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떠오르는 코리아 꼴통들
등록 : 2001-01-09 00:00 수정 :
김영삼주, 김종필주, 전두환주…. 인터넷 공간에서 또 하나의 화젯거리로 떠오른 증권사이트 ‘꼴통스닥’(goltongstock.com)에서 요즘 확고부동한 상위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이른바 황제주식들이다. 포스닥(posdaq)이 주식으로 정치인의 인기도를 평가하는 데 비해 꼴통스닥은 거꾸로 사라져야할 대상(사람, 기관, 법, 제도 등)의 순위를 매기는 이른바 ‘역경매 방식’을 띠고 있다.
박맑음(39)씨가 이 사이트를 개설한 건 지난해 11월13일. 바로 전태일 열사 30주기 기념일 때였다. 사이트 개설 시점부터 간단치 않은 사연이 숨어 있을 법하다.
박씨의 꼴통스닥은 반짝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암흑의 80년대와 정면으로 맞섰던 그의 삶 궤적의 연장선이다. 박씨는 대학(계명대 82학번) 시절 대구지역 민민투위원장 등으로, 학생운동의 전면에 나섰다가 2학년을 채 마치지 못하고 제적당하고 말았다. 학교를 떠난 뒤 그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노동현장으로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그는 집시법 위반 등으로 무려 43개의 ‘별’을 달았다.
그의 행보에 큰 변화가 온 건 지난 1994년, 사회주의 정권이 잇따라 몰락하면서부터. 그의 표현대로라면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일반사회’(?)로 복귀했다. 그렇다고 젊은 시절 품었던 ‘열정’까지 식을 수는 없었다. 민중봉기에 의한 혁명이란 과격한 노선은 버렸지만 영화사업을 비롯한 노동자예술운동을 통해 불씨를 살려나갔다.
“비뚤어진 문화를 비판하고 더불어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것이 꼴통스닥의 취지”라고 힘주어 말하는 데서도 열정의 한 자락을 엿볼 수 있다.
꼴통스닥에는 현재 꼴통행태로 세간의 빈축을 사고 있는 사람, 기관 등 100개 종목이 상장돼 있다. 지난해 4월 총선 전 시민단체들로부터 낙선대상으로 꼽혔던 정치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건희, 조중연씨 등 재계 인물도 포함돼 있다. 법률이나 제도 중에서는 SOFA, 국가보안법, 간통죄 등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 밖에 언론사로는 조선일보, 단체에서는 축구협회가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곳에 상장된 인물이나 단체가 꼴통적 사고나 행동을 보여주면 주주들은 언제든지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지난해 10월 ‘고려대 YS문전박대 촌극’을 앞뒤로 김영삼주가 급등했으며, ‘민주당은 조선노동당 2중대’ 발언을 한 김용갑주는 당시 최고의 거래량을 수반하며 5위권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인터넷콘텐츠 업체인 새천년닷컴 대표이기도 한 박씨는 “해마다 한번 주주들의 수익률을 따져 상품을 제공하는 등 결산행사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꼴통스닥의 회원 가입은 무료이며 가입과 함께 3천만원의 사이버 머니를 받아 거래에 참여하게 된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