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기념관을 박정희 악행 기념관으로… 왜 한국에선 ‘지식수입상’들이 활개치는가
김규항 새삼스런 얘기지만 북한방송에서 ‘김영삼놈’이라고 했다며.
김어준 글쎄, 난 그것 때문인 것 같아. YS가 지난 4월인가 5월인가 <신동아>하고 인터뷰하면서 그랬잖아. 김일성 주석이 자기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긴장해서 죽었다고. 정말이지 웃기는 짬뽕인데. 그걸 보고 화나지 않았으면 그게 비정상이지.
김규항 그럴듯해.
김어준 아니, 전두환이나 노태우가 김영삼보다 더 나을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그 두 사람 이야기는 안 하잖아.
김규항 아주 신빙성 있는 말이라고 봐. (웃음) 김일성이야 북한 입장에선 최우선이니까. 근데 YS가 또 한마디 했잖아. 역시 김정일은 독재정권이라고. (웃음)
김어준 YS는 아는 단어가 독재자하고 닭뿐이야.
김규항 닭?
김어준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난, 김영삼 닭 이야기를 보면, 닭의 목을 비틀어도 닭대가리는 닭대가리라는 생각이 나더만. (웃음)
김규항 북한이 또 언론사 사장단 초청하면서 조선일보만 뺐다며. 논평해봐.
김어준 아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김규항 북한의 권리 아닌가? 초청 대상은 초청자의 의지니까. 북한이 그런 식으로 나오니까 <조선일보>는 김대중 주필을 필두로 “조선일보를 비난하는 세력이 북한 의견하고 일맥상통한다”는 식의 주장을 펴려고 하고 있어. 얘들은 세월이 가도 수법이 안 변해.
김어준 정말 걔네들은 삼단논법 이상 벗어나지를 못해. 북한이 자기들 욕한다… 누가 조선일보 욕한다. 그럼 그 둘은 북한하고 손잡은 거라고 한다니까. 빙신들.
김규항 여기 또 또라이가 하나 있는데. 너 김우중씨가 지금 어딨는 줄 알아? 오늘 신문 보니까 얼마 전 베트남에 한달 정도 머물면서 한국의 아마추어 바둑기사를 초청해 대국을 하면서 소일했단다. 아마 7단 조아무개씨가 한달 동안 갔다왔대. 어떻게 생각하냐?
김어준 바둑에 대한 애착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웃음) 바둑돌을 먹었나? (웃음)
김규항 이 사람 원래 구호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인데 요즘 할 일이 적은 모양이야. 참 이런 사람들 보며 뭐라고 해야 해? 왜 부끄러운 걸 모를까. 김우중씨는 지난해 7월 대우 위기대책 발표 직후부터 시종일관 이걸 피하거나 거부하거나 그랬단 말이야. 그러면서 바둑기사 불러서 바둑이나 두고. 지금은 프랑크푸르트 근교에서 지내고 있대. 이번에 장긴가.
김어준 그러면 바둑기사를 계속 보내주죠. 아니면 검찰을 바둑기사로 변장을 시킨 다음에…. (웃음)
김규항 사실 이 사람은 계속 바둑을 두는 게 국익에 이롭긴 하지. 세계경영 하는 것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니 훌륭한 프로기사가 되어 국위선양할 수도 있고. (웃음) 김우중의 어떤 이 요란… 이런 걸 전문용어로 ‘꼴갑’이라고 하지. (웃음) 그렇게 잘난 척하고 난리를 치더니만 알고보니 이건 구멍가게보다도 못한…. 일본 기업가들은 경영 실패하면 사람들 앞에서 절도 하고 그러는데 말이야. 그나저나 그놈의 박정희 기념관을 결국 짓는다며.
김어준 박정희 기념관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DJ가 지지리도 복도 없는 인간인 것 같어. 그렇게 영남에 손짓을 하지만, 그런다고 영남 마음이 돌려질 리도 없는데 말이야. DJ가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면서 헛짓하고 있는 게 바보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지난 40여년간 정권이 파놓은 지역의 골이 얼마나 깊고 악질적인 것이었는지 새삼 재확인하는 거지. 그렇게라도 정치적으로 풀려고 하는 제스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뒤틀린 역사… 그럼에도 이건 명백히 국가적 낭비지. 우리가 현재 돈을 부어 국가적으로 기릴 만한 것 중 최우선이 겨우 박통이야?
김규항 그 약속은 DJ가 대선과정에서 한 건데, 약발이 별로 안 먹혔다는 게 대충 밝혀졌지만 이제 와서 국책사업을 취소할 수도 없는 거고. (웃음) 근데 민주당 내에서 박정희 기념관에 대해서 소수의견이 있냐?
김어준 글쎄.
박정희 기념관, 왜 민주당 소수의견은 없나
김규항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이 없지. 한나라당에서는 국가보안법이나 이런 문제에 대해 도발하는 의원들이 생기고 있는데 집단주의는 민주당이 더 심한 것 같아.
김어준 음… 그렇긴 한데 난 해석을 좀 다른 각도에서 하고 싶은 것이… 정치인이 거기서 거기라는 건 오랫동안 봐온 것이긴 하지만, 민주당 젊은 의원들이 훨씬 정치적인 것 같다고 해석이 되지요.
김규항 한나라당 의원은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고?
김어준 아니. 한나라당은 일신의 안위를 목표로 하지. (웃음)
김규항 왜 민주당 젊은 친구들은 정치적인 면이 더 발달했지?
김어준 판에서 살아남으려니까. 약자로서.
김규항 훈련이 더 된 거군.
김어준 요즘 박정희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겠어. 근데 DJ의 정치적 행위라는 것으로 이해를 해버리는 거지. 그리고 그게 정치적 액션인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어떻게 보면 한나라당 의원들이 훨씬 순수하지. 일단 지 배부른 것만 찾잖아. (웃음)
김규항 그러니까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제3의 대안으로 여야구분없이 정몽준이라든가 박근혜 같은 인사들이 엉뚱하게 부각이 되는 거지. 무슨 놈의 나라가 역사에 인과관계가 없어.
김어준 한나라당은 통일이 안 되지. 자신의 안위가 최우선인데. (웃음)
김규항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의원도 많아. 정형근…. (웃음)
김어준 한나라당이 유지되는 공은 다 DJ한테 가야 한다고 봐. 그렇게 제각각이고 쥐뿔도 철학도 없는 집단이 그래도 한나라당 깃발 아래 남아 있는 건 다 DJ 덕분이라고. (웃음) DJ 아닌 당….
김규항 근데 혹시 우리가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는 아닐까. 그 박정희 기념관이 주로 박정희의 악행을 비난하는 기념관으로 짓는 건 아닐까? 아직 기념관 구성이 제대로 발표가 안 됐잖아. (웃음)
김어준 계획을 보면, 상암축구경기장 만들기 전에 오픈을 해가지고 세계인들에게 자랑을 한다는 거 아닙니까.
일부다처제? 일처다부제?
김규항 아니라니까. 혹시 DJ한테 다른 깊은 생각이 있는지도 몰라. 거기다 궁정동 안가를 재현한다든가 그럴 수도 있어. (웃음) 기다려보자고. 현실적으로 만드는 걸 막기는 어려울 테고 말야. (웃음) 나라에서 한다는데 어떡하겠어, 우리 같은 하찮은 인간들이. (웃음)
김어준 그럼, 막지는 말고 개편안을 제공하자.
김규항 다 만들어놓고 테이프 커팅하고 딱 들어가보니까… 입구에….
김어준 쇠창살로 막혀져 있는 거야. (웃음)
김규항 시해현장 체험관도 있고. (웃음) 연예인 리스트 막 돼 있고.(웃음)
김어준 연예인 옆에는 횟수 적혀 있고. (웃음)
김규항 그럴 수도 있고… 또 박정희씨가 한때는 좌익이었잖아.
김어준 오프닝 때 드라이아이스 대신 최루탄 쏘고, 불꽃놀이 대신 지랄탄 발사하고, 강제로 지하고문실에 입장시킨 뒤 입장료 받고, 경비들은 밤마다 동네 카바레 무희들 불러 기념관을 아방궁화하고, 관객 전부 새마을노래 부르면서 앞마당 쓸게 하고…. (웃음)
김규항 박정희씨가 일제 때는 관동군 헌병이었고 해방공간에선 남로당 육군책이었단 말야. 여순반란 때 안 되겠으니까 명단 다 넘겨주고 백의종군했지. 그래서 살아남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조선일보> 말마따나 민족의 구세주가 된 거지. (웃음) 박정희의 가장 큰 죄는 물질적인 근대화를 한답시고 정신적인 부분을 완전히 묶어버린 거지. 결과는 근대적인 외양에 봉건적인 정신을 가진 나라가 되었지. 휴대폰은 세계에서 제일 슬림한데 그거 만드는 회사는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웃음)
김어준 박정희가 근대화의 아버지 아냐. 근대정신 없는 근대화. 근대화 체인인가? (웃음)
김규항 근대화 연쇄점이라고 하지. (웃음)
김어준 <선데이서울> 80년대 초반판을 보니까 독자투고란에 재밌는 글이 있더라고. 길거리가 더럽고 사람들이 휴지를 아무 데나 버린다고 개탄하는 글이었는데, 그 제목이 뭐였냐면 “새마을 정신은 어디로 갔나”야.
김규항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그런 게 좀 통했지.
김어준 새마을 정신이 근면 자조 협동 아닙니까. 여길 보면 “뭐 해라”밖에 없어. 열심히 일해라이… 힘을 합쳐가지고… 니 혼자 하던지. (웃음)
김규항 한심한 이야기 또 있다. 이현세씨 만화 <천국의 신화>가 유죄판결 받았잖아. 300만원 벌금형 선고받았대. 너 <천국의 신화> 봤니?
김어준 봤죠. 아주 재밌지.
김규항 문제가 된 게 그거 아냐. 앞장면에 난교하고 그런 거.
김어준 옛날엔 진짜로 그랬을 것 같은데.
김규항 이른바 일부일처제는 인류역사상 후반부, 특히 자본주의가 자리잡으면서 성립된 건데… 원시인들 난교장면 그렸다고 단죄하는 건 참 몰상식한 일이야. 원시인들의 성생활에 대해서 왜 우리가 참견하냐고. (웃음) 왜 검찰이 그런 걸 판단해? 원시인들의 성생활에 대해선 다양한 학술적 의견만 존재하는 거야. 난교했다 또는 놀랍게도 지금보다 더한 일부일처제였다… 여러 가지 주장이 다 가능하고 누구도 그걸 확증할 수 없지.
지금의 일부일처제는 사실 일부일처제가 아니거든. 여자들한테만 적용되는 일부일처제고, 그 기본적인 의미는 가부장제지. 모든 일부일처제는 남자의 혼외정사나 매매춘이라는 보조장치를 전제로 하는 거라고. 과학적으로 말하면 일부일처제는 남자가 자기의 남자자식한테 재산을 상속하기 위한 장치지. 가만 있자. 그러면 자본주의를 넘어서려면 <천국의 신화>쪽으로 가야 하나? (웃음)
김어준 저는 결혼을 두번 하는 방법도 괜찮다고 봐요. 사회적 합의를 거쳐 공식화하는 거지. (웃음)
김규항 그러니까 일부일처제는 남성위주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라는 건데, 결혼 두번할 권리하고 거기에서 얻어지는 이익이 남녀 공히 평등하게 주어지는 거야? 남자들한테만 주어질 수도 있잖아.
김어준 평등하게 주어진다는 전제 아래서….
김규항 전제를 하면 안 되지. (웃음) 그건 니 생각만 하는 거지.
포스트모더니즘을 회상함
김어준 두 번째 결혼은 유부남 유부녀만 되는 거야. (웃음)
김규항 너 괜스레 하는 얘기가 아니지? (웃음) 하여간 일부일처제는 일부일처제가 아냐. 일부다처제지.
김어준 형만의 생각 아냐? 일처다부제일 수도 있어. (웃음)
김규항 내 말이 아니라 엥겔스의 말인데 가족제도에 대해 아직 그 사람 만한 통찰은 없어.
김어준 실제로는 다처다부제로 세상이 거의 돌아가고 있을지도 몰라. (웃음)
김규항 마지막으로 그 얘기 해보자. 최근에 김영건이라는 학자가 책을 냈는데, 이 사람이 서울대 김윤식 교수를 비롯해 국내의 많은 학자들을 실명비판했거든. 특히 김윤식 교수는 일본의 문예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이 왜곡한 비트겐슈타인 해석을 자신의 글쓰기에 그대로 채용했다는 거야. 난 이 사람 말이 다 맞는 것 같아. 우리나라 인문사회과학의 학문적 평가는 외국이론을 얼마나 남보다 먼저 베껴 국내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거거든. 자기도 모르는 이론을 말야. 이 얘긴 니가 해봐라. 너 지식인들에 대해서 반감이 많잖아. 주로 콤플렉스지만. (웃음)
김어준 형의 주장을 계속 펴보시죠.
김규항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지식 수입상에 불과하다는 얘긴데. 가령 대표적인 게 포스트모더니즘이야. 우리나라 포스트모더니즘은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갔다가 일본을 경유한 것을 수입한 거지. 사실 우리나라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교주처럼 떠받들어지는 들뢰즈 같은 이들은 자신들에게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이름이 붙는 것조차 불쾌하게 생각해. 그리고 실제 포스트모더니즘의 원조를 공부하러 프랑스에 유학간 유학생들이 가장 곤혹스럽게 생각하는 게 바로 포스트모더니즘 강의라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거야. 김성기 같은 학자는 우리나라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을 가장 앞장서서 수입해 놓고 90년대 후반에 포스트모더니즘의 폐해를 가장 앞장서서 주장했지. 의류업계보다 유행 감각이 더 빨라야 업계에서 살아남는 거야. 제대로 학문체계가 성립된 나라는 고전이든 근대적인 것이든 하나 소재를 잡으면 평생 연구하는데, 우리나라는 길어도 10년을 못 넘기잖아. 그 시점 이후엔 계속 거기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은 촌놈 되는 거고. 대중은 지식인들이 유포하는 거에 따라서 순진하게 따라다녀야 하고….
김어준 전 그런 생각이 들어요. 기지촌 지식인이니 수입상이니 하는 얘기를 참 많이 하는데… 물리적인 공간의 크기나 거리가 실제 사람들 생각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고 생각하거든요. 간단하게 말하면, 중국이 생각하는 가까운 거리와 우리가 생각하는 가까운 거리가 다르잖아요.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정말 고립돼 있단 말이에요. 밑이 바다고, 바다 건너 일본과는 안 친하고 위로는 북한과 막혀 있고… 고립돼 있는 시골애들이 서울 것을 신기하게 생각하고 사오고 싶어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지식인들도 태생적으로 그런 한계와 욕구를 가지고 있는 셈이죠. 바깥에 있는 게 좋아 보이기도 하고, 가지고 들어오면 먹힐 것 같고… 시골에 사는 애가 서울에 있는 물건을 가져와서 거짓말 좀 부풀려서 말하면 먹힐 것 같은 느낌 같은 것 있잖아요. 먼저 외국에 나가서 문물을 배운 사람들이 그 자랑스러움과 함께 한국에 돌아와서 놀라게 하고 싶어하는 마음들이 밑바닥에 있다는 거죠. 그런 게 기지촌 지식인들을 탄생시킨 배경 중 하나라고 봐요.
김규항 옛날에 아줌마들이 일본 갔다 오면 코끼리 밥통 하나씩 사가지고 오잖아. 그거하고 지식인들이 새로운 유행 수입해 오는 거하고 똑같은 거지. 근데 지정학적인 고립보다는 정신적인 고립이 더 큰 문제 아닌가?
김어준 지정학적 고립 덕분에 정신적 고립이나 상대적 열등감이 더 높아진 측면이 있다는 거지. 또 한 가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행에서 벗어나거나 주류에서 벗어나면 굉장히 불안해하거든요. 이방인이 되는 걸 두려워해요. 자기가 자랑스럽게 접한 외국의 주류나 유행에서 끼지 못하면 퇴화하거나 아무 일도 안 한다는 느낌….
하여간, 시베리아 철도를 깔자!
김규항 다 그게 박정희 장군님의 공적이 아닌가 하는 거지. (웃음) 항상 계량적인 수치를 우선시하고. 요즘은 그런 거 안 하지만, 옛날에 건물 지으면 동양 최대, 세계 최대, 세계 최고를 강조했잖아. 정신적 부문은 그렇게 계량할 수 없는데도 외국에서 상 받는 거 집착하고 그러니까 계속 부유하는 거지. 근데 고립된 처지의 대중은 어쩔 수 없다고 쳐. 나가서 보는 놈들은 뭐야. 10년씩 들여 박사 따고… 나은 게 없어.
김어준 자랑하는 거지, 뭐. 참 이것도 있어요. 분단도 굉장한 역할을 한 거 같아. 위로 쭉 뻗어서 기차를 타고 중국과 러시아를 관통해 유럽대륙 끝까지 갈 수도 있다고 해봐.
김규항 너 오늘 왜 그래? 지정학적인 이야기를 다 하고. (웃음) 만날 세계가 마우스로 정복된다고 주장하는 놈이.
김어준 난 생각의 좁음은 그 생각을 펼쳐낼 물리적 공간의 좁음 때문에도 생긴다고 보는 거지. 10시간을 가까운 거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1시간을 가까운 거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간에는 생각의 크기 자체가 다르게 형성된다니까. 몽골만 해도 얼마나 멀게 느껴져. 철도 뚫렸으면 기냥 기차타고 가는 건데.
김규항 우리가 몽골사람이야. 몽골전사 조갑제 선생. (아무도 안 웃음)
김어준 몽골… 기차타고 달리면 삼사일 정도면 도달할 수 있을 텐데. 러시아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가 지역적으로 고립돼 있는 덕분에 역으로 대우받는 지식인들이 굉장히 많다는 거지.
김규항 지식인들부터 변화해야 우리 사회의 정신적 가치가 자리잡히지 않겠냐. 이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켜?
김어준 기차에 실어서 보내! 몽골도 보내고. 우린 여행을 많이 가야 해.
김규항 그건 바보 같은 소리고. 우리나라 서민들이 신혼여행 동남아 가는 거 빼면 해외여행 갈 만한 형편이 되냐?
김어준 박정희 기념관 짓지 말고 여행 국가기금 마련해서 보내줘야 한다고. (웃음)
김규항 김영건 교수의 이런 이야기들이 자꾸 가로막히는 이유가 강준만씨가 만날 하는 얘기지만 우리 학계의 패거리주의 때문이라고. 창비나 문지를 보더라도 온갖 고상한 아우라는 다 가지고 있지만 하는 짓보면 완전히 고등학교 일진들이거든. 최근 예를 보면 창비는 책 좀 팔아먹겠다고 황석영 선생 <조선일보> 인터뷰 시켰다가 젊은 친구들한테 망신당하게 만들고, 권성우라는 문학평론가는 문지를 비판했는데 이 인간들이 대응하는 태도를 보면 깡패도 그런 깡패가 없어. 지식인이란 한 사회의 정신부문을 담당하는 인간들인데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사회를 통틀어 정신적으로 가장 하등해.
김어준 ….(신문을 보며 딴짓을 시작함.)
김규항 너, 형 말이 말 같지 않니?
김어준 응. (웃음)
김규항 끝나고 남아. (웃음) 어준이, 오늘의 결론.
김어준 남북통일이 돼야 지식인 문제가 해결된다.
김규항 요즘 교훈의 과잉이야.
김어준 철도를 깔아야 지식인 문제가 해결된다. (웃음)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깔자. 그러면 포스트모던이 죽는다. (웃음)
김규항 포스트모던은 이미 죽었나니까. 차라리 대중이 외국문물을 보고 밑에서부터 변화하는 게 빠르겠다.
김어준 내말이 그말인데, 그럼 형 결론은 뭐야.
김규항 나? 욕만 나오고 도무지 결론을 모르겠다. (웃음)
김어준 그러니까 철도부터 깔자고. (웃음)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너, 그 얘기 좀 해봐.” 김규항이 다그쳐 물었다. “뭐요?” 김어준의 심드렁한 대답. “소파. 집에 소파 있지?” 김어준의 덤덤한 대답. “썰렁하다. 썰렁해.” 뭔가 출발이 개운치 않았다. 그러나 계속되는 김규항의 고집. “니가 반미적인 발언을 좀 해봐.” “소파 얘긴 뻔하잖아. 딴얘기 하자.” 그럼에도 김규항의 협박에 김어준은 한참을 소파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거실의 소파 색깔과 탄력성에 대해 논한 것은 아니다. ‘한미주둔군지위에 관한 협정’(SOFA). 20여분간 이러쿵저러쿵 했지만 두 사람의 결론은 간단했다. “시위를 할 땐 많이 모여야 한다.” 클린턴은 오키나와에서 사과를 했지만, 한강 둔치나 동두천, 매향리에서는 하지 않았다. 오키나와 주민들의 조직된 힘이 결국 클린턴의 고개를 숙이게 했다는 것이다. 소파 이야기는 이걸로 끝! 다음 이야기로 바로 넘어가자. 검찰을 바둑기사로 변장시키자

(사진/"원시인들이 난교를 하건말건 왜 검찰이 그런 걸 판단해?" <천국의 신화>의 한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