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주인공 하예린이랍니다”
등록 : 2001-01-09 00:00 수정 :
생활만화가인 아빠와 영화평론가이면서 엄마, 제1회 평등부부상을 수상한 부모를 둔 딸은 자라서 무엇이 될까? 최하예린(11)양은 “과학자, 치어리더, 만화가, 간호원”이라고 말한다. 11살짜리 소녀의 입에서 나올 만한 대답이다.
그러나 이 말들이 최양의 입에서 나왔을 때는 왠지 꿈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초등학교 4학년생으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400쪽이 넘는 만화를 연재하는 에너지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세편이나 만든 손재주가 보통 아이들과 같지는 않아서다. 그뿐이 아니다. 일에 바쁜 어머니, 아버지를 위해서 떡갈비도 굽고 밥도 짓는다. 하예린의 아버지 최정현씨(필명 반쪽이)가 최근 펴낸 <하예린이 꿈꾸는 학교 반쪽이가 그린 세상>(6500원, 한겨레신문사 출판)은 바로 이런 하예린이 주인공인 만화책이다.
잘 알려진 대로 최정현씨는 하예린이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여성신문에 만화 육아일기를 연재했다. 아버지가 아기를 같이 키운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신문에 연재한다는 사실 때문에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이 만화는 학교 문제, 사회 문제까지 아우르는 세태 만화이기도 하다.
긴 연재 동안 하예린도 더이상 오동통한 아기가 아니라 155cm에 육박하는 다 큰 처녀가 되었다. 이제는 “이 이야기는 그리지 말라”고 아버지에게 압력을 넣기도 하고 “이 이야기는 그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아버지가 그렸던 만화 중에 제일 재미있었던 작품은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고. 하예린이 우는 얼굴을 적나라하게 그린 만화는 “보기는 재미있지만 싫다”고 말한다.
마술사처럼 무엇이든 척척 만들어내는 아빠를 닮아서인지 좋아하는 과목은 미술과 실기이고, 싫어하는 과목은 수학이다. “수학 잘해? 공부 잘해?”라는 질문이 제일 싫다고 한다. 요즘 하예린이 푹 빠진 것은 글라스 테코. 유리판에 무늬를 붙여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꾸미는 간단치 않은 작업을 힘들이지 않고 척척 해낸다. 틈틈이 좋아하는 드라마 <허준>을 소재로 만화를 그려 인터넷에 올리는 일도 잊지 않는다. 편식하는 친구들에게는 “남기지마, 북한 어린이들은 굶는데”라고 말하는 작은 여장부. 크면 엄마처럼 일도 가정도 놓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하예린. 하예린이 어른이 되는 그날까지, 최정현씨의 만화소재는 바닥나지 않을 것이다.
이민아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