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손잡고 백두대간 종주
등록 : 2000-12-13 00:00 수정 :
산사나이의 뚝심으로 기어이 약속을 지키고야 말았다. 큰아들에 이어 작은아들과도 백두대간 종주 기록을 세운 것이다.
지리산부터 시작해 덕유산, 속리산, 소백산, 태백산, 청옥산, 두타산 등을 거쳐 설악산까지. 물론 한라산도 빠뜨리지 않았다. 한계령, 진부령을 비롯한 크고 작은 고개마루에도 빠짐없이 그의 발길이 닿았다. 지도상으론 640km. 실제로 걸은 거리는 1000km에 이르는 엄청난 대장정이다.
홍성민(46·교통사고해석연구원 원장)씨가 둘째아들 우라미(15·서울 인헌중 3학년)와 함께 2년 동안(98년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이뤄낸 값진 기록이다. 이는 그가 2년 전 큰아들 종환(17·서울 인헌고 2학년)군과 함께 백두대간 종주를 해낸 뒤 가족과 약속한 사항이기도 하다.
종환이도 그랬지만 우라미 역시 처음에는 무척이나 힘들어했다. 반항기라고는 없는 순한 아이였는데 ‘왜 내가 이런 걸 해야 하느냐. 형이 했다고 꼭 나까지 해야 되냐’며 투덜거리고 대들기 일쑤였다. 눈물까지 흘리며 헉헉 힘들어할 때는 마음이 한없이 약해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홍씨는 “형을 봐라, 확 달라지지 않았니. 내가 너희들한테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이것밖에 없다”고 다독거리며 장정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6개월 정도를 지내자 처음에는 투덜대고 힘들어하던 우라미가 산행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설악산 갔을 때였어요. 서울에서 타고 간 버스가 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무박2일로 정상까지 갔다오기는 무리라는 생각에 다음번에 오자고 했습니다. 아, 그랬더니 녀석이 아무 말도 없이 저 혼자 뚜벅뚜벅 앞장서 걸어가더라구요, 허허.” 홍씨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당시를 회상했다.
우라미가 산 맛을 알고 홍씨와 보조를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붙긴 했어도 고비는 많았다. 낮아도 1000m를 웃도는 산악을 헤쳐나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주말을 이용해 무박2일로 치러내는 산행이어서 길을 잃은 적도 적지 않았다. 올해 1월인가, 2월쯤 삼도봉(경북, 충북, 전북 경계)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꼬박 18시간을 걷기도 했다. 그때 어찌어찌하여 영등포 역에 도착한 게 새벽 5시. 집에 와서 세수를 하자마자 홍씨는 회사로, 우라미는 학교로 향해야 했다.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할 당시 우라미는 167㎝, 70㎏의 뚱뚱한 아이였는데, 지금은 176㎝, 69∼70㎏의 늘씬하고 건장한 청년으로 변해 있다.
홍씨는 5∼6년 뒤에 또다시 인터뷰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 한번 백두대간 종주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번 파트너는 부인 김금숙(44)씨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