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에 덮였던 그림 같은 길, 300호 ‘영사풍’ 때 임권택 감독 제안으로 이뤄져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은 명장면인 영화 <서편제>(1993)의 ‘진도 아리랑’ 길이 되살아난다. “사람이 살∼면 몇백년 사나∼/ 개똥같은 세상이나마 둥글둥글 사∼세….” 유봉(김명곤)과 송화(오정해)가 <진도 아리랑>을 받고 넘기며 내려오던, 먼지 폴폴 날리는 황톳길은 영화를 본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 장면을 촬영한 곳은 전남 완도군 청산면. 그러나 이 길은 2년 전 주민들의 민원으로 아스팔트에 덮이면서 본래의 운치를 잃어버렸다.
유봉이 소리 가르치던 초가집도 복원
이번 복원은 <서편제>를 만들었던 임권택 감독의 제안을 통해 이뤄졌다. 지난 3월 <한겨레21>의 영화 촬영지를 찾아가는 연재물인 ‘영화가 사랑한 풍경’에서 <서편제> 편(300호) 취재에 동행했던 임권택 감독은 변한 풍경에 아연 실색했다. 임 감독은 현지에서 우연히 만난 전남 완도군 청산도의 심태식 면장에게 “그 장면 찍은 곳에 함께 가보자는 외국인들도 많은데 저래서는 데리고 오지 못하겠다”며 애석해했다. 심 면장의 주선으로 다음날 군수를 만난 임 감독은 그 길의 보존 필요성을 역설했고 군수는 그 자리에서 복원을 약속했다.
촬영지의 복원공사는 4월 완도군의 추경예산으로 확보한 예산 3천만원으로 지난 10월부터 시작됐다. 현재 아스팔트를 뜯어내고 있는데, 오는 2월 초면 다시 노란 흙먼지가 이는 황톳길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유봉이 남매에게 소리를 가르치던 초가집도 복원되고 있다. 취재 당시 이 초가집은 영화촬영지라는 이유로 헐리지는 않았지만 헛간이 무너지고, 돗자리를 얹어놓은 듯 헐벗은 지붕을 인 채 초라한 몰골이었다. 헛간을 복원하고 지붕을 다시 올리는 작업이 한창 진행중인 초가집 수리는 현재 70% 정도 진행된 상태. 보존을 당부하는 임 감독이 보내준 많은 사진자료를 참고해 원래의 모습을 거의 갖추게 됐다. 초가 보수가 완성되는 2월5일께면 방 안에 밀납인형이 들어앉아 유봉과 남매가 북을 두드리며 창을 연습하는 장면을 재현할 예정이다. 또 배가 닿는 선창과 황톳길, 초가집에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였음을 알리는 표지판을 세우고, 임 감독이 보내준, 촬영과정을 담은 사진들도 전시해놓을 계획이다. 주민들의 불편은 우회도로로 해결 이 황톳길은 경운기 운행이 불편하다는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아스팔트로 덮였는데, 복원과 동시에 다른 우회도로를 터놓음으로써 주민들의 불편도 해결했다. 심태식 면장은 “공사를 시작하기 전 거세게 반대했던 주민들도 지금은 좋아한다”며 “청산도에 낚시하러 왔던 관광객이 용케 황톳길을 찾아와 아쉬워하면서 복원할 수 없겠느냐는 문의도 많이 했는데 이제야 한결 마음이 편하다”고 흐뭇해했다. 완도 옆에 떠 있는 청산도는 갯바위 낚시가 유명한 청정해역으로 주변에 고인돌, 하마비 등 문화유적도 많아 한해 3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완도군청 관광계발과의 김정배 계장은 “수려한 경관과 유적들을 가지고 있는 청산도가 서편제 길 복원으로 또 하나의 귀중한 관광 명물을 개발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군청으로부터 복원작업의 진행을 전해들을 임권택 감독은 “영화의 주요 촬영지들이 헐리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는데 이번 복원은 개인적으로나 영화인들에게 힘이 되는 일”이라고 흡족해하면서 “작업이 완성되면 시간 되는 대로 꼭 찾아가서 제대로 됐는지 확인도 하고 담당자들을 만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편제> 촬영지가 훼손에서 복원에 이른 과정은 기능과 효율만을 미덕으로 삼는 불도저식 개발정책으로 훼손된 한국사회의 문화의식이 복원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황톳길의 재래는 그동안 깔리고 무너졌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적 기념물들이 온전한 자리를 되찾는 데 의미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형 기자dmsgud@hani.co.kr

사진/아스팔트가 깔린 황톳길은 전남 완도군의 복원작업으로 올 2월 촬영 당시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강재훈 기자)
촬영지의 복원공사는 4월 완도군의 추경예산으로 확보한 예산 3천만원으로 지난 10월부터 시작됐다. 현재 아스팔트를 뜯어내고 있는데, 오는 2월 초면 다시 노란 흙먼지가 이는 황톳길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유봉이 남매에게 소리를 가르치던 초가집도 복원되고 있다. 취재 당시 이 초가집은 영화촬영지라는 이유로 헐리지는 않았지만 헛간이 무너지고, 돗자리를 얹어놓은 듯 헐벗은 지붕을 인 채 초라한 몰골이었다. 헛간을 복원하고 지붕을 다시 올리는 작업이 한창 진행중인 초가집 수리는 현재 70% 정도 진행된 상태. 보존을 당부하는 임 감독이 보내준 많은 사진자료를 참고해 원래의 모습을 거의 갖추게 됐다. 초가 보수가 완성되는 2월5일께면 방 안에 밀납인형이 들어앉아 유봉과 남매가 북을 두드리며 창을 연습하는 장면을 재현할 예정이다. 또 배가 닿는 선창과 황톳길, 초가집에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였음을 알리는 표지판을 세우고, 임 감독이 보내준, 촬영과정을 담은 사진들도 전시해놓을 계획이다. 주민들의 불편은 우회도로로 해결 이 황톳길은 경운기 운행이 불편하다는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아스팔트로 덮였는데, 복원과 동시에 다른 우회도로를 터놓음으로써 주민들의 불편도 해결했다. 심태식 면장은 “공사를 시작하기 전 거세게 반대했던 주민들도 지금은 좋아한다”며 “청산도에 낚시하러 왔던 관광객이 용케 황톳길을 찾아와 아쉬워하면서 복원할 수 없겠느냐는 문의도 많이 했는데 이제야 한결 마음이 편하다”고 흐뭇해했다. 완도 옆에 떠 있는 청산도는 갯바위 낚시가 유명한 청정해역으로 주변에 고인돌, 하마비 등 문화유적도 많아 한해 3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완도군청 관광계발과의 김정배 계장은 “수려한 경관과 유적들을 가지고 있는 청산도가 서편제 길 복원으로 또 하나의 귀중한 관광 명물을 개발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군청으로부터 복원작업의 진행을 전해들을 임권택 감독은 “영화의 주요 촬영지들이 헐리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는데 이번 복원은 개인적으로나 영화인들에게 힘이 되는 일”이라고 흡족해하면서 “작업이 완성되면 시간 되는 대로 꼭 찾아가서 제대로 됐는지 확인도 하고 담당자들을 만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편제> 촬영지가 훼손에서 복원에 이른 과정은 기능과 효율만을 미덕으로 삼는 불도저식 개발정책으로 훼손된 한국사회의 문화의식이 복원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황톳길의 재래는 그동안 깔리고 무너졌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적 기념물들이 온전한 자리를 되찾는 데 의미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형 기자dmsgud@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