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을 열면 영국이 다친다”
등록 : 2001-01-02 00:00 수정 :
영국의 정보기관인 MI5의 최고책임자를 지낸 스텔라 리밍턴의 회고록 때문에 노동당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국의 정보기관은 해외를 담당하는 MI6, 국내를 담당하는 MI5, 그리고 암호해독과 통신감청을 맡는 GCHQ 등으로 나뉜다. 잘 알려졌다시피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는 MI6 소속이다.
리밍턴은 지난 1992∼96년까지 MI5의 최고책임자를 지냈다. MI5의 최고책임자가 여성인 것도, 이름과 얼굴이 공개된 것도 그가 최초였다. 리밍턴은 퇴임 뒤 <놀라움의 생활>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출판하려 했고 랜덤하우스 출판사로부터 50만파운드(9억4600만원)의 선불까지 받았다. 다만 그는 회고록에 국가안보와 배치되는 내용은 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회고록을 출판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했고 보수파 의원들과 정보기관들도 “분별없는 짓”, “배신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영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리밍턴의 회고록 출판을 허용할 경우 다른 정보기관 요원들의 회고록 출판이 잇따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전직 M15 요원 데이비드 셰일러(34)와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셰일러는 1996년 MI6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암살하려는 시도에 관여했다고 폭로한 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셰일러에 따르면, MI6은 10만파운드(1억8900만원)의 자금을 리비아의 우익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지원해 카다피의 차량에 폭탄을 장착했으나 실패했다. 셰일러는 공작에 직접 관여한 MI6 요원 2명의 이름을 영국의 한 언론에 제공하기도 했다.
김태경 기자/ 한겨레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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