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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우리는 ‘안티 정연주’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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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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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근의 도전인터뷰]

경영진 책임 퇴진 요구하며 단식농성하는 진종철 KBS 노조위원장
“638억원, 800억원 적자 행진하며 공영방송 철학버리려는 무능 지적하는 것”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은 지난 6월1일 특별명예퇴직, 예산 및 임금 삭감, 중간광고 도입 및 협찬 규제 완화를 통한 재원 구조 혁신 등을 뼈대로 한 ‘6·1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노조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섰고, 진종철 노조위원장은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로비에 천막을 치고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방송 PD협회와 한국방송 기자협회가 최근 “노조가 당면한 위기의 모든 책임을 경영진에게 돌리고, 경영진만 교체하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투쟁한다”고 노조를 비판했다. 일부 언론은 이제 노-노 대립으로 몰아간다.

1시간동안 누워서 인터뷰

어떤 차이가 공영방송 한국방송을 이런 혼돈과 갈등 속으로 몰아넣은 것일까. 해답을 듣기 위해 7월15일 한국방송 본관 천막 농성장을 찾았다. 진종철 노조위원장은 11일간 이어진 단식으로 기력이 쇠잔한 듯 일어나 앉지도 못했다. 지속적으로 말을 이어가는 것조차 무척 힘겨워하는 진 위원장은 최재훈 노조 편집국장의 도움을 받아가며, 누운 채로 1시간여 동안 <한겨레21>과 인터뷰를 가졌다.

열하루째 단식 중인데, 단식을 하는 핵심적인 이유가 뭔가.

7월15일 진종철 한국방송 노조위원장은 11일간 이어진 단식으로 몸져 누운 채 "무능한 경영진은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사진/ 박승화 기자)

신 기자도 잘 알듯 문화방송과 SBS는 지난해 상당액의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방송은 638억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도 800억원 정도 적자가 예상된다. 우리는 지난해 지역국 기능 조정과 대팀제를 실시해 1천개의 (간부) 보직을 떨어냈고, 7개 지역(방송)국을 없앴다. 또 재정의 40%에 이르는 수신료라는 안정적 재원이 있다. 우리도 상당 규모의 흑자를 내는 게 맞는데, 오히려 638억원의 적자가 났다. 이것은 구조조정이나 경영혁신을 떠나 경영진의 무능과 잘못을 증명한 것이다. 그런데 경영진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올해도 8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한다. 이것은 수신료를 내는 국민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다. 노조는 부실 경영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은 물러나라고 요구했고, 조합도 고통을 분담하겠다고 밝혔다. 노사 동수의 경영혁신특별위를 구성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제안도 했다. 하지만 회사는 조합의 제안에 답이 없다. 그러니 내가 목숨 건 단식에 들어간 것이다.

경영진의 무능을 인정한다고 해도 수신료를 내는 국민들 사이에서 “한국방송이 공룡화됐다”며 “너희도 좀 몸집을 줄이고 고통도 분담하라”는 요구가 나온다. 노조가 지금 그것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쳐진다.

한국방송은 텔레비전 채널 2개, 위성 채널 1개, 라디오 채널 7개가 있다. 사회교육방송, 장애인을 위한 사랑의 소리 방송, 각종 해외 방송들은 광고가 붙어 수익을 창출하는 방송이 아니다. 국가와 동포를 위한 것이다. 문화방송과 SBS와 비교할 때 채널 하나에 들어가는 인원은 3분의 1밖에 안 된다. 인력 면에서 절대 방만하지 않다. 임금도 두 방송사에 비해 70% 수준이다. 방만하다고 표현하는 일부 세력에 의해 와전된 측면이 많다.

PD협회, 기자협회와의 갈등은 언론 조장

노조는 회사를 살리고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고통을 분담할 수 있다며, 그 전제로 선 경영진 퇴진을 내걸었다. 경영진 퇴진은 뭘 뜻하나. 정연주 사장이 꼭 물러나야 한다는 것인가.

정 사장이 반드시 나가야 한다는 건 아니다. 나갈 사람을 공개적으로 지목한 적도 없다. 경영진쪽에서 사퇴 형식의 책임을 지면 된다.

누군가 책임을 지라는 요구인데, 도대체 누가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냐.

그것은 정 사장이 경영진 내부의 평가를 거쳐서 결정하면 된다.

한국방송 안에서 PD협회, 기자협회는 노조와 좀 다르게 얘기한다. 이들은 “노조가 당면한 위기의 모든 책임을 경영진에게 돌린다” “노조는 정연주 사장을 신자유주의자로 몰면서 막상 그보다 훨씬 보수적인 수구세력과 동조하는 이율배반을 범하고 있다”고 위원장이 주도하는 노선을 비판했다.

240명의 대의원이 참여해 노조의 입장을 결정했는데, PD·기자쪽 대의원도 다 포함돼 있다. 대의원 대회에서 다수결로 결의한 만큼 각 협회는 이를 따라줘야 한다. PD협회의 입장 표명에 대해 많은 협회 회원들이 “왜 전체 의사를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냐”고 집행부에 항의했다. 협회의 성명이 전체 PD의 뜻이라고 보기 어렵다. 기자협회·PD협회 등 한국방송의 4대 협회 대표들이 중재안으로 내놓은 것에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언론이 자꾸 현 상황을 노조와 기자협회·PD협회의 대립으로 보는데 매우 안타깝다. 우린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민주적 절차를 통해 수렴했고 그에 따라 투쟁 노선을 정한 것이다.

7월14일 한국방송 노조는 비상총회에서 정연주 사장 불신임 운동 투표를 예고했다. (사진/ 한국방송노동조합)

협회 집행부가 회원들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노조 비판 성명을 낸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물론, 협회가 억지를 부린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저 다양한 목소리를 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명 발표 뒤 협회장들에게 충분히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오히려 언론이 노-노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한국방송 안에는 모두 17개의 협회가 있지만, 협회는 임의 단체다. 유일한 노사교섭 단체는 노조다. 일부 임의 단체의 의견을 노조 대 협회의 대립으로 몰아가는 것은 난센스다.

표면상 경영혁신안을 둘러싼 갈등이지만, 기술직과 기자·PD 등 직종간 이해관계의 충돌이 녹아 있다는 평가가 있다. 또 지난해 대팀제 실시, 지방총국 구조조정을 통해 소외된 사람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된 현 노조 집행부가 기본적으로 ‘반정연주 정서’를 갖고 있고, 그 연장선에서 경영진과 소모적인 논쟁을 벌인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표면은 뭐고, 이면은 뭐고가 아니다. 본질은 무능한 경영진이 경영에 실패했고, 그것이 재정 적자로 겹치면서 공영방송의 방향타를 잃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 사장의 ‘6·1 경영혁신안’이 상업방송과 공영방송의 길조차 헤매는 것으로 판단한다. 간접광고 확대, 중간광고 확대, 민속씨름 지원 폐지, 역사 대하드라마 중단…. 이런 것은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노조는 현 국면을 단순한 경영상 위기라기보다 한국방송의 공영성 위기로 판단한다. 현재 대립 구도는 상업방송형 자본 논리로 경영위기를 일시적으로 돌파하려는 경영진과 광고 확보를 위한 시청률 경쟁이 판치는 시장에서 독립하는 한국방송의 공영성 강화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노조가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직종간 갈등으로 단순화하고, ‘친정(연주)-반정의 대립’으로 모는 것은 친박(근혜)-반박, 친노(무현)-반노식 3류 정치판 해석을 그대로 옮겨 현실을 왜곡하는 것일 뿐이다.

직종간 갈등이 존재하는 건 사실 아닌가.

직종간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은 위기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를 두고 벌어지는 (직종간) 시각 차이로, 그런 투쟁은 치열할수록 좋다. 지난해에 실시된 대팀제나 지역국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그것에 대한 평가와 시각 차이는 많다. 그런데 거기에 찬성하면 진보고, 반대하면 수구꼴통이라는 논리는 한국방송 내부의 사상적 스펙트럼을 얼마나 협하게 보는지를 증명하는 것일 뿐이다.

‘공룡화’ 비판들은 2TV 민영화 노린 것?

어쨌든 노조는 7월14일 총회에서 정연주 사장 불신임 운동 투표를 예고했다.

아직 우리는 희망을 갖고 있다. 경영진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 한국방송은 다시 노사협력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런데도 경영진이 계속 무책임한 자세를 보이며 직원들의 고통 분담만 강요하면 정연주 사장 퇴진 투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어제(7월14일) 비상총회의 결의다.

정 사장은 지금 상황은 자기 책임이라며 “차라리 날 잘라라”는 식이다. 결국 노사 모두 돌파구가 없는 것 아닌가.

조합원, 직원들 대다수의 의사는 현 사태에 대해 경영진이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그 의견을 존중하는 게 개혁적인 정 사장의 모습이 아닌가. 우리는 조합원의 양보와 희생을 설득할 자세가 돼 있지만, 경영진이 계속 그런 식이면 노조는 다시 임금을 가지고 극단적 투쟁엔 나설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이 “경영진이 책임을 안 지는 데 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냐. 임금 삭감 못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이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겠나. 이게 노조가 가장 걱정하는 상황이다.

"연속 적자 행진에 경영진이 상업방송의 논리를 도입하려 한다." 진종철 위원장은 공영방송의 의무를 강조했다. (사진/ 박승화 기자)

정연주 사장의 혁신안 가운데 광고총량제, 중간광고가 시민단체에게 욕을 먹을 수 있지만, 한국방송 조합원쪽에서는 적자를 메울 수 있는 방안 아닌가. 역대 어떤 사장도 못한 주장을 했다는 평가도 있던데.

그게 재정 수입에 도움이 된다는 건 노조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적자 극복 처방일 뿐이지, 과연 공영방송이 갈 길인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현재 공영방송과 상업방송 논리가 대립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현재 유명 연예인의 경우 드라마 1회당 출연료가 2천만~3천만원인데, 그런 출혈경쟁을 통해 질 높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시청률을 높여 광고 수입을 올리고, 그 재원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이 과연 가능한 목표인지 노조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건 불가능하다. 결국 지상파 방송 3사가 다 망하는 길이다. 공영방송은 시장에서의 독립이 필요하지 “우리가 팀제를 실시해서 간부 1천명을 날렸습니다, 지역국을 7개나 없앴습니다. 이제 수신료 올려주세요”라고 주장하는 ‘제 살 깎기’식 설득은 한계가 있다. 물론 한국방송은 끊임없이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보수 언론이 얘기하는 것처럼 사람 자르는 민영화 논리로 효율성을 강화하는 것은 공영방송에 맞지 않는다. 자꾸 한국방송에 효율성 문제를 제기하고, 공룡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것은 보수 언론과 재벌이다. 이들은 한국방송 제2텔레비전을 민영화해 먹겠다는 것이다. 삼성이나 <조선일보> 등이 제2텔레비전을 분리해 먹겠다는 것이다. 보수 언론들은 방송을 소유하지 않으면 비전이 없다고 생각하며 한나라당과 함께 계속 제2텔레비전의 분리, 민영화를 외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정 사장은 충분히 개혁적인 사람"

정연주 사장이 더 큰 공룡의 입에 공영방송을 넣어주는 데 놀아나고 있다는 것인가.

정 사장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6·1 경영혁신안은 그동안 정 사장의 철학, 평소 얘기나 글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간 것이다. ‘정 사장 변신’은 유죄이고, 그래서 그와 대립해 싸우는 것이다.

정 사장이 왜 공영방송의 철학을 훼손하면서까지 이런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나.

638억원이라는 단기 적자에 너무 압박감을 느낀 게 아닌가 싶다. 올해도 800억원의 적자를 예상하니, 3년 임기 가운데 2년이 적자인 셈이다. 큰 부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재정 적자가 공영성 위기로 치닫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자기 성과에 너무 집착해 단기 처방에 매몰돼 지켜야 할 원칙마저 훼손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평행선을 그려온 양쪽이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나.

조합은 수신료를 내는 국민을 대신해 경영진을 견제하는 바른 길로 가라고 요구한 것이다. 회사는 노조에 전향적인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그러면 조합도 양보할 생각이 있다. 우린 맹목적인 ‘안티 정연주’가 아니다. 내가 제10대 노조위원장인데 선거를 하면서 ‘반정연주’를 얘기한 적은 없다. 정 사장이 대팀제 실시, 지방 방송국 정리를 하면서 직원들의 피로감 증가, 의사소통 단절 등 후유증이 생겼으니 이런 부족한 점을 메우겠다고 공략했지, 정 사장의 개혁이 틀렸으니 원점으로 돌아가자고 말한 적은 없다. 보수 언론쪽에서 ‘반정연주 노조가 됐다’고 타이틀을 붙인 것일 뿐이다. 보수 언론, 보수 정치권이 우리를 그렇게 규정한 것이다. 우린 아직 정연주 사장이 충분히 개혁적인 사람이라 믿는다. 정 사장이 제대로 개혁을 한다면 오히려 그 개혁에 노조가 앞장서고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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