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만 쓰는 ‘컴퓨터 도사’
등록 : 2000-12-06 00:00 수정 :
손은 아예 쓸 수가 없다. 그래서 웬만한 건 다 발로 한다. 밥도 발로 먹고, 글씨도 발로 쓴다. 컴퓨터(자판기)도 발로 친다. 삼육재활학교 고등부 3학년 정진석(22)씨. 정씨는 스물두해를 그렇게 살아왔다.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중증장애인)였던 것이다.
“백일이 지나도록 고개를 못 가누더라구요. 그래도 첫애라 잘 몰랐어요. 주위에서도 첫애는 좀 늦된다고도 하고….” 어머니 임춘복(44)씨는 아기 때의 진석이에게서 별달리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도 아기의 행동발달이 너무 늦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생후 6개월께 종합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뇌성마비 판정.
“그땐 뇌성마비가 뭔지도 몰랐어요. 평생 못 걷게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얼마나 무서운 장애인 줄 알았다니까요.” 이젠 한결 여유를 찾은 어머니가 웃음기까지 띠고 전한 말이다.
어떻게든 혼자서 걷도록은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물리치료를 받아보기도 했지만 어린 진석에게는 너무 힘겨운 일이었다. 잘된다는 보장도 없는 마당에 못하겠다고 버티는 어린아이에게 계속해서 억지로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던 진석이가 확 달라진 건 9살 때 장애인 재활교육기관인 ‘한사랑마을’(경기도 광주)에 들어가면서부터. 어린 티를 벗을 정도로 나이가 들었기 때문인지, 여기서 실시한 재활교육에는 열심이었다. 힘든 물리치료도 마다하지 않고 땀을 뻘뻘 흘려가며 애를 쓰더니 11살 땐 앉고 곧이어 서고, 걷고 하는 것이었다. 이젠 걸어다니는 데는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네댓살된 어린아이 시절부터 TV, 신문에 나오는 글자를 알아보는 등 유난히 총명했던 진석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컴퓨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여기에 깊이 빠져들었다. 삼육재활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주말마다 집에 오지만 하루종일 컴퓨터에 붙어 산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보고 싶은 공연을 예약하고, 혼자 보러가는 일도 잦다.
정씨는 올해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장애인의 인터넷 활용능력 증진 및 정보화 마인드 확산을 위해 실시한 ‘제3회 정보패럴림피아드’에서 특별상 수상자로 결정돼, 12월5일 이 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다. 이미 인터넷정보검색사 자격증도 땄으며 일반인들이 섞여 있는 컴퓨터 동아리 활동에도 열심이다. 반에서 1, 2등을 다툴 정도로 성적이 좋아 대학입학이 가능한데도 진학보다는 컴퓨터 관련 업체나 인터넷 방송국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