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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벤처와 판자촌의 따뜻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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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2-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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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참 억울하다. 좋은 일을 해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게 세상 인심 아닌가. 정치 일선을 떠나도 여전히 정치인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도 억울한 점이다.

그래도 그는 그다지 억울해하지 않는다. 정치 일선으로는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는 ‘허튼 맹세’도 함부로 않는다. 돌아가든, 가지 않든 맡겨진 일을 계속할 뿐이라는 다짐만 속으로 깊이깊이 새길 뿐이다.

송파꿈나무학교(교장 강남향린교회 김경호 목사) 후원회를 이끌고 있는 구해우(36) 회장.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다 1년 넘게 감옥생활까지 한 구 회장은 민주당 부대변인을 거쳐 지금은 SK글로벌 상무로 일하고 있다. SK라는 기업으로 옮긴 게 4개월이 다 돼가지만 세상 사람들에게는 아직 정치인 이미지로 남아 있다.

구 회장이 송파꿈나무학교와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11월. 감옥에서 일반재소자인권보호 투쟁을 하다 만난 김경호 목사 때문이었다. 김 목사는 이미 몇년 전부터 서울 송파구 문정동 일대 비닐하우스·판자촌 마을 결식아동들의 공부방이자 놀이터인 송파꿈나무학교를 꾸려오고 있던 터였다. 학생 시절부터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구 회장과 죽이 맞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곳 아이들은 학원에는 아예 다닐 엄두도 못 냅니다. 컴퓨터교육 같은 데선 자연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낮에 학교 마치고 집에 와봐야 부모도 없고…. 점심을 굶는 아이들도 많아요.”

송파꿈나무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은 30여명. 대부분 초등학생들이다. 주거지라 보기도 어려운, 겨우 비바람을 피하는 정도의 판자촌이나 비닐하우스에서 가난한 부모와 힘겨운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은 비닐하우스를 개조해 만든 이곳 꿈나무학교에서 그림을 그리고, 음악·글짓기 공부도 한다. 방과후에는 버려지다시피하는 이들에겐 소중한 공간이다.

구 회장은 ‘송파…후원회’를 ‘송파’가 빠진 ‘꿈나무학교 후원회’로 바꿀 예정이다. 판자촌이 송파구에만 있는 게 아니므로 외연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후원회를 공식기구인 사단법인으로 만들어 지속적인 후원을 유도할 계획이다.


구 회장은 요즘 들어선 벤처기업인들을 후원회로 이끄는 작업에 골몰하고 있다. 이미 적지 않은 벤처기업인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벤처와 판자촌의 연결은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벤처기업인들이 소외계층에 대한 경제적 도움을 통해 도덕적인 기반을 닦고 새로운 경제주체로 나서는 계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김영배 기자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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