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근의 도전인터뷰]
교육부에 단호히 저항하겠다는 이수일 전교조 위원장
“비리·부적격 교사는 교육환경 민주화로 퇴출해야”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교육인적자원부가 6월1일 시범실시를 공언한 교원평가제를 놓고 정면 충돌로 치닫고 있다. 학교 수업의 질적 향상을 명분으로 학생·학부모가 교사들의 공개수업을 평가하고, 교사들 사이에 상호평가도 실시하겠다는 교육부. 여론도 일단 교원평가제를 긍정하는 분위기다. 비리·촌지·부적격 교사에 대한 분노, 교육정책과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 경쟁과 퇴출의 적자생존 법칙에서 벗어나 60살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안전지대인 교직 사회에 대한 시기심 등이 한데 버무려진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는 단호하다. 5월23일부터 전국 16개 시·도지부장이 교육부 앞에서 농성을 시작하고, 6월 초부터는 교원들이 연가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교육부의 교원평가제는 정부의 교육정책 실패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하는 술책이며, 교원 통제와 구조조정을 위한 음모”라고 외친다. 보수적 목소리를 냈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 한국교직원노동조합과 연대 깃발까지 올렸다. 전교조는 왜 ‘교사평가제’에 결사항전하는가. 5월20일. 서울 영등포2가 139번지, 영등포 로터리 인근에 있는 전교조 사무실에서 그 중심축에 선 이수일 전교조 위원장을 만났다. 기자는 대중의 궁금증을 좀 거칠게 따져들었다. “평가 거부는 제 밥그릇 지키기 아닌지’ ‘왜 교사만 평가의 무풍지대에 남아 있으려는 것인지’….
우린 50년간 평가받아왔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교원평가제에 반대하는 이유가 뭔가.
교원평가를 왜 이 시기에 들고 나오나. 학교 교육은 교육부가 다 좌지우지했다. 1995년 ‘5·31 교육개혁안’이 나온 이래로 10년 동안 교육개혁을 추진했는데,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지금까지 정부의 교육정책 실패 책임을 교원에게 전가하려는 의도다. 수업의 질 개선을 얘기하는데 실효성이 없다. 노무현 정부 들어 교육 여건은 더 나빠지고 있다. GNP(국민총생산) 대비 교육 예산도 줄고, 법정 교원 수도 줄고, 수업 시수는 늘었다. 이런 여건에서 교원평가제로 수업의 질을 높인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평가방법도 공개수업을 통한 참관인데…. 지금도 연구수업, 공개수업 있지만 보여주기 위해 형식적으로 하는 것일 뿐이다. 1년에 한두번 그것을 못할 교사가 어디 있냐. 정부는 전교조가 지난 5월2일 함께 하기로 한 공청회를 무산시켰다며 책임을….
거, 가만 있으세요. 반대 이유가 그렇게 간단치 않다. 꼭지별로 나눠도 무려 8가지나 된다. 교사 1인당 연 3회의 공개수업 평가를 받을 경우 교사 70명인 학교에서 연 210회의 공개수업이 이뤄진다. 거의 매일 일상적인 수업을 조정하고 선생님들은 상호평가하러, 학생과 학부모는 선생님 평가하러 간다. 교사는 신분이 걸렸으니 사활을 걸고 준비하고, 이의를 제기한다. 외국의 예를 봐도 엄청난 인력을 동원한다. 주관적인 수업을 계량화하기도 어렵다. 기자의 질문까지 막아가며 이수일 위원장은 반대의 근거를 쏟아냈다. 그는 정리된 문건과 통계수치까지 동원했다. 그의 결론은 교사평가제는 현행 입시경쟁을 더 가중시키고, 교사들이 학생 성적을 자발적으로 조작하는 부작용까지 발생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 입시교육 체제에서 학생의 성적이 결국 교사의 성적이고, 교사는 학생을 채찍질해 자기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 심지어 공부 못하는 학생을 시험 날 나오지 말라고 할 수 있다. 평균이 올라야 자기가 평가를 잘 받으니. 경우에 따라 교사가 학생 성적을 조작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냐. 서로 잠재적 적이 된 교사들은 서로 잘 봐주기 아니면 끌어내리기 평가로 갈 것이다. 상대가 나에게 나쁘게 주면 나도 나쁘게 갈 수밖에 없다. 이론처럼 그렇게 냉정하게 갈 수는 없다. 우려에 공감한다. 그런데 여론은 과거 참교육 투쟁 때와 달리 비판적이다. 막말로 너희들은 학생을 매일 평가하면서 왜 자기 평가에는 인색하냐고 비판한다.
우린 50년간 평가를 받아왔다. 교원근무평정제라는 가장 오랜 평가제를 갖고 있다. 교사만큼 철저하게 평가받아온 집단이 어디 있나. 사회의 모든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권한이 있는 만큼 의무가 있다. 그럼 한국 교육을 좌우한 게 과연 누구냐. 교사에게 전권이 있었나. 학교 교육 실패의 원인은 정책 당국에 있다. 입시제도가 수없이 바뀌고 실업교육이 붕괴됐지만 누가 책임지고 평가받았나. 이제 와서 그 정책 실패의 책임을 교원한테 전가한다. 마치 교사가 교육의 전권을 쥐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이건 잘못된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더욱 격해졌다. 이수일 위원장은 사회 지도층과의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했다.
‘사’ 자 붙은 사람치고 제대로 평가받나. 의사들은 생명을 다루고, 인권 문제 등 사회적 존재로 모든 것을 갖고 있는 법관과 판검사들은 또 얼마나 중요하냐. 오판도 하고 의료사고도 낸다. 그들이 제대로 평가받나. 거기에 비해 우리는 처음부터 평가제를 안고 살아왔다.
교사에겐 신분 안정이 유일한 메리트
다면평가와 경쟁은 사회적 대세다. 교원처럼 한번 선생님이 되면 60살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이 어디 있냐고들 한다.
사회·경제적 지위는 전혀 나아진 게 없는데 그나마 정년이 보장된다고 사범대에 우수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그것을 깨면 교사의 질이 올라갈까, 내려갈까? 그것을 깨는 게 교사의 질을 올리는 것이라고 보는가? 신분 안정이 거의 유일한 메리트다. 그나마 우수 학생이 선호해 교사의 질을 올릴 수 있는 길이다. 영국은 연봉제에 신자유주의적 평가제까지 적용해 교사가 기피 직종이 됐다. ‘교사는 학교로 돌아오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50개국에서 교사를 수입하고 있다. 그게 무슨 성공사례라고 평가하나. 마치 교사가 다 정년이 보장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립학교는 이미 비정규직이 15%를 넘었다. 전체 8%가 비정규직 교사다. 교직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그런 우려도 일리 있다. 하지만 교사들이 학생, 학부모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불만이 있다. 사적 경험을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내 처형이 사립학교에 애를 입학시켰는데 선생님의 촌지 요구를 1년 동안 거부하다 결국 애를 전학시켰다. 일부 이런 선생님들은, 어떻게 좀…. 객관적 평가로 퇴출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있고, 정부는 그 여론에 뿌리를 두고 평가제 드라이브를 건다.
비리·부적격 교사와 교원평가는 분리해야 한다. 우리가 그들을 옹호할 이유는 없다. 성폭행한 교사, 성적 조작, 촌지 받는 교사, 심한 체벌로 학생 인권 유린하는 교사, 이런 것은 현행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 현행 교원근무평정제로도 퇴출할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좀더 엄중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우리는 그런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 전교조 출범 때부터 우린 촌지 안 받고, 체벌 없애는 데 앞장섰다. 그런 도덕성 때문에 전교조가 지지를 얻은 것 아니냐. 그런 것과 타협할 이유는 없다. 지금도 학교 운영위원회 회계 비리 폭로, 촌지 근절 등에 앞장서고 있다. 그 점을 엄격히 하자는 것은 거부할 이유가 없다. 이수일 위원장은 오히려 비리·부적격 교사의 싹을 자르는 것은 교사평가제가 아니라, 교육과 학교 운영의 민주화, 입시위주 교육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사실 비리 하나하나를 잘 보고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 성적 조작이 왜 생기나. 입시교육 때문이다. 교원을 평가하면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자기 반 성적이 다른 반보다 높아야 하고, 학교 성적이 좋아야 교장 평가도 좋을 텐데, 입시경쟁이 격화될수록 교사평가제 아래서 성적 비리는 더 커질 수 있다. 학교 회계 비리가 생기는 것도 학교 운영이 비민주적이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는 비리의 복마전이다. 재단의 수십억, 수백억대 비리가 터지고 있다. 이것은 학교 운영 투명화, 민주화를 통해 없애야지 교원평가를 통해 없앨 순 없다. 성폭행도 옛날 재단 이사장들이 여교사를 상대로 하던 것이다. 여교사들이 술자리에서 성폭행 당해 뛰쳐나가고, 직장을 잃을까봐 속앓이하고…. 이런 독버섯 같은 문제가 사라지려면 학교가 민주적, 교육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게 교육적 해법이다. 비리교사 척결은 교육환경 민주화로
이런 것은 내버려둔 채 입시경쟁을 더 격화시키고, 비민주적 사립학교법은 개정하지 않고, 일인 독재적 교장 중심의 학교 운영체는 그대로 두고 교사평가만 하면 그런 부적격 교사들이 사라지는가. 선생과 학생이 교육적 관계가 아니라, “이 새끼야. 하라면 하지 뭐 말대답이야”라며 “바리깡으로 머리 확 밀고”. 모든 게 관료적, 군사적 문화다. 이것을 척결해야지 교사 개인의 퍼스낼리티, 도덕성 등 개인 문제로 환원해서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된 접근 방식이다. 종합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 이런 바탕에서 교육부가 안을 내면 함께 협의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빌미로 전체 교사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불신의 안경을 쓰고, 점수를 매기는 것은 교원 통제와 구조조정 합리화 의도가 깔린 것이다.
좋은교사운동본부 소속 교사들은 일단 정부의 다면평가안을 수용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자고 주장한다. 정부를 강제하려면 전교조가 먼저 ‘더 철저하고 정확하게 평가받겠다. 그 대신 정부도 신자유주의적 입시경쟁, 교육 여건 악화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게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런 접근도 가능하다. 그러나 평가에 찬성하는 좋은교사 모임도 내가 잘아는데, 교육부 안을 그대로 수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하고 비슷한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리가 모든 평가를 거부하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이미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단, 우리는 교육부의 평가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교육적이고 실효성 있는 평가 시스템, 책임 있는 대안을 내겠다. 현재 학교교육종합평가안이라는 시안을 준비하고 있다. 어떤 대안인가.
교육정책 평가와 정책실명제를 근본으로 학교 교육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는 것이다. 입시경쟁 교육체제, 실업교육 정책은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그런 정책을 주장한 학자, 입안한 관료, 당시에 정치적 책임자 모두에게 꼬리표를 달고 무한책임을 지워야 한다. 교육부 안에는 이런 게 다 빠져 있다. 교사는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가.
교사 혼자서 교육하는 게 아니다. 교사·학생·학부모 등 교육 3주체의 협력적 상호평가로 가야 한다. 어느 일방을 대상화해 점수를 매기는 게 아니라, 위치와 역할을 서로 존중하는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또 집단적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교사들이 집단적으로 자기를 평가하겠다는 것인가.
교육부는 교사 개개인을 도마 위에 올린다. 우리는 학년을 함께 맡은 담임교사끼리, 교과별 담당 선생님끼리, 또 학년별 평가회를 갖자는 것이다. 개인평가로 나가기 위해서도 이런 과정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 자율평가, 집단평가가 냉혹한 자기반성과 수업의 질 향상을 끌어낼 수 있나. 결국 교육부 안처럼 교사간 온정주의로 가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나.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보여주기 수업은 잘하면 잘할수록 실제 수업은 부실해진다. 거기에 시간을 뺏기니까. 그 점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가짜를 보여줘서는 안 된다. 일상적인 수업이 좋아져야 한다. 일상적인 수업을 당사자들이 평가하는 자율 시스템이 돼야 한다. 대상화된 타율 평가가 아닌 자율 평가만이 진정성을 담보한다고 본다. 방법은 좀더 개발하겠다. 평가 안 해도 학생들은 귀신같이 안다 선생의 생명력은 학생의 호응이다. 누가 평가하지 않아도 학생의 호응이 없으면 지치고 무력감을 느껴 수업을 못한다. 학생도 귀신같이 안다. 누가 진짜 사랑하고, 진정성 있는지, 실력 있는지.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 학생의 사랑 없는 교사의 생명력은 있을 수 없다. 평가하면 교사의 자발성은 죽인다. 경쟁적 평가 속에서 무슨 창의적 교육, 인성교육을 하겠냐. 전교조 교사가 인성교육 얘기하면 학생들이 “진도 나가요”라고 말하던 것도 이제 옛날 얘기다. 아예 안 듣는다. “너 혼자 떠들어라.” 수업하자는 얘기도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평가하면 교사는 입시교육 강화로 갈 수밖에 없다. 인성교육, 창의교육 그런 건 발 붙일 곳이 없어진다. 교사에게 그런 권한을 줘야 한다. 소신껏 수업 방식 개발하고, 창의적 교육하고 그것으로 내신 점수 매기고, 대학에 가게 해야 한다. 그래야 새 수업방식이 개발되고, 애들도 재미있어하고 선생님의 권위도 생긴다. ***** 이번호부터 ‘신승근·김창석 기자의 도전인터뷰’가 신설됩니다. 두 기자가 매주 돌아가며 이슈의 중심에 놓인 인물들과의 생생한 인터뷰를 전할 예정입니다.
“비리·부적격 교사는 교육환경 민주화로 퇴출해야”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교육인적자원부가 6월1일 시범실시를 공언한 교원평가제를 놓고 정면 충돌로 치닫고 있다. 학교 수업의 질적 향상을 명분으로 학생·학부모가 교사들의 공개수업을 평가하고, 교사들 사이에 상호평가도 실시하겠다는 교육부. 여론도 일단 교원평가제를 긍정하는 분위기다. 비리·촌지·부적격 교사에 대한 분노, 교육정책과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 경쟁과 퇴출의 적자생존 법칙에서 벗어나 60살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안전지대인 교직 사회에 대한 시기심 등이 한데 버무려진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는 단호하다. 5월23일부터 전국 16개 시·도지부장이 교육부 앞에서 농성을 시작하고, 6월 초부터는 교원들이 연가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교육부의 교원평가제는 정부의 교육정책 실패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하는 술책이며, 교원 통제와 구조조정을 위한 음모”라고 외친다. 보수적 목소리를 냈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 한국교직원노동조합과 연대 깃발까지 올렸다. 전교조는 왜 ‘교사평가제’에 결사항전하는가. 5월20일. 서울 영등포2가 139번지, 영등포 로터리 인근에 있는 전교조 사무실에서 그 중심축에 선 이수일 전교조 위원장을 만났다. 기자는 대중의 궁금증을 좀 거칠게 따져들었다. “평가 거부는 제 밥그릇 지키기 아닌지’ ‘왜 교사만 평가의 무풍지대에 남아 있으려는 것인지’….

(사진/ 박승화 기자)
교원평가를 왜 이 시기에 들고 나오나. 학교 교육은 교육부가 다 좌지우지했다. 1995년 ‘5·31 교육개혁안’이 나온 이래로 10년 동안 교육개혁을 추진했는데,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지금까지 정부의 교육정책 실패 책임을 교원에게 전가하려는 의도다. 수업의 질 개선을 얘기하는데 실효성이 없다. 노무현 정부 들어 교육 여건은 더 나빠지고 있다. GNP(국민총생산) 대비 교육 예산도 줄고, 법정 교원 수도 줄고, 수업 시수는 늘었다. 이런 여건에서 교원평가제로 수업의 질을 높인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평가방법도 공개수업을 통한 참관인데…. 지금도 연구수업, 공개수업 있지만 보여주기 위해 형식적으로 하는 것일 뿐이다. 1년에 한두번 그것을 못할 교사가 어디 있냐. 정부는 전교조가 지난 5월2일 함께 하기로 한 공청회를 무산시켰다며 책임을….
거, 가만 있으세요. 반대 이유가 그렇게 간단치 않다. 꼭지별로 나눠도 무려 8가지나 된다. 교사 1인당 연 3회의 공개수업 평가를 받을 경우 교사 70명인 학교에서 연 210회의 공개수업이 이뤄진다. 거의 매일 일상적인 수업을 조정하고 선생님들은 상호평가하러, 학생과 학부모는 선생님 평가하러 간다. 교사는 신분이 걸렸으니 사활을 걸고 준비하고, 이의를 제기한다. 외국의 예를 봐도 엄청난 인력을 동원한다. 주관적인 수업을 계량화하기도 어렵다. 기자의 질문까지 막아가며 이수일 위원장은 반대의 근거를 쏟아냈다. 그는 정리된 문건과 통계수치까지 동원했다. 그의 결론은 교사평가제는 현행 입시경쟁을 더 가중시키고, 교사들이 학생 성적을 자발적으로 조작하는 부작용까지 발생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 입시교육 체제에서 학생의 성적이 결국 교사의 성적이고, 교사는 학생을 채찍질해 자기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 심지어 공부 못하는 학생을 시험 날 나오지 말라고 할 수 있다. 평균이 올라야 자기가 평가를 잘 받으니. 경우에 따라 교사가 학생 성적을 조작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냐. 서로 잠재적 적이 된 교사들은 서로 잘 봐주기 아니면 끌어내리기 평가로 갈 것이다. 상대가 나에게 나쁘게 주면 나도 나쁘게 갈 수밖에 없다. 이론처럼 그렇게 냉정하게 갈 수는 없다. 우려에 공감한다. 그런데 여론은 과거 참교육 투쟁 때와 달리 비판적이다. 막말로 너희들은 학생을 매일 평가하면서 왜 자기 평가에는 인색하냐고 비판한다.
우린 50년간 평가를 받아왔다. 교원근무평정제라는 가장 오랜 평가제를 갖고 있다. 교사만큼 철저하게 평가받아온 집단이 어디 있나. 사회의 모든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권한이 있는 만큼 의무가 있다. 그럼 한국 교육을 좌우한 게 과연 누구냐. 교사에게 전권이 있었나. 학교 교육 실패의 원인은 정책 당국에 있다. 입시제도가 수없이 바뀌고 실업교육이 붕괴됐지만 누가 책임지고 평가받았나. 이제 와서 그 정책 실패의 책임을 교원한테 전가한다. 마치 교사가 교육의 전권을 쥐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이건 잘못된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더욱 격해졌다. 이수일 위원장은 사회 지도층과의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했다.
‘사’ 자 붙은 사람치고 제대로 평가받나. 의사들은 생명을 다루고, 인권 문제 등 사회적 존재로 모든 것을 갖고 있는 법관과 판검사들은 또 얼마나 중요하냐. 오판도 하고 의료사고도 낸다. 그들이 제대로 평가받나. 거기에 비해 우리는 처음부터 평가제를 안고 살아왔다.

5월3일 교총과 전교조, 한교조등 3개 교원단체가 교원평가제도 개선 방안 공청회 참가 거부를 선언한 뒤 일부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공청회장에서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한겨레 이정아 기자)
사회·경제적 지위는 전혀 나아진 게 없는데 그나마 정년이 보장된다고 사범대에 우수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그것을 깨면 교사의 질이 올라갈까, 내려갈까? 그것을 깨는 게 교사의 질을 올리는 것이라고 보는가? 신분 안정이 거의 유일한 메리트다. 그나마 우수 학생이 선호해 교사의 질을 올릴 수 있는 길이다. 영국은 연봉제에 신자유주의적 평가제까지 적용해 교사가 기피 직종이 됐다. ‘교사는 학교로 돌아오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50개국에서 교사를 수입하고 있다. 그게 무슨 성공사례라고 평가하나. 마치 교사가 다 정년이 보장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립학교는 이미 비정규직이 15%를 넘었다. 전체 8%가 비정규직 교사다. 교직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그런 우려도 일리 있다. 하지만 교사들이 학생, 학부모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불만이 있다. 사적 경험을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내 처형이 사립학교에 애를 입학시켰는데 선생님의 촌지 요구를 1년 동안 거부하다 결국 애를 전학시켰다. 일부 이런 선생님들은, 어떻게 좀…. 객관적 평가로 퇴출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있고, 정부는 그 여론에 뿌리를 두고 평가제 드라이브를 건다.
비리·부적격 교사와 교원평가는 분리해야 한다. 우리가 그들을 옹호할 이유는 없다. 성폭행한 교사, 성적 조작, 촌지 받는 교사, 심한 체벌로 학생 인권 유린하는 교사, 이런 것은 현행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 현행 교원근무평정제로도 퇴출할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좀더 엄중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우리는 그런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 전교조 출범 때부터 우린 촌지 안 받고, 체벌 없애는 데 앞장섰다. 그런 도덕성 때문에 전교조가 지지를 얻은 것 아니냐. 그런 것과 타협할 이유는 없다. 지금도 학교 운영위원회 회계 비리 폭로, 촌지 근절 등에 앞장서고 있다. 그 점을 엄격히 하자는 것은 거부할 이유가 없다. 이수일 위원장은 오히려 비리·부적격 교사의 싹을 자르는 것은 교사평가제가 아니라, 교육과 학교 운영의 민주화, 입시위주 교육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사실 비리 하나하나를 잘 보고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 성적 조작이 왜 생기나. 입시교육 때문이다. 교원을 평가하면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자기 반 성적이 다른 반보다 높아야 하고, 학교 성적이 좋아야 교장 평가도 좋을 텐데, 입시경쟁이 격화될수록 교사평가제 아래서 성적 비리는 더 커질 수 있다. 학교 회계 비리가 생기는 것도 학교 운영이 비민주적이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는 비리의 복마전이다. 재단의 수십억, 수백억대 비리가 터지고 있다. 이것은 학교 운영 투명화, 민주화를 통해 없애야지 교원평가를 통해 없앨 순 없다. 성폭행도 옛날 재단 이사장들이 여교사를 상대로 하던 것이다. 여교사들이 술자리에서 성폭행 당해 뛰쳐나가고, 직장을 잃을까봐 속앓이하고…. 이런 독버섯 같은 문제가 사라지려면 학교가 민주적, 교육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게 교육적 해법이다. 비리교사 척결은 교육환경 민주화로

"선생의 생명력은 학생의 호응이다" 경쟁을 강조하는 교사평가제 아래에서는 인성교육이 어렵다고 말하는 이수일 위원장. (사진/ 박승화 기자)
물론 그런 접근도 가능하다. 그러나 평가에 찬성하는 좋은교사 모임도 내가 잘아는데, 교육부 안을 그대로 수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하고 비슷한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리가 모든 평가를 거부하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이미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단, 우리는 교육부의 평가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교육적이고 실효성 있는 평가 시스템, 책임 있는 대안을 내겠다. 현재 학교교육종합평가안이라는 시안을 준비하고 있다. 어떤 대안인가.
교육정책 평가와 정책실명제를 근본으로 학교 교육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는 것이다. 입시경쟁 교육체제, 실업교육 정책은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그런 정책을 주장한 학자, 입안한 관료, 당시에 정치적 책임자 모두에게 꼬리표를 달고 무한책임을 지워야 한다. 교육부 안에는 이런 게 다 빠져 있다. 교사는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가.
교사 혼자서 교육하는 게 아니다. 교사·학생·학부모 등 교육 3주체의 협력적 상호평가로 가야 한다. 어느 일방을 대상화해 점수를 매기는 게 아니라, 위치와 역할을 서로 존중하는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또 집단적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교사들이 집단적으로 자기를 평가하겠다는 것인가.
교육부는 교사 개개인을 도마 위에 올린다. 우리는 학년을 함께 맡은 담임교사끼리, 교과별 담당 선생님끼리, 또 학년별 평가회를 갖자는 것이다. 개인평가로 나가기 위해서도 이런 과정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 자율평가, 집단평가가 냉혹한 자기반성과 수업의 질 향상을 끌어낼 수 있나. 결국 교육부 안처럼 교사간 온정주의로 가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나.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보여주기 수업은 잘하면 잘할수록 실제 수업은 부실해진다. 거기에 시간을 뺏기니까. 그 점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가짜를 보여줘서는 안 된다. 일상적인 수업이 좋아져야 한다. 일상적인 수업을 당사자들이 평가하는 자율 시스템이 돼야 한다. 대상화된 타율 평가가 아닌 자율 평가만이 진정성을 담보한다고 본다. 방법은 좀더 개발하겠다. 평가 안 해도 학생들은 귀신같이 안다 선생의 생명력은 학생의 호응이다. 누가 평가하지 않아도 학생의 호응이 없으면 지치고 무력감을 느껴 수업을 못한다. 학생도 귀신같이 안다. 누가 진짜 사랑하고, 진정성 있는지, 실력 있는지.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 학생의 사랑 없는 교사의 생명력은 있을 수 없다. 평가하면 교사의 자발성은 죽인다. 경쟁적 평가 속에서 무슨 창의적 교육, 인성교육을 하겠냐. 전교조 교사가 인성교육 얘기하면 학생들이 “진도 나가요”라고 말하던 것도 이제 옛날 얘기다. 아예 안 듣는다. “너 혼자 떠들어라.” 수업하자는 얘기도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평가하면 교사는 입시교육 강화로 갈 수밖에 없다. 인성교육, 창의교육 그런 건 발 붙일 곳이 없어진다. 교사에게 그런 권한을 줘야 한다. 소신껏 수업 방식 개발하고, 창의적 교육하고 그것으로 내신 점수 매기고, 대학에 가게 해야 한다. 그래야 새 수업방식이 개발되고, 애들도 재미있어하고 선생님의 권위도 생긴다. ***** 이번호부터 ‘신승근·김창석 기자의 도전인터뷰’가 신설됩니다. 두 기자가 매주 돌아가며 이슈의 중심에 놓인 인물들과의 생생한 인터뷰를 전할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