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석의 도전인터뷰]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취임 후 2500여억원 기부금 모았다는 고려대 ‘CEO 총장’ 어윤대
‘등록금 1500만원’은 미국 비교하다 와전… 대학 서열화는 세계 공통
“(대학) 등록금을 최소한 1500만원은 받아야 제대로 대학을 운영할 수 있다.” 어윤대 고려대 총장이 7월24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한국능률협회 등이 주관한 최고경영자 하계 세미나 자리에서 한 발언으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다. 보도 이후 인터넷은 어 총장을 비난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나흘 뒤인 28일 ‘당신의 한마디가 서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공개 편지를 통해 “고려대는 귀족대학이 아닌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 사회의 올바른 가치를 세우며 사회를 이끌어가는 대학이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21>은 7월29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 본관에서 어 총장을 만났다. 어 총장은 2003년 취임 이후 2년 동안 2500여억원의 기부금을 모으는 놀라운 모금 실적에 100% 영어강의 확대, 이중전공제 실시, 분권화를 통한 권한 위임 정책, 학교 운영 전반에 목표관리제 도입 등을 강력히 추진했다. ‘CEO 총장론’으로 요약되는 그의 행보는 학교 안팎에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철학박사 수여식과 관련해 학생들의 시위 사태 직후 전체 보직교수 사퇴를 주도해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등록금 인상보다 장학금 수혜율 높여야
우선 등록금 발언의 배경을 듣고 싶다.
부탁이 있다. 고대 홈페이지에 50분 강의한 내용을 모두 동영상으로 띄워놨다. 한번 보라. 첫 화면에 떠 있다. 무슨 소리 했는지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어제 오늘 고대 학생들이 올린 글들도 한번 읽어보라.
총학생회는 총장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서민 가정에 비수를 꽂았다고 하는데.
그 내용도 다른 학생들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당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로 총학생회가 궁지에 몰렸는데 이번에 결정타를 맞아버렸다. 총학생회에서 신문에 난 것만 보고 글을 쓴 것 같다.
1500만원이라는 수치는 어떤 계산에서 나온 것인가. 원칙적으로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주장인가.
그런 게 아니다. 요약하면 이렇다. 세계적인 수준과 비교해볼 때 교육 경쟁력이 무척 뒤진다. 대학이 국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제조업 중심으로 경제를 이끌어왔지만 이제는 지식산업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교수들이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없는 조건이다. 미국은 교수 1인당 12명의 학생들을 맡고 있고, 한국은 교수 1인당 30~40명 수준이다. 토론식 교육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한국 사회는 등록금이 낮다. 1년에 700만원이다. 미국은 1년에 4만달러, 즉 4천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국민소득 수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은 상대적인 경제 수준을 비교하는 기준이 될 텐데 그걸로 비교하면 미국은 4천만원 수준이고 한국은 1500만원이라는 얘기다. 그 얘기를 한 것이다.
그래서 결국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아닌가. 아니다. 올려야 한다는 얘기를 한 것은 아니다. 한마디도 안 했다. 차이가 난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외국 대학의 사례도 들어 설명했다. 하버드대학 같은 데는 대학기금이 20조나 된다. 그런 대학들은 20조를 투자해 얻은 이익이나 과실로 60%에 해당하는 석좌교수를 쓰고 있다. 한국은 석좌교수는커녕 정부 보조금이 사립대학의 경우 3~4% 정도다. 미국은 정부 보조금이 15% 정도다. 정부 보조금도 없고 기부금도 없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는 얘기를 한 것이다. 정부가 고등교육을 위해서 돈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총장의 기능은 기금 모금에 중점을 두는 CEO 타입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도 마찬가지다. 평소 지론이고 신문에도 수십번 나갔던 얘기다. 하던 얘기를 그대로 하면 얘깃거리가 안 되니까 언론에서 센세이셔널리즘으로 쓴 것 같다.
첫 보도를 한 언론사가 잘못했다는 얘기인가. 사설을 쓴다든지, 만평을 할 때도 내용을 정확히 알고 해야 할 텐데 아직까지 시간이 촉박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문제점들이 노출되는 것 같다.
등록금 인상은 안 해도 되는 것인가.
등록금은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함께 올라간다. 등록금 인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학금 수혜율을 높이는 것이다. 예일대 같은 곳에서는 입학할 자격은 되는데 가정형편이 안 좋아서 등록금을 낼 수 없는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제공한다. 그게 다 기금에서 나온다. 좋은 학교일수록 기금이 많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4만달러든, 10만달러든 문제가 안 된다. 기초과학 연구개발비도 대학으로 많이 와야 한다. 한국은 현재 전체 규모 7조8천억원에서 대학으로 직접 오는 것이 1조7천억원 정도밖에 안 된다. 선진국은 50% 이상 온다.
정책결정, 유럽서 공부한 사람 때문에 혼란
미국식이 한국에 맞다고 보나.
그렇지 않으면 독일식으로 가야 한다. 독일은 한국보다 등록금이 훨씬 싸다. 나머지는 국고로 메운다. 학생들의 학교 이동도 국립대학끼리는 가능하다. 우리 정부가 혼란스러워 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정책 결정권자 가운데 유럽에서 공부한 사람이 많다는 점에 있다. 우리 대학 교육은 지난 40년 동안 미국 시스템으로 운용돼왔다. 그것을 갑자기 유럽 시스템으로 바꾸려고 하니까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문제는 독일 대학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타임>이 뽑은 세계 100대 대학에서 독일 대학은 단 한 군데뿐이다. 프랑스도 안 들어가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독일이나 프랑스의 국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리지는 않는다.
국가 경쟁력은 교육 경쟁력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 즉 민간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그렇지만 역시 교육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잣대인 것만은 확실하다. 고대의 경우를 예로 들면 그동안 고대는 국회의원·변호사·대기업 중역 등 리더들은 많이 배출했지만 문제는 국내용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국제적인 리더를 길러야 하고 국내 리더 자격도 강화해야 한다. 국내 리더라도 최소한 2개 국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국제적인 언어소통 능력과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하는데 그것을 대학에서 가르쳐야 한다. 고대의 변화 움직임이 성공적인지 수시 모집 응시율이 2년 전의 10 대 1에서 올해는 40 대 1로 4배나 증가했다. 그렇다고 고대만 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경쟁 상대가 되는 다른 대학도 변하고 그것 때문에 교육 경쟁력이 높아지고 국가 경쟁력에도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교육 문제의 정점에 있는 문제를 대학 서열화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이런 견해에 동의하나.
수능성적 분류표 때문에 서열화되는 것 아닌가. 대학 자율에 맡기면 서열화가 없어지지 않겠나.
1등 대학, 2등 대학, 몇등 대학이 있고 어느 대학을 나온 것이 사회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게 문제 아닌가.
그렇지 않은 나라가 어디 있나. 꼴찌가 하버드 가나. 영국 사회를 잘 모른다고 할 때 옥스퍼드대하고 맨체스터대를 얘기하면 당연히 옥스퍼드 나온 것을 좋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 종류의 서열화는 어느 사회에도 다 있는 것 아닌가. 그 서열화라는 게 한 대학이 모든 분야에서 1등을 하는 서열화 아닌가. 고대 법대가 법대에서 1등, 다른 분야는 어떤 대학이 1등 하는 식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대에서 그렇게 만들 것이다. (웃음) 이대에서는 여성학이 한국에서 최고다, 이런 식으로 갈 것이다. 그냥 대학에 맡겨두면 그렇게 될 것이다.
통합교과형 논술은 본고사라고 하는 주장이 많다. 고대에서 보는 수시모집 논술 문제도 본고사 유형이라고 전문가들이 분석했는데 이런 입시제도가 사교육비를 늘게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과도기라고 본다. 0점 이하 소수점 몇점까지 보는 현재의 시험 방식으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대학 자율에 맡기면 첫해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4~5년 지나면 편하게 인터뷰하는 식의 시험 방식이 도입되지 않을까 한다.
학위수여 사태 사과는 당연한 일
‘민족 고대’ 학풍이 바뀐다는 평가가 많다. 경영논리를 도입했다고 ‘글로벌 고대’, 건물을 많이 짓는다고 ‘건설 고대’, 학생을 소비자로 본다고 ‘만족 고대’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들어봤나.
마지막 얘기는 기분 좋은 소리다. 학생들이 만족한다면 얼마나 좋은 얘기인가. 경영논리는 없다. 내가 경영학과 출신이라고 그런 얘기가 나오나 보다. 100주년 기념관 같은 것이 생겨났지만, 100주년 기념사업의 핵심은 하드웨어의 변화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변화다. 건물이 늘어나는 것은 극히 표면적인 변화이고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취임 이후 대규모 기부를 이끌었다고 들었다.
2500억원 정도 된다. 다른 대학과 비교해도 가장 많은 액수다. 동문들이 응집력이 강해서 그런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고대동문회가 해병전우회나 호남향우회와 같이 언급되는 사실은 아나. 왜 그런가.
항상 그런 얘기 한다. 우리는 나쁜 뜻은 다 버리고 좋은 뜻으로만 생각한다. 응집력이 강하고, 조직에 충성도가 높고, 국가에 대한 애정이 높다는 측면에서 좋은 뜻만 받아서 해석한다. 그렇게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부정적인 영향도 있지 않나.
저는 긍정적인 것만 생각한다.
고대 출신 교수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60% 정도다. 다른 대학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오히려 개방적이다. 나는 교수들을 뽑을 때 가능하면 여자와 비고대를 뽑는다.
최근 안기부 도청 테이프 사건에 삼성그룹도 나오고 이건희 회장도 등장한다. 일부 학생들이 그때 반대했는데 그 문제와 관련해서 이 회장에게 꼭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해야 했나. 경영학도 아니고.
내가 올 2월에 와세다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내가 법학과 무슨 관련이 있나. 그냥 그렇게 주는 것이다. 철학이든 정치학이든 무슨 상관이 있나.
삼성의 경영철학을 높이 평가해서 그런 것인가.
그런 이슈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누차 얘기했지만, 삼성에서는 받지 않으려고 했다. 삼성에 국내외 박사학위 제안이 많은 것으로 안다. 학교쪽에서 부탁한 것이다.
김병관 이사장의 부탁이 있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아니다.
보직교수가 모두 사퇴한 것도 볼썽사납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날 삼성쪽 말고 다른 기업분들도 왔는데 그분들이 고대 학생들을 보는 눈초리는 상상 못할 정도로 적대감이 있었다. 명예를 드리려고 모신 자리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사과할 일이다. 사퇴한 것은 사건 전날 세운 대책이 소용없었던 데 대해 책임을 진 것이다.
‘등록금 1500만원’은 미국 비교하다 와전… 대학 서열화는 세계 공통
“(대학) 등록금을 최소한 1500만원은 받아야 제대로 대학을 운영할 수 있다.” 어윤대 고려대 총장이 7월24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한국능률협회 등이 주관한 최고경영자 하계 세미나 자리에서 한 발언으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다. 보도 이후 인터넷은 어 총장을 비난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나흘 뒤인 28일 ‘당신의 한마디가 서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공개 편지를 통해 “고려대는 귀족대학이 아닌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 사회의 올바른 가치를 세우며 사회를 이끌어가는 대학이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21>은 7월29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 본관에서 어 총장을 만났다. 어 총장은 2003년 취임 이후 2년 동안 2500여억원의 기부금을 모으는 놀라운 모금 실적에 100% 영어강의 확대, 이중전공제 실시, 분권화를 통한 권한 위임 정책, 학교 운영 전반에 목표관리제 도입 등을 강력히 추진했다. ‘CEO 총장론’으로 요약되는 그의 행보는 학교 안팎에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철학박사 수여식과 관련해 학생들의 시위 사태 직후 전체 보직교수 사퇴를 주도해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사진/ 박승화 기자)

(사진/ 박승화 기자)

어윤대 총장은 서열화와 대학 입시 문제를 모두 대학 자율에 맡기라고 말한다. 지난 5월 고려대 10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어 총장. (사진/ 한겨레 김정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