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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시련을 딛고 사랑의 집 지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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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2-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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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15일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 ‘사랑의 집짓기 자선패션쇼’가 한창이다. 무대 위에는 김성령, 유하영씨 등 낯익은 미스코리아 출신 미인들이 나염연구가 김희수씨의 그림이 멋들어지게 그려진 한복을 입고 잔뜩 뽐내고 있었다. 전직 미스코리아 출신들의 모임인 녹원회에서 자원봉사로 출연한 것이다.

이날 행사는 서울 충정로타리클럽에서 주최했다. 클럽은 이번 행사로 6천여만원의 기금을 마련했다. 특히 대성그룹(회장 김영훈·1천만원 후원)과 출판사인 형성사 등에서 큰 보탬을 줬다. 클럽 사회봉사회원으로 이 행사를 사실상 총괄·기획한 박경자(58·사진 왼쪽)씨는 “모인 기금은 국제해비타트 한국지부인 사랑의 집짓기 운동연합회(이사장 정근모·오른쪽)를 통해 가난한 이들에게 따뜻한 집을 선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패션쇼는 내년 8월에 충남 아산을 중심으로 오산, 태백, 진주, 대구 등 전국에서 사랑의 집짓기 행사를 하는 ‘지미 카터 특별건축사업2001’을 위한 첫 출발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방송사 아나운서들의 협조를 받아 이들이 모델로 출연하는 사랑의 집짓기 자선패션쇼를 계속 열 계획입니다.”

박경자씨의 봉사의 삶에는 가슴 찢어지는 참척(慘慽)의 사연이 있다. 여류수필가이자 한 남편의 아내, 어머니로서 단란한 가정을 이루던 그는 지난 92년 토지사기 혐의로 구속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었다. 한 검사의 무리한 수사로 인한 억울한 구속이었다. 그뒤 그는 국가를 상대로 치열한 법정싸움을 벌였고, 마침내 무죄 판명을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정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풍비박산났다. 엄마의 일로 절망한 아들은 자살했고, 대학 교수인 남편은 등을 돌렸다.

법은 그 대가로 국가에 기껏 1800만원의 배상금을 주라는 판결을 내렸을 뿐이었다. 하지만 박씨는 그저 좌절하고 있지만 않았다. “감옥에 갇혔을 때 누구보다도 빨리 면회를 와 어미를 위로하고 용기를 불어넣어줬던 아이, 맘이 여려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는 아이, 그 아이의 뜻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여생을 보람있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박씨는 “나의 삶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아들의 뜻을 따라가는 삶”이라며 봉사의 삶에 대한 남다른 각오를 다진다. 그는 참여연대의 사법감시센터를 후원해 잘못된 사법현실을 바로잡는 데도 힘쓰고 있다.

이창곤 기자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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