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파바로티
등록 : 2000-08-01 00:00 수정 :
세계 최정상의 테너인 이탈리아의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보스니아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콘서트를 여는 등 자선 공연을 많이 해왔다. 지난 6월에는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한반도 평화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전 세계인에게 ‘잇속만 챙긴다’는 이미지는 보여주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 입장에서 보면 그는 ‘거물 탈세범’에 불과하다.
파바로티의 탈세방법은 유럽의 부유층들이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그는 사실상 이탈리아에 살고 있으면서도 주소지는 모나코 몬테 카를로에 두고 있다. 면세국인 모나코에 주소를 두고 영주권을 획득함으로써 세금을 피해온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런 교묘한 탈세도 이탈리아에 좌파정권이 들어서면서 제동이 걸렸다. 조세당국은 그의 일가가 고향인 이탈리아 북부 모데나에 막대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며 탈세혐의로 그를 고발했다. 파바로티는 자신이 모나코 영주권자임을 들어 저항했으나 올 4월 검찰에 의해 기소되는 등 궁지에 몰렸다.
그의 세금도피 전력은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98년에는 독일에서 콘서트를 열고 난 뒤 204만마르크(11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결국 그는 그해 12월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송년연주회와 99년 신년 베를린도이체오페라에서의 콘서트를 모두 취소하는 등 곤욕을 치른 끝에 결국 세금을 완납하고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이번에도 그는 지난 7월 말 이탈리아 조세당국에 모두 250억리라(135억원)의 체납 세금과 벌금을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파바로티는 “만족스러운 일과 불만족스러운 일이 동시에 생겼다. 만족스러운 것은 나를 괴롭혀온 법적 절차가 끝난 것이며 불만족스러운 것은 내 주머니에서 엄청난 돈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며 씁쓸해 했다.
김태경 기자/ 한겨레 국제부
gauza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