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석의 도전인터뷰]
박성화 전 청소년축구대표 감독에게 들은 세계청소년대회 뒷이야기
어릴 때부터 성적지상주의에 시달린 선수들 잔꾀만 늘어 안타까워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박성화(50) 전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예선 탈락의 아쉬움을 아직 씻어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귀국 길에 ‘기술축구’를 유난히 강조한 그는 “청소년 축구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성인 축구이기 때문에 기본기는 유소년 때 집중적으로 길러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예선 탈락과 관련해 그는 “세계 축구와의 벽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던 것과 관련해서는 “응집력이 떨어져서 정말 힘들었다”며 축구협회와 프로축구팀들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드러냈다. 특히 박주영 선수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훌륭한 선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목표의식이 사라진 것 같아 보였다”면서 “열심히 뛰지 않아 무척 답답했다”면서 안타까움도 표시했다.
청소년팀, 기초훈련 할 여건 안돼 4년 동안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했는데 성적을 평가해봤나. 2002년에는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했고 2003년에는 수원컵에서 우승했고, 지난해에는 부산국제대회에서 우승했다. 세계대회에서는 두번 다 실패했다. 아시아권에서는 전승하다시피 우승했다.
귀국할 때 우리 선수들에 대해서 이렇게 평했다. ‘자질은 최고이지만, 기술이 떨어진다. 우리는 억압적인 환경에서 개인기보다는 조직력을 다지도록 교육받아 기술이 약한 것이다. 개인의 경기 운용 능력도 문제다’라고.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틈만 나면 해외연수를 다녔다. 영국, 브라질 같은 곳이다. 다 합치면 3년 정도 된다. 세계 축구의 흐름을 보려고 했다. 아내와 함께 나가서 집까지 얻어 지냈다. 내 돈 쓴 거다. 세계 축구와 비교해보면 우리 선수들이 자질은 뛰어나다. 어릴 때부터 시합 위주로 훈련받아서 나름대로 변칙적인 경기 운용 능력도 뛰어나다. 그런데 성적 위주의 선수관리 때문에 학교 지도자들이 여유를 가지고 기초훈련을 시키지 못한다. 당장 팀 맡아서 성적을 못 올리면 자리를 뺏기기 때문에 기초가 부실한 경우가 많다. 유소년을 가장 잘 키우는 곳은 네덜란드와 프랑스다. 그런데 이런 나라들은 청소년대회에 별로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훈련 과정에서 시합 있으면 그냥 나가는 식이다. 이탈리아도 지난번에는 못 나왔다.
청소년팀에서는 기초훈련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나.
20살 이하라고 하지만 우리 나이로는 21살 아닌가. 사실 성인 선수들이다. 습관이 다 굳어 있다. 그래서 기초훈련을 하기엔 너무 늦었다. 청소년팀은 주로 시합 때문에 단기간에 구성돼 기초훈련할 시간도 없다. 예를 들어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볼을 받기 위한 움직임을 훈련하는 건 무척 중요하다. 창의력인데 그런 것이 부족하다. 또 큰 시합에서는 패스 미스, 문전 볼처리 미숙 등이 어김없이 나온다. 변두리에서는 잘 논다. 결정적일 때 정확성이 떨어진다. 약한 팀한테는 여유가 있는데 강팀이 나오면 실수를 한다. 조직력이나 체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브라질과의 경기를 봐라. 미드필드 공방은 그럭저럭 하는데 결정적인 처리를 못하지 않나. 세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센터링도 목표를 정해서 해야 하는데 그냥 올려주고 대충 찾아먹으라는 식이다. 대표팀이라는 것은 전국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을 모은 팀이어서, 선수들의 기본기를 감독이 얘기하면 변명이 될 수 있다. 그 점이 가장 안타까웠다.
세계 수준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난다는 말인가.
종합적으로 우리가 조금씩 다 부족하다. 체격 조건마저도 그렇다. 우리 국민들은 그런 부분은 잘 모른다. 스피드도 빠른 줄 알지만 세계 무대는 더 빠르다. 전체적으로 조금씩 떨어지는데, 이 부분을 메울 수 있는 것은 조직력뿐이다. 조직력은 단기간에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최근에는 소집 불응이라든지 대표팀 차출 문제 때문에 어렵게 돼 있다.
프로구단 문제인가.
대표팀 선수 빠지면 국내 프로팀이 어렵다는 것은 안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정해놓은 룰이 있는데 그마저도 안 지켜진다.
조직력도 대표팀 차출 때문에 힘들어
아시아대회와 세계대회 성적이 다른 것은 축구 수준 때문인가.
그런 게 있다. 감독의 전략·전술 문제도 따져야겠지만 좀더 폭을 넓혀 생각해야 한다. 세계 최고 팀들과 비교해볼 때 장단점을 곰곰히 따져봐야 한다. 협회나 팀에서 알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도 이젠 알아야 한다. 요즘엔 국제대회만 나가면 자동으로 4강에 올려놓고 시작한다. 월드컵 이후에는. 감독 입장에서도 16강, 8강은 의미 없다. 그런데 내부적으로는 신중해야 한다. 유소년축구를 보자. 한국이 주최했지만 우리는 8강에도 못 들어가고 일본이 우승했다. 목표를 1, 2년으로 잡지 말고 길게 잡아야 한다. 창의력이 뛰어난 어릴 때는 이론적인 것만 가르쳐도 잘 흡수한다. 그래야 좋은 움직임이 나온다. 성인이 되면 불가능하다. 우리와 선진 축구는 많은 차이가 난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하는 것 보니까 과연 우리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
그럼 기초훈련은 언제까지 해야 하나. 고등학교 때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고등학교 전까지 해야 한다. 10살, 12살 때 그런 기초적인 부분, 즉 창의력 부분을 길러야 한다. 외국의 유소년축구 지도자들은 나이가 많다. 진짜 사심 없이 축구를 사랑하는 분들이다. 아이들 앉혀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살갑게 한다. 정말 재미있게 한다. 기초만 가르치고 고급 기술은 안 가르친다.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어느 외국 지도자는 한 가지 기술 제대로 익히려면 3천번의 반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것도 집중적 반복이어야 한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이겨야 하니까 기술보다는 변칙적 잔꾀가 늘어난다. 공교육이 무너져서 학원 가서 시험공부을 하지 않나. 축구도 똑같다. 시합을 위해서 하고 있다. 중학교 감독한테 시합보다 기초훈련에 중점을 두라고 얘기하면 듣기 싫어한다. 너무 안타깝다.
대회 끝난 뒤에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당연히 감독이 책임진다. 우리나라는 과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해 축구가 더 발전하지 못한다. 감독은 결과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지도하게 된다. 99%의 긍정성보다 1%의 부정적인 면을 더 걱정하는 게 사람인데 그런 것을 안고 지도하면 어렵다. 또 세계 축구와의 수준 차이, 준비 과정에서의 문제점, 응집력·조직력이 떨어진 배경 등도 고려해야 한다.
롱 패스가 많았다고? 그렇지 않았다
응집력 얘기는 무엇인가.
감독이 바로 느낀다. 응집력이 떨어지면 하기 힘들다. 야구든 축구든 전력이 괜찮은 팀인데 연패에 빠지는 팀이 있지 않나. 훈련량도 중요하지만 집중성이 더 필요하다. 그 부분이 아주 힘들었다. 프로팀과의 마찰도 있었고, 결국 박주영이나 김진규는 대표팀 경기 끝내고 이틀 전에 합류했다. 시합 이틀 전에 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훈련만 죽어라고 하고 막판에 이틀 전에 오는 선수 때문에 주전에서 빠지면 팀의 응집력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드필드 싸움이 세밀하지 않고 롱 패스가 쓸데없이 많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자들이 그런 얘기하면 선수들한테 한번 물어보라고 한다. 압박축구를 하라고 하지만 축구는 상대적인 거다. 요구대로 다 되는 게 아니다. 하도 그런 얘기가 많아서 비디오테이프를 다시 한번 봤다. 스위스전에는 롱킥이 좀 많았다. 비가 무척 많이 왔고, 우리가 수중전에 약하다. 파워에서 밀렸다. 혼란이 왔다. 그런 상황에서는 감독이 지시하기 전에 선수들이 불안해한다. 자연스럽게 롱 패스 나온다. 벤치 지시 아니다. 내가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한테 묻고 싶다. 롱 패스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았다. 논평하는 분들은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
축구협회가 스위스를 1승 제물로 분석했다는 것은 문제 있는 것 아닌가.
문제 있다. 그러나 분석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24개 참가국을 다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예선전부터 파견해서 분석을 했다. 스위스가 제일 약체라고 판단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첫 경기에 모든 것을 집중하자는 입장에 대해서는 나도 찬성했다. 스위스팀이 2003년 17살 유럽대회 우승팀이다. 우승 뒤에 빅리그에 팔려간 선수가 6명이나 된다. 그것이 파악되지 않았다. 최종 엔트리가 대회 10일 전에 나와서 그때서야 알았다.
박주영 신드롬이 대단한데.
예전에 (이)동국이가 신드롬을 일으킬 때 같다. 그때 동국이도 내가 데리고 있었고. 공교롭게도 주영이도 내가 데리고 있을 때 신드롬이 일었다. 주영이가 아시아선수권 대회 때 어느 정도 붐을 조성했고, 카타르 대회 때 절정을 이뤘다. 대한민국이 난리났다. 주영이는 다양한 능력을 지닌 선수다. 이 신드롬을 잘 유지하려면 박주영 개인이 아니라 축구계 전체가 잘 관리해야 한다. 자칫하면 금방 식어버린다. 동국이 신드롬 때도 1년 동안은 엄청났다. 그런데 한순간에 식더라. 관중들 응원 문화는 청소년이 이끄는데 그때도 10, 11월 수능시험 때로 접어들어가자마자 물거품처럼 한순간에 사라졌다.
박주영은 성인 축구에서도 잘 적응하고 있지 않나.
잘하지만 한마디 충고하자면 환경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그래도 주영이는 성격이 좋아서 주위 환경에 휩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모른다. 어렵고 힘들 때는 100만원 월급 받아도 다 맞춰 살지만 1천만원을 받으면 1천만원에 맞춰 생활하게 돼 있다. 환경 때문에 그렇게 갈 수도 있다. 주위에서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다.
이번 경기에서도 좀 덜 뛴 것 같은데.
사실 좀 답답했다. (박)지성이가 뛰는 바로 그 1번 포지션을 줬다. 가장 많이 뛰어야 하는 포지션을 줬는데 제대로 뛰지 못했다. 사실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예선에 통과하는 데 공을 세웠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는) 목표의식이 사라진 것 같아 보였다. 브라질전에서는 하도 뛰지 않아서 하프타임 때 따로 불러서 강하게 얘기했다. 그런데도 바뀌지 않았다. 안타까웠다.
박주영은 축구계 전체가 잘 관리해야
선수들이 의외로 승부욕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성적지상주의를 어릴 때부터 겪은 때문인지 성인 축구에 오면 승부욕이 떨어진다. 외국과 비교해보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떨어진다. 히딩크 감독이 처음 왔을 때 체력이 60~70%라고 선언했다. 그건 승부욕과 관련된 것이었다. 차범근 감독도 독일에서 금방 왔을 때 국내 선수들을 이해 못했다. 왜 이렇게 안 뛰느냐는 거였다. 내가 모셨던 코엘류 감독도 도저히 이해 못했다. 외국 나가서 성공한 (박)지성이나 (이)영표를 따로 볼 기회가 있었는데, 국내와는 비교도 못한다고 하더라. 제대로 못하면 옆에 있는 동료들이 그렇게 뭐라고 한단다. 열심히 안 하면 못 견디는 구조인 거다. 승부욕이 약한 한국 축구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책임 추궁을 당할까봐 소극적인 경기를 하는 태도가 문제다.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국내 감독으로의 교체 주장도 있는데.
감독이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그런 얘기가 나오겠지만, 어쨌든 예선을 통과한 시점 아닌가. 그리고 감독에 대한 평가는 너무 서두르지 않는 게 좋다.
어릴 때부터 성적지상주의에 시달린 선수들 잔꾀만 늘어 안타까워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박성화(50) 전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예선 탈락의 아쉬움을 아직 씻어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귀국 길에 ‘기술축구’를 유난히 강조한 그는 “청소년 축구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성인 축구이기 때문에 기본기는 유소년 때 집중적으로 길러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예선 탈락과 관련해 그는 “세계 축구와의 벽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던 것과 관련해서는 “응집력이 떨어져서 정말 힘들었다”며 축구협회와 프로축구팀들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드러냈다. 특히 박주영 선수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훌륭한 선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목표의식이 사라진 것 같아 보였다”면서 “열심히 뛰지 않아 무척 답답했다”면서 안타까움도 표시했다.
청소년팀, 기초훈련 할 여건 안돼 4년 동안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했는데 성적을 평가해봤나. 2002년에는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했고 2003년에는 수원컵에서 우승했고, 지난해에는 부산국제대회에서 우승했다. 세계대회에서는 두번 다 실패했다. 아시아권에서는 전승하다시피 우승했다.

(사진/ 류우종 기자)

(사진/ 류우종 기자)

6월16일 F조 예선 2차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를 역전승으로 마친 뒤 박성화 감독이 박항서 전 축구대표팀 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