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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줄타는 청년, 문화재로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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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8-0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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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먹고 사는 생활이 사람마다 다 근본이 다르다. 저 벽공에다 외줄을 매고 거미같이 왕래할제, 유지신사 귀부인께서 필묵채단을 많이 올려주면 이 김대균이 줄을 더 잘탄다고 하는데….”

지난 7월24일 중요무형문화재 제58호 줄타기 기·예능 보유자로 새로 지정된 김대균(33)씨가 줄을 탈 때 하는 ‘아니리’(사설의 일종)다. 김씨는 인간문화재 가운데 최연소다. 인간문화재라면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 이상인 것이 다반사인 풍토에서 33살의 나이에 인간문화재 반열에 오른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김씨의 줄타기 인생은 9살 때부터 시작됐다. 아버지가 용인민속촌에 근무하게 된 것이 줄타기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가 됐다. 방과후면 늘 민속촌에 갔고, 거기서 줄타기하는 풍경을 보면서 흥미를 붙인 것이다. 본격적인 수업은 줄타기분야 인간문화재였던 김영철씨로부터 받았다. 재주를 물려줄 마땅한 제자가 없던 김영철씨가 때마침 광대기가 엿보이는 김씨를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줄 위에 선 문화재’가 되기까지는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스승인 김영철씨가 지난 79년 갑자기 뇌일혈로 쓰러진 것이다.

“쓰러진 스승을 독선생 삼아 우리 집으로 모셨습니다. 거동을 못하는 스승께서 말로 알려주면 옆에서 듣고 난 뒤 저 혼자 줄 위에서 연습을 했죠. 외롭고 기나긴 수업이었습니다.” 스승은 지난 88년 끝내 세상을 떠났고 줄타기분야 인간문화재는 여태까지 빈자리로 남아 있었다. 그 자리를 이제서야 김씨가 채운 것이다.

줄타기는 서커스단에서 하는 것처럼 곡예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곡예는 잔기술에 불과하다. 문화재로서의 알맹이는 사설과 타령이다. 장구 피리 대금 해금 등 사면육각이 옆에서 받쳐주면 줄광대가 줄을 타면서 사설과 타령을 하는, 가무악(歌舞樂)이 조화된 종합예술인 것이다. 전통적인 줄타기는 김씨가 마지막 세대다. 남사당패의 줄타기인 ‘어름’이 있긴 하지만 계보가 다르다. 그래서 김씨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수할 일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어떻게, 누구에게 전수할지를 본격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오늘의 줄타기는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어요. 통일과 연계시켜 임진각에서 줄을 걸고 공연해볼 생각입니다. 이른바 통일 줄타기죠.”

김씨는 지난 94년부터 용인민속촌에서 눈이나 비가 올 때만 빼고 날마다 줄타기 공연을 하고 있다.

조계완 기자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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