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근의 도전인터뷰]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집권 여당의 경제통 정세균 원내대표에게 무너진 부동산 해결책을 묻다
“이명박 시장의 중앙정부 책임론은 투기꾼 부추기는 결과 불러올 수도”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의 명운을 걸고 추진해온 보유세 강화 등 조세 형평성 중심의 부동산 투기 억제 및 가격 안정화 정책이 강남권 아파트값 폭등이라는 쓰나미 앞에 휘청이고 있다. 정부는 6월17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당·정·청 부동산정책간담회를 열고 “현재 부동산 정책수단은 부동산 투기 심리를 제어하기 미흡하고, 신뢰성까지 상실할 위기에 있다”면서 “정책의 목표와 효과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선언했다. 그러나 판교발 부동산 폭등을 막기 위해 6월20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판교 새도시의 25.7평 초과 택지 공급 절차를 잠정 유보하는 것 외에 구체적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여권은 물론 야당까지 문제의 심각성은 공유한다. 하지만 백가쟁명식 해법이 무성할 뿐이다. 어쩌다 참여정부의 최우선 정책인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국민적 조롱의 대상이 됐는지, 어디서부터, 또 어떻게, 왜 엉켰는지 꼭 집어 진단하지도 못한 채 속만 태우는 형국이다. <한겨레21>은 6월17일 집권 여당의 경제통으로 열린우리당 원내 사령탑을 맡고 있는 정세균 원내대표를 만나 해법을 들어봤다. 그 역시 속이 타는 듯했다. 그는 “한두 가지 정책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여러 정책을 한번에 쓰는 폴리시 믹스라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해법과 관련해 “지금 딱 누구의 손을 들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당장 집값 폭등의 전국화를 막기 위해 행정력을 동원한 규제를 동원해야 하지만, (주택) 수급 불균형이 있는 한 투기꾼들은 언제든 발호한다”며 “장기적으로 공급 확대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서민주택만 한정돼 있는 주택 공영개발을 중대형으로 확대해볼 가치가 있다”면서 “공영이 떠맡는 주택 개발 부분을 (중대형으로) 확장하는 게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발언은 20평 이하 소형 국민임대 주택에 한정된 현행 주택 공양개발 방식을 중대형까지 확대해 민간 업체와 공공 부문이 경쟁하는 체제로 가자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임대주택 150만호 건설계획을 수립하고, 이 가운데 100만호를 국민임대 주택으로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00만호 모두 전용면적 20평 이하(15평 이하 30만호, 15~18평 30만호, 19~20평 이하 40만호) 소형주택으로 집값 폭등의 대상인 중대형 평형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 늘려야
지난 6월14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는데, 여당 원내대표로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한 것인가.
원래 대통령이나 정부 여당은 부동산 투기는 막아야겠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특정 지역의 집값 급등이라는 문제가 생겼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이제 그냥 별것 아니라고 넘어가서는 안 되고 뭔가 액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투기는 반드시 잡겠다” “부동산을 통한 투기 이득은 봉쇄하겠다”고 지난 2년간 외쳤고, 그런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부동산 정책이 조롱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왜 그런가.
모든 일은 결과와 과정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결과가 불만족스럽다고 과정을 모두 부정해서도 안 되고, 과정이 합당하다고 결과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도 온당치 않다. 분명 참여정부는 진지하게 노력했다. 정부 출범 초기 부동산 문제는 매우 불안정했는데, 잘 관리해왔다. 지금 특정 지역에서 문제된 게 잘못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여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문제의식은 공유한다. 하지만 여당 안에서조차 기존 정책을 더 강도 높게 추진하자는 주장과 시장에 맡기자는 주장이 맞선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하나.
부동산 문제에 왕도가 있으면 대통령이 그렇게 관심 갖고 챙긴 정책에 이런 현상 안 왔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안고 있는 여건은 좋지 안다. 수도권은 여전히 (주택) 수급 불균형이고, 시중에는 상당한 정도의 부동자금이 있다. 증권시장은 부동자금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다. 금리도 옛날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런 복합적 요인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이지, 하나의 미세한 정책 조정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쨌든 해법은 찾아야 한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일단 단기적으로 규제를 동원하고, 세제 등 가능한 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수급 불일치 해소를 위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 지금 전국은 안정인데, 수도권은 아직도 수급 불일치다. 어떤 형태로든 수도권에서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켜주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공급 확대나 더 시장 중심주의로 가야 한다는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규제로 풀 수밖에 없다. 여기저기서 가격 폭등 현상이 더 심화되고, 주변 지역으로 전이돼 전국화하는 것을 일단 막아야 하니까.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에 불균형이 있는 한 투기꾼들은 언제든지 발호한다. 그러니 공급은 늘려줘야 한다. 물론 옛날 신도시 하듯 한꺼번에 왕창 해결하려하면 부작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맞춰야 한다.
저금리는 그대로 유지
저금리 정책도 손봐야 한다고들 요구한다. 부동자금 400조원이 부동산 가격 폭등의 주범이라는데.
부동자금 400조원은 과장된 것이다. 현재 요구불예금 총계가 400조원인데, 기업과 개인이 당연히 가져야 할 요구불예금 규모가 200조~300조원은 돼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부동자금은 100조~200조원이고, 그 돈이 투기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하지만 부동산 대책 하나만 보고 금리정책을 동원하기는 어렵다. 부수적으로 금리가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것이 부동산 문제를 푸는 주요 정책수단이 될 수는 없다.
저금리 정책을 손보지 않고는 어떤 부동산 정책도 백해무익하다고 한다. 은행이나 증권 대신 부동산에 묻어두면 언젠가 돈이 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한 투기는 언제든 재현되는 것 아니냐.
부동산 수익률이 지금까지는 괜찮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나쁘면 환금성이 없다. 진짜 여유자금이 아니면 부동산 투자는 어렵다. 때문에 금리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금리가 당연히 영향을 미치겠지만 부동자금은 증권시장, 채권시장으로 끌어내 산업자금화해야 한다. 결국 우리 경제 수준이나 규모에 비해 열악한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을 발전시켜야 한다.
몇몇 학자들은 참여정부의 ‘보유세 강화’ 방향은 맞지만 실효세율이 0.15%에 불과해 별로 무섭지 않다고들 한다. 2017년 목표인 실효세율 1%를 참여정부 임기 안에 달성하고, 장기적으로 3%까지 높이는 고강도 처방을 해야 집값 폭등이 안정되고 정책효과도 난다고 주장하는데.
조세저항 때문에 아주 올바른 정책도 중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1%면 10억원짜리 집을 가진 사람이 1년에 1천만원을 보유세로 내야 한다. 연 소득이 1억원이라도 10%를 세금으로 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3%까지 간다. 그러면 세금 못 내고, 못 받는다. 현실성 없는 과도한 의존이다. 실제 미국이 실효세율 1% 수준인데, 그것이 나는 맥시멈이라 생각한다. 그것도 장기간에 걸쳐 점차 인상해야지 너무 단시간에 달성하려면 좌초할 위험이 많다. 편안히 할 수 있다면 어떤 정부가 안 하겠나. 하지만 수십년간 쌓인 적패를 청산하기 위해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출 때는 당연히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 때문에 거래세는 과감하게 낮춰줘서 최대한 조세저항 유발하지 않고 그런 변화가 큰 저항, 좌초 없이 순항할 수 있도록 결단하는 게 필요한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거래세 인하에 대해 과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모든 리스크를 고려하다 보면 정책의 힘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아니지. 조세제도를 바꿀 때 조세저항을 고려하는 것은 신중한 게 아니라, 지혜로운 것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정부가 너무 지나치게 강남에 가서 따라다니며 막으려 한다고 비판한다. 나름대로 새겨들을 구석이 있지 않나.
이명박 시장이 잘했으면 우리가 이렇게 안 해도 된다. 아니, 뉴타운 등 강북 개발을 잘해서 강남 선호도가 낮아지고, 강남·북간 양극화를 해소했으면 이런 상황도 안 오고, 이런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것 아닌가. 서울 시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중앙정부 책임이냐. 그건 현실에 대한 책임을 호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살 정도로 무책임한 발언이다. 왜 남 탓만 하고, 정치공세나 하고 있나.
개발 이익 환수하고 공영개발 강화해야
정부 책임도 있는 것 아니냐.
그래서 정부가 ‘이건 서울시 책임이오’라고 말하지 않고 잘하겠다고 하는 것 아니냐. 그러면 서울시도 자기들이 뭘 할 것인지 고민하고, 부동산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나와야지 무슨 책임을 따지고 정치공세만 하나.
야당도 나름대로 원가공개 해법 등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 아닌가.
방안을 내는 건 좋은데, 진정성이 있는가? 또 때 만났다고 자꾸 부추기는 일을 하지 않나. 특히 이명박 시장이 자꾸 그러는 것은 오히려 투기꾼들을 부추기는 결과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이명박 시장의 어떤 측면이 그렇다는 것인가.
=자꾸 이건 기초적인 것이라 폄하하고 평가절하하는데 이것은 앞으로도 문제를 해결 못할 것이라는 걸 내포하는 것 아니냐. 중앙정부와 힘을 합쳐서, 부동산 투기는 잡겠다고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어쨌든 정부와 여당이 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비교적 시장 원리를 중시하는 사람이지만, 주택과 토지만큼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개발 이익도 환수하고, 공영개발도 강화해야 한다.
토지와 주택 전반에 대한 공영개발을 하자는 것인가.
토지는 이미 공영개발하고 있고, 이제 주택까지 (공영개발을) 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택 공영개발론에 대해 반론도 있는데.
주택의 질 저하를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제 공공이 민간과 경쟁해야 하고, 경쟁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공공 부문도 이제 함께 거들어야 한다. 지금은 (주택공영 개발이) 서민주택에 한정돼 있는데, 중대형도 해볼 수 있다. 공영이 떠맡는 주택 개발 부분을 확장하는 게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된다.
결국 소형 평형 중심의 공공주택 건설 뒤 임대 방식을 중산층의 수요가 있는 중대형까지 확대해 임대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인가.
그렇다.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 당내 부동산 기획단 안에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몇 가지 당내 현안을 묻고 싶다. 정 대표는 지난해 민주당의 2002년 대선 빚을 갚아주려 노력했고, 민주당과의 합당론자였다. 아직도 합당은 정치권의 화두인데.
나의 진정성을 누군가 악용하는 것 같아 지금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속마음을 그대로 표출하고, 애정을 고백하고, 사랑을 표현하는데 그것을 자꾸 정치적으로 써먹으면 안 된다. 또 민주당이 전당대회에서 합당을 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그것을 잊고 합당을 논의할 수 있다는 쪽으로 민주당 내부가 변해야지, 지금 우리가 물리적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다.
여전히 합쳐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나.
정책도 같고 뿌리도 같은데. 그러나 진정한 속마음을 털어내도 정치적으로 악용되기 때문에 이제 그런 얘기도 하기 싫다.
고건의 정치력 검증되지 않아
당 일각에서 최근 고건 전 총리 중심의 정계개편론이 나온다. 고 전 총리도 대권 도전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 같은데, 고 총리 변수를 어떻게 보나.
당내에 고건 문제에 관해 그런 의견을 갖는 사람을 나는 단 한분밖에 보지 못했다.
신중식 의원을 말하나.
하여튼, 다수는 불과하고 여러 사람이 있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아직도 먼 얘기다. 대선 민심이 세팅될 때까지는 앞으로 몇번은 엎치락뒤치락할 것이다. 지금은 너무 이르다.
고 전 총리 변수를 염두에 두고 관리해야 하지 않나.
막 견제하고 그럴 입장도 아니다. 우리당의 정체성이 있고, 당 내부에도 인재가 많다. 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무슨 대선 타령이냐. 정계개편이 개인 중심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정책과 노선이 같아야 한다.
고 전 총리는 어디다 모셔놔도, 정책과 노선이 맞는 만능 카드라고들 하는데.
하지만 그는 정치력이 검증된 적이 한번도 없다. 다음 대선에서 범개혁 세력과 보수 세력이 경쟁할 가능성 많은데 범개혁 세력을 아우를 정치력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명박 시장의 중앙정부 책임론은 투기꾼 부추기는 결과 불러올 수도”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의 명운을 걸고 추진해온 보유세 강화 등 조세 형평성 중심의 부동산 투기 억제 및 가격 안정화 정책이 강남권 아파트값 폭등이라는 쓰나미 앞에 휘청이고 있다. 정부는 6월17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당·정·청 부동산정책간담회를 열고 “현재 부동산 정책수단은 부동산 투기 심리를 제어하기 미흡하고, 신뢰성까지 상실할 위기에 있다”면서 “정책의 목표와 효과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선언했다. 그러나 판교발 부동산 폭등을 막기 위해 6월20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판교 새도시의 25.7평 초과 택지 공급 절차를 잠정 유보하는 것 외에 구체적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사진/ 박승화 기자)

5월31일 무주리조트에서 열린 2005 열린우리당 워크숍. 신랄한 비판이 쏟아진 연설을 듣는 모습이 심각하다. 왼쪽부터 임채정, 정세균, 문희상, 장영달 중앙위원. (사진/ 한겨레 김경호 기자)

(사진/ 한겨레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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