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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기업과 장애인이 함께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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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2-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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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들 덕분에 회사도 번창했죠. 우리는 ‘업무상 관계’일 뿐입니다.”

김성규(45) 사장은 계속 손사래를 쳤다. 생산성 향상 차원에서 업무를 나눈 것이지, 자랑할 만한 거창한 뜻을 펼치는 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경영하는 충북 청주의 정우전자는 종업원 30여명의 작은 하청업체다. 전기축전기 부품을 조립하는 이 회사는 재가장애인(집에 머무는 장애인)에게 또 하청을 준다. 손만 멀쩡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단순조립일이므로 5년 전부터 장애인들에게 용역을 주는 방식으로 일을 이원화시켜왔다. 다만 재가장애인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가가호호 물건을 가져다주고 가져오는 게 다른 하청방식과 다를 뿐이다.

정우전자가 12월12일 ‘장애인 먼저 실천중앙협의회’(상임대표 이수성)로부터 고용촉진부문 우수단체상을 타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김 사장은 어리둥절했다. “순전히 사업상의 이유로 장애인들과 손잡고 일하는 겁니다. 그런데 상을 받으니 민망할 따름입니다.” 정우전자가 상을 타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평균 20∼30여명에 달하는 재가장애인들에게 지속적으로 노동기회를 제공하고 직업재활에 도움을 주었다는 것과, 장애인들에게 일을 주면 불량률이 생길지 모른다는 업계의 선입견을 불식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점이다.

김 사장이 장애인과 손잡은 데는 사실 사업상의 이유만 있는 건 아니다. 바로 밑 동생 역시 뇌성마비장애인이므로 “자신이 장애인과 일을 나누면 언젠가 그 누구도 동생과 손잡고 일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섞인 바람도 갖고 있다. 다만 그의 지론은 “손해볼 장사는 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장애인에게도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장애인은 비장애인 이상으로 일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스스로 버리고, 비장애인은 무조건 장애인을 도와줘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기만 하면 가능한 일입니다.” 몇년 전 한쪽 다리가 불편한 한 장애인을 고용했다가 그가 결국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났을 때 가슴깊이 새긴 생각이다. 상서로울 정(禎), 짝 우(偶)자를 쓰는 회사 이름과 그의 생각이 꼭 닮았다.

김소희 기자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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