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히드 대통령 “외유는 즐거워”
등록 : 2000-12-19 00:00 수정 :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압둘라만 와히드 대통령이 너무 잦은 외국 방문으로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와히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당선된 뒤 지금까지 무려 50차례에 걸쳐 외국을 방문했다. 와히드는 대통령 당선 보름 만에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 등 동남아국가연합 8개국을 돌았다. 동남아 순방을 마친 뒤 곧 미국으로 건너가 빌 클린턴 대통령을 만났고 중동 국가도 들렀다.
와히드가 대통령에 당선된 날은 지난해 10월20일. 이제까지 거의 일주일에 한번꼴로 해외 나들이를 한 셈이다. 여행경비로만 이미 3천억루피아(388억원)를 썼다.
그의 해외순방에 대한 국내외 반응은 처음에는 괜찮았다. 수하르토 정권의 독재와 동티모르 인권탄압 등으로 인도네시아의 국제위상이 극도로 낮아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와히드의 활발한 해외순방은 오른쪽눈을 실명하고 왼쪽눈의 시력도 극히 좋지 않은 등 그의 나쁜 건강을 무릅쓰고 인도네시아를 재건하기 위한 의욕적인 활동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그토록 많이 해외순방을 했지만 현재까지 인도네시아에 해외투자가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 주가는 계속 폭락하고 루피아화의 대달러환율은 1년 전에 비해 24% 이상 평가절하됐다. 툭하면 도심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하고 아체 등의 분리독립운동으로 폭력사태는 계속됐으며 수하르토 전 대통령을 단죄하려는 시도도 무산되는 등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외국순방 횟수에 비해 외교적 성과가 미미한 것은 와히드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낭비벽이 심한 지도자로 평가될 수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와히드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근 타이을 방문한 데 이어 내년 1월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방문을 떠난다. 그의 줄기찬 외국 방문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김태경 기자/ 한겨레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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