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방송 3사가 담합해 우릴 죽이려 한다”

573
등록 : 2005-08-17 00:00 수정 :

크게 작게

[신승근의 도전인터뷰]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스포츠 중계료 상승 원흉으로 지목받은 IB스포츠 조용노 해외영업사업팀장
“우리는 좋은 가격에 계약… 지상파에 되팔 때도 무리한 요구 안할 것”


(사진/ 류우종 기자)

2004년 11월 출범한 신생 스포츠 마케팅사인 IB스포츠(대표이사 이희진)를 향한 한국방송, 문화방송, SBS 등 방송 3사의 비판과 원성이 자못 거세다. 올해 초 방송 3사를 제치고 4800만달러를 들여 메이저리그 4년 독점중계권을 따낸 데 이어, 최근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아시아축구연맹이 주관하는 주요 축구경기 독점권까지 확보하자 중계권 단가를 높이는 원흉으로 지목하고 나선 것이다.

방송 3사는 특히 IB스포츠가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예선(2008년), 남아공 월드컵 예선(2010년), 런던 올림픽 예선(2012년)의 축구 중계권을 독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적 호응이 큰 스포츠 중계권을 특정 기업이나 자본이 독점할 수 없도록 공중파의 보편적 접근권을 규정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한겨레21>은 IB스포츠의 축구 중계권 독점 사실이 국내에 알려진 8월3일 IB스포츠의 모회사인 인터볼고그룹 권영호 회장과의 인터뷰를 추진했다. 스페인에 본사를 둔 교포 출신 사업가로 한국·중국 등에 1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그가 사실상 IB스포츠의 자금줄로 알려진데다, 마침 한국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권 회장쪽은 8월11일까지 한국에 머물 예정이라며 IB스포츠로부터 상세한 보고를 받은 뒤 <한겨레21>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8월8일 그룹 계열사에서 결정한 사업을 회장이 나서 직접 해명하는 것보다는 실제 이를 주도한 인사가 인터뷰에 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최종 판단했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IB스포츠 조용노 해외사업팀장과 인터뷰를 했다. 8월11일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 120-20 동화빌딩 별관 8층 사무실에서 만난 조 팀장의 나이는 36살, 뜻밖이었다. 그는 방송 3사의 스포츠 중계권 독식 비판은 그동안 공중파 방송이 누려온 독점적 권력이 약화되는 데 따른 터무니없고 감정적인 공격이라며 정정당당한 경쟁을 요구했다.

중계권료는 3천만달러보다 적은 수준

한국방송, 문화방송, SBS 등 방송 3사는 과거 자신들이 공동으로 2002년부터 올해까지 월드컵과 올림픽 아시아 예선 중계권을 1천만달러 수준에서 따냈는데, 이번에 IB스포츠는 그보다 3배나 비싼 3천만달러를 주고 독점권을 장악했다고 성토하고 있다.

=3천만달러는 지상파에서 자체적으로 예상하고 주장한 것일 뿐, 우린 그렇게 밝힌 적이 없다. 그것을 인정한다 해도 과거 지상파 3사는 4년 계약에 1천만달러였고, 우린 7년 계약이다. 실제 3배가 아니라 1.7배다. 과거 지상파 계약 조항을 따져보면 지상파 방송사와 그 계열 케이블 텔레비전 방송 권리만 있다. 우리는 계약기간을 7년으로 늘리고 권리도 라디오를 포함한 ‘올 비주얼 라이트’(All Visual Right)을 얻어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매체, 지상파 케이블,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초고속인터넷TV(IP TV), 그리고 스폰서십 유치 권한까지 다 확보한 포괄적 권한이다. 터무니없는 돈을 줬다는 방송 3사의 주장은 틀린 얘기다. 그런 요인들을 다 감안하면 우린 좋은 가격에 계약한 것이다.

중계권료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는데, 정확히 얼마인가.

=3천만달러보다 적은 수준이다.

방송 3사는 IB스포츠가 짧은 시간에 중계권료를 과다하게 뻥튀기해 놓았다고 공격을 계속하는데.

=그들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지는 들어본 적이 없다. 또 이번 계약 주체는 (우리가 최대 주주인) 엑스포츠(Xports) 채널이 아니고 IB스포츠라는 스포츠 마케팅 회사다. 그런데 언론은 유료 방송 케이블인 엑스포츠가 계약했다, 그래서 지상파 채널로는 축구 중계를 볼 수 없다, 지상파 3사가 코리아풀을 만들어 아시아 축구연맹하고 계약 협상을 진행하는 중에 엑스포츠라는 조그만 방송사가 뛰어들어 엄청난 돈을 주고 계약을 따냈다고 공격한다. 그런 터무니없는 공격을 다 반박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었고, 언론사에 하소연해도 잘 안 쓴다.

IB스포츠가 독점 중계권을 따낸 경기는 우선적으로 IB스포츠가 최대 주주인 케이블 채널 '엑스포츠' 를 통해 방영된다. 엑스포츠 프로그램 녹화현장. (사진/ 류우종 기자)

방송 3사가 코리아풀을 구성해 아시아축구연맹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하는데, IB스포츠가 끼어들어 국내 스포츠 마케팅 시장 질서를 뿌리째 흔들었다는 비판도 있다.

=지상파 3사가 얘기하는 시장 질서라는 게 뭔가.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만 해왔는데, 너희가 왜 끼어드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지상파 위주의 질서고, 그 질서는 우리가 개입하기 이전에 이미 다 깨졌다. 한국만 코리아풀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일본도 가끔 재팬풀이 구성되지만 결국은 재팬풀도 우리와 계약한 스포츠 마케팅사와 계약하고 있다.

뉴스 자료화면 무료제공, 방송3사가 거부

직접 아시아축구연맹 등과 계약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그렇다. 우린 코리아풀이 협상하는 중에 끼어들어 빼앗은 게 아니다. 생산의 주체인 아시아축구연맹은 자신들이 주관하는 모든 경기의 판매를 월드스포츠그룹이라는 회사를 통해 국제적으로 대행했고, 방송권을 사려면 이 그룹과 협상해야 한다. 또 아시아축구연맹쪽에는 한국만 유일하게 일종의 카르텔인 코리아풀을 만들어서 자기들 물건을 제값 받고 판 적이 없다는 불만이 오랫동안 누적돼 있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은 한국팀의 축구경기만 중계한 것도 불만이었다. 자신들은 대한축구협회가 아닌 아시아축구연맹이고, 아시아 축구 경기가 아시아 전체에 뿌리내리고 프로모팅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과거 한국과의 계약은 그런 것이 될 수 없었다. 코리아풀이 한국팀 경기만 방송하겠다고 했었기 때문이다. 2000년 초반부터 케이블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자신들이 중계하기 싫은 경기를 케이블을 통해 소화하는 행동이 조금씩 나타났지만, 이런 것에 대해 아시아축구연맹과 코리아풀은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게 주요 쟁점이었지, 코리아풀이 협상을 잘 진행하는데 우리가 곁다리로 끼어들어 돈 많이 주고 먹은 게 아니다.

방송 3사가 관행적으로 한국팀 경기만 중계했는지 몰라도, IB스포츠가 기존보다 높은 가격으로 중계권을 독점한 뒤 이를 방송 3사에 재판매하면 방송사는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그런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방송 3사는 우리가 100원에 중계권을 따내고 엄청난 수익을 남기기 위해 1천원, 1만원의 재판매 가격을 요구할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우리는 그런 식으로 불성실한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방송사가 아니라 일반 회사다. 어떻게든 지상파에 중계권을 재판매해야 하고, 거래가 성사되도록 성실히 임해야 할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케이블 채널인 엑스포츠의 최대 주주지만 공중파, 위성, 각종 케이블, 인터넷 방송 등에 노출될 기회를 최대한 많이 잡고 싶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재판매할 예정이고, 절대 특정 매체에 편견을 갖지 않겠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협상에 임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터무니없게 가격이 올라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일단 방송 3사의 지적은 우려로 받아들인다. 협상이 시작되면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겠다.

중계권을 재판매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방송 3사의 심기가 틀어져 있다. 올해 초 지상파 방송 3사를 제치고 4년간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사들였지만 방송 3사는 중계권 구매를 거부하고, 스포츠 뉴스 화면조차 과거 스틸사진을 한장 내보내는 식으로 버틴다. 이번 축구 중계권 역시 공중파가 구매를 거부할 경우 수익모델에 차질이 생길 것이 확실해 보이는데

=우리가 메이저리그 독점 중계권을 따낼 때 지상파 방송국 재판매를 수익 모델로 설정했다. 그런데 그것이 여의치 않아 상당히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엑스포츠라는 채널을 만들었다. 우리가 지상파에 일부러 판매를 안 하려 한 적은 없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임했다. 또 (스포츠) 뉴스 자료화면의 경우 무료로 가져다 쓰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방송 3사는 안 받겠다고 한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경인방송, YTN은 한국방송에 이런 대축제 때 뉴스 그림 좀 쓰게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방송은 몇백만달러를 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 우리는 지금 뉴스용 자료화면에 대해서는 당장 무료로 공급하겠다고 하는데도 안 쓰겠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굉장히 오해가 많다. 우리가 30초를 쓰는데 400만달러를 내라고 했다는 것인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빅 이벤트 지상파 독점법’은 말도 안돼

방송사가 왜 그런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하나.

=방송 3사가 우리를 고사시키려고 담합했고, 무료 자료화면을 받으면 그게 무너진다며 버티는 것 같다. 방송 3사의 힘이 워낙 막강해 지금까지 이들을 상대로 중계권을 재판매하는 것은 엄두도 못 냈다. 그런데 우리가 처음으로 이런 일을 일으키니 방송사들이 언짢아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해온 기득권인데, 왜 스포츠 마케팅사가 끼어드냐는 감정적 불만이 아직 풀리지 않은 것 같다.

어쨌든 스포츠 마케팅사가 주요 스포츠 중계권을 독점하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현재 국내의 지상파 가입자가 1500만명이라면 케이블 가입자는 1300만명이다. 결국 공중파 방송도 케이블 텔레비전에 가입해 셋톱박스를 통해서 본다. 한국은 유료 채널 무료 채널의 분리가 무의미하고, 지상파를 통해 스포츠 중계를 본다는 것도 별 의미가 없다. 외국의 경우 케이블 가입자가 30% 미만일 때 가입자 확보 차원에서 이런 스포츠 중계권을 샀고 지상파에는 방송을 안 하겠다고 했다. 워낙 큰 이벤트니 케이블 가입자가 늘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월드컵 예선은 공중파를 통해 방송될 수 있을까? 2000년, 경인방송이 독점 중계권을 따내서 방송했던 박찬호 메이저리그 경기를 시청하고 있는 시민들.

방송 3사는 스포츠의 대중문화적 속성은 전파의 공공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국민적 관심이 높은 스포츠 이벤트에 대해 지상파의 중계권을 보장하는 ‘보편적 접근권’을 담은 법안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이 1996년에 그런 법을 만들었는데, 월드컵 결승, 올림픽 본선, 윔블던 테니스 결승, 럭비월드컵 결승 등을 ‘리스티드 이벤트’로 설정해 이 경기는 지상파가 의무적으로 방송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경기를 지상파만이 독점적으로 중계권 협상을 해서 방송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법이 제정돼도 별로 불리하지 않다는 것인가.

=그렇다. 방송과 신문은 이런 외국의 법을 근거로 지상파만 빅 이벤트를 방송하도록 만든 것인데 한국에서는 IB스포츠가 중계권을 독점 계약했기 때문에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전혀 다른 얘기다. 외국은 유료 채널이 가입자 확보를 위해 무료 채널 공중파에 빅 이벤트 중계권을 판매하지 않고 케이블만 방송하겠다고 버티면서 보편적 접근권과 관련한 법안이 나온 것이다. 결국 이 법은 케이블만 방송하지 말고, 지상파가 무조건 이런 빅 이벤트를 방송하라는 것이다. 결국 지상파가 우리 같은 스포츠 마케팅사를 통해서라도 방송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그렇게 법을 만들자고 할 리는 없지 않나.

=그렇다고 이런 빅 이벤트는 지상파 외에는 중계권을 계약할 수 없다는 법을 만들 순 없는 것 아니냐. 법을 제정한다면 따라야지만, 우리가 하는 사업이 법을 만들어 제동을 걸 정도로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재판매 수익보다 스폰서십에 더 역점

방송사와 갈등을 합리적으로 푸는 방법은 없나.

-우리는 당연히 이윤을 남겨야 하지만 방송사 재판매 수익보다는 아시아권을 상대로 적극적 영업을 하는 파나소닉 등 외국의 글로벌 기업에 스폰서십을 붙이는 데 더 역점을 둘 것이다. 그러면 외화 획득이 된다. 방송사 중계권 재판매 협상에서는 각 경기에 대한 방송사 자체의 시청률, 광고 효과 등과 연결한 예상 수익치를 크게 벗어나는 무리한 가격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방송사는 괜한 걱정을 할 필요 없다.

어쨌든 과거 전례를 보면 이것도 방송 3사가 담합해 중계권 구매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데.

=월드컵 예선 등은 워낙 빅 이벤트다. 시청률이 30~40%까지 나오는 경기 중계를 공중파 방송사가 거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막강한 권력과 돈을 쥔 방송 3사도 못 내는 막대한 돈을 지불하며 중계권을 따내는 IB스포츠의 자본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에 대해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계약한 중계권료 전체를 당장 내는 게 아니다. 현재 자본금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계약금을 내고 재판매 수익금을 통해 그때그때 해결할 수 있는 선에서 지불하는 계약을 한 것이다.


[표지이야기] 시노하라 가족의 8 · 15…26
광복 60주년을 맞아 평범한 일본인 가정을 찾아 그들의 일상을 밀착 취재하고, 그들한테서 8·15와 전쟁 얘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시노하라 가족 3대의 8·15는 각자 빛깔이 달랐다. 병사로 참전했던 할아버지는 천황이 우주에 있는 존재인지…

[도전인터뷰] 방송 3사가 담합해 우릴 죽이려 한다…84
지상파 3사가 얘기하는 시장 질서라는 게 뭔가. 그건 지금까지 우리만 해왔는데, 너희가 왜 끼어드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 질서는 우리가 개입하기 이전에 이미 다 깨졌다. 한국만 코리아풀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특집] “후자광 전투가 자랑스러워요”…38
러시아와 중국 오지에서, 일제시대의 기억을 더듬는다. 중국 후자좡 마을에는 조선의용군의 격렬한 전투가 있었다. 이 전투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 마을에 최근 김학철, 김사량 두 문인의 기념비가 세워졌다.

[라이트&트렌트] 모여라~친절한 여름 야채 보양식…76
더운 여름에는 입맛 잃고 몸이 허해지기 쉽다. 그래서 개고기, 삼계탕 등 걸쭉한 보양식을 찾는다. 끝맛이 왠지 개운하지는 않다… 이런 느낌을 가졌다면 야채로 몸을 보하는 건 어떨까? 가지, 풋콩, 토마토, 호박, 오미자로 요리해보자.

[사람과 사회] 자활근로대, 부랑아들을 짓밟다…46
경찰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이 부정한 그 존재의 흔적을 찾아냈다. <한겨레21>은 국가기록원 문서를 통해 1980년대 국가 공권력이 도시 빈민을 한 지역에 강제로 집단 수용한 뒤 강제 노역을 시키던 ‘자활근로대’의 실체를 확인했다.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