖춘다면 누구와도, 어떤 문제도 토론이 가능하다고 믿는 편이다.

80에도 늙지 않는 여성성 말하고 싶어

시트콤에서 노인 문제를 다루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 않나. 또 실제 노인들을 그대로 그리지 못하는 측면도 많다. 노인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지 않고 희화화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 처음 두세달 동안은 할머니 캐릭터에 호감을 갖게 하려고 엽기 콘셉트를 쓰기도 했다. 그 뒤에는 1주일이나 10일에 한번씩 무거운 주제를 다뤘다. 치매나 죽음에 대한 공포와 준비, 자식들이 임종을 못 지키는 노인 문제, 노인의 사랑과 연애, 노인이 된다는 것의 사회적 의미 등도 다뤘다.

노인의 성 문제를 다룬 <죽어도 좋아>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것이 얼마 전이었다. 시트콤에서 할머니 얘기를 했다는 것은 어찌됐든 인권과 문화적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평가할 만한 일이라고 보는데.

= 기획 단계에서 반대가 심했다. 방송국 안에서도 노인 문제를 다루면 일단 무조건 칙칙하다고 보는 편견이 여전하다. 개인적으로는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된 이들을 제외한, 그러니까 우리가 ‘노인’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사실 노인은 ‘남성’이나 ‘여성’ 범주에도 포함되지 못한다. 노인은 보통 재미 없고, 호감 없는 집단으로 인식된다. ‘집안의 어른’이라는 인식은 남아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무시하거나 냉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 사실 노인들은 호감 있는 존재다.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실제로 유쾌한 노인들이 많다.

소외됐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공경해야 한다는 생각은 할 수 있지만, 호감이 가는 집단이라는 생각을 가지기는 어려운데 개인적인 계기가 있나.

= 어렸을 때 불효하고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웃음) 어릴 때 할머니가 식사를 무척 많이 하시는 것을 보고 놀랐다. 노화가 되면 에너지원이 필요하지 않아서 많이 먹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어린 내게도 무서운 단정 같은 게 있었다. 그분들도 맛있는 것 드시고 싶을 텐데 왜 내가 그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를 바라봤던 내 시각이 새삼 무서워졌다. 할아버지도 무척 유쾌한 분이셨다. 유머감각이 뛰어났다. 중학교 때까지 나는 그게 ‘의도적인 유머’가 아니라 그냥 우연히 나온 유머일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아버님·어머님이 77살, 70살이 되셨다. 가끔 부모님과 부모님 친구분들은 보는데 무척 유쾌하고 호감 있는 분들이다. 그래서 내 어머니와 아버지 얘기를 해보자는 의도가 있었다. 나 역시 30년 뒤엔 그 나이가 될 테니까. 연기자로 출연 중인 김영옥씨는 어머니랑 동갑인데 섭외하면서 내가 “노인 얘기를 한번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할머니들이 주인공입니다”라고 얘기했더니 그분께서 “같은 나이 또래 중에 성형수술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가 있는데 주책 아니냐”는 말씀을 했다. 노인이나 노인 아닌 사람들이나 그런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노인 문제라고 하지만 할아버지 얘기는 없고 할머니들 얘기만 있지 않나.

= 일부러 그렇게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얘기를 섞어놓으면 좀 복잡해지는 면도 있다. 남성 노인과 여성 노인은 ‘화성 남자, 금성 여자’ 얘기처럼 크게 다르다. 30대 여성들과 할머니들 얘기를 대척점에 세워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이유는 두 집단이 다를 게 별로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다만 쓰는 용어만이 다를 뿐이다. 미자한테 할머니가 연애 강의를 한다. ‘할머니가 어떻게 알아?’ 그러면 할머니는 ‘늙은 종자 따로 있냐? 마음은 그대로이고 몸만 늙어, 이년아’ 하고 얘기한다. 80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 여성성을 말하고 싶었다. 늙으면 감정까지도 늙는다는 무서운 단정을 깨고 싶었다. 그래서 프로그램 초반 두세달 동안은 호감이 가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쌍문동 슬리퍼’ 같은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담배 피우는 고등학생들을 붕붕 날면서 혼내주는 얘기였다.

신문 중에서는 특히 조·중·동의 공격이 강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여론의 힘을 빌려서 방송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 좀 답답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논점을 흐려버리는데 그런 부분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법 개정을 통해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 제한을 두려는 움직임은 피상적인 접근이라서 안타깝다. 처음 여론몰이 때는 이분법적인 접근이 많았는데, 지금은 여기저기서 다른 목소리들이 조금씩 나와서 다행이다.

김 PD는 징계에 굴하지 않고 여성 노인은 물론 남성 노인에 대한 에피소드도 꾸준히 다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 윤운식 기자)

징계 뒤 50~60회 정도 더 한다

이런 식의 사회적 제재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생각하나. 실제 본인의 경우에는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

= 이런 상황이 다시 온다고 하더라도 그때 가서 다시 고민할 것 같다. 방송 경력도 이제 14년차다. 충분히 나름대로 게이트키핑할 수 있는 경력이다. 그렇지만 정답은 없는 것 같다.

PD들은 신문들이 난리치는 걸 보면서 <친절한 금자씨>에 나오는 배우 이영애씨의 대사투로 ‘너나 잘하세요’ 하는 반응이라던데.

= 제작에 침해나 제약이 들어올까봐 걱정하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여성 노인 얘기를 꾸준히 할 생각인가.

= 지금까지 190개 정도의 에피소드를 소화했고 앞으로도 50~60회 정도 더 할 예정이다. 나름대로 존재가치를 찾아야 하는데 남성 노인들 같은 경우는 육아나 가사노동에 전혀 능력이 없다. 그런 문제도 다루고 싶다. 할머니는 애기 봐주고 밥하기 때문에 사랑을 받는데 남성 노인들은 노동 기회도 없고 재취업도 못하지 않나. 시트콤은 과장된 몸집과 강요된 웃음만 있다는 기존의 선입견도 깨고 싶다. 탄탄한 내러티브로 진지한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트콤의 영역도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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