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 국가보안법이 냉전 체제 아래서 시퍼런 서슬로 온 국민을 반편이로, 비겁자로, 밀고자로, 배신자로, 죄인으로 만드는 동안 역대 독재 정권 아래서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려온 그 자들에게 국가보안법은 하나의 형법이 아니라 사실상 헌법이었고 더 나아가 친미극우냉전부패독재공화국을 지켜온 불패의 수호 부적이었다. 그들도 이 법의 개별 조항들이 얼마나 낡고 우스꽝스러운지 모르지 않는다.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것을 법리적으로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그들의 국가로서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 낡은 사고임은, 고무찬양죄가 대부분 터무니없는 희극적 판결로 이어진다는 사실쯤은 그들도 잘 알고 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국가보안법’이라는 이름이다. 그 이름이 갖는 상징성이 사라지는 것을 그들은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 이름은 단지 하나의 법령명이라기엔 너무나 소중한 그들의 필생의 기호, ‘국보 1호’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차라리 의식투쟁이고 문화투쟁이다. 멀게는 문민정부 시절부터 가까이는 국민의 정부에서부터 점차 그 힘을 잃기 시작한 냉전적 수구세력으로서는 국가보안법을 잃는 것은 최고의 문화적 상징을 박탈당하는 일이고, 그것은 그들의 의식에 대한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이지만 한편으로 그들을 무의식 속의 오랜 편견과 증오와 배척의 가학증적 집착에서 해방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반대로 국가보안법의 철폐는 1987년 이후 지속적으로 전개돼온 정치적 민주화의 노정에 마침표를 찍는 일이며, 국민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마지막 공포의 그림자를 지워버리는 일이다. 양심 외에는 그 어느 것도 국민의 정치적 판단을 심판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크고 높게 세우는 일이다. 우리의 맑은 하늘을 덮어왔던 마지막 놋쇠 지붕을 걷어내는 일이다. 이젠 그 누구도 ‘국보’라는 패찰 아래 차가운 감옥 바닥에 내동댕이쳐져서는 안 된다. 더구나 그 끔찍함을 ‘나는 국보다’라는 피멍든 자조로 위안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누구도 ‘국보’의 이름 아래 다른 사람을 고문하고 생명을 빼앗고 그것으로 밥을 먹고 자식들을 키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이젠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죄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