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대안운동을 찾아서]
광릉수목원 보존 대책과 주말 개방 문제 등 논란… 지역사회와 정부 당국이 머리를 맞대야
▣ 남양주= 글 · 사진 김타균/ 녹색연합 국장 greenpower@greenkorea.org
지난 7월23일 오후 1시 경기도 포천군 소흘읍 광릉수목원 정문 앞 86번 지방도. 의정부에서 광릉숲을 관통해 광릉 내 삼거리간을 잇는 왕복 2차선 도로에는 행락 차량과 레미콘, 트레일러, 대형 덤프트럭들이 시커먼 매연을 내뿜으며 숲 사이를 질주하고 있다. ‘시속 30km’ 속도제한 입간판이 무색했다. 100년 이상 된 전나무와 잣나무의 껍질은 예외 없이 매연으로 검붉게 물들어 있었지만 아름드리 나무들은 빼어난 경관을 자랑했다. 잠시 사진이라도 찍을 요량으로 도로변에서 고개를 내밀어보지만 질주하는 대형 트럭들 때문에 빨려들어갈 것 같았다.
지역경제와 숲 보존의 딜레마
흔히 ’광릉수목원’으로 불리는 국립수목원으로 들어서자 질주하는 도로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삼복더위를 잊은 듯 나무 하나, 풀 하나, 돌 하나에서 초록의 싱그러움이 배어나왔다. “딱따 따다 따르르” “딱따 따다 따르르” 딱따구리가 나무를 두들기는 소리가 경쾌했다. 숲 전체를 두루 울릴 것처럼 숲의 고요를 맑게 깨운다. 수목원 중심부의 산림박물관 휴게소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났다. 콘크리트 건물에 익숙한 아이들은 초록빛 수목원 자체가 신기하다는 표정이다. 이곳은 지난 1997년 숲을 보호하기 위해 주말과 공휴일 입장을 제한하고 5일 전 예약제를 도입해 1일 입장객을 5천명 이하로 한정했다. 수목원을 찾는 이들은 유치원 등의 단체 관람객이 대부분이지만 가족들도 간간이 보였다.
1987년에 문을 연 산림박물관 1층 제1전시실에선 느티나무 상징목이 눈길을 끌었다. 안동 임하댐 수몰 예정 지구에서 가져다놓은 것으로 둘레가 6.2m에 달한다. 다섯 그루의 나무가 합쳐져 하나의 나무로 성장하는 바람에 특이한 모양이 됐다. 평소에는 조용한 이곳이 공청회에 참석한 사람들로 붐볐다. 평일임에도 100여명에 가까운 지역주민들이 참여한 것은,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광릉숲 주말 개방 문제를 토론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광릉숲 안에 수목원이 조성된 건 1983년이다. 1987년부터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공개가 시작됐고, 관람객이 급증하자 국무총리실은 ‘광릉숲보전종합대책’을 확정해 추진해오고 있다. 여러 대책들이 나왔지만, 광릉숲 관통도로 폐쇄처럼 실질적으로 광릉숲을 보전할 수 있는 핵심 대책들은 법적·제도적 제약과 예산 부족으로 추진을 못하고 있다.
공청회는 처음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안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주민들의 주된 관심은 광릉숲의 주말 개방 문제인 데 반해, 막상 공청회 주최자인 수목원쪽은 ‘월 1회 차 없는 거리’ 조성만을 얘기하고 있었다. 펼침막도 “광릉숲 보전을 위한 ‘차 없는 거리’ 조성 방안 공청회”였다. 주말 개방 문제가 제기된 배경에는 무제한 입장이 허용되던 1997년 6월 이전에 비해 관람객 수가 4분의 1로 줄면서 관광 수입에 타격을 입은 근처 주민들의 불만, 5일 전 예약제와 휴일 입장 불허로 수목원 앞에서 발길을 돌렸던 관광객들의 불만, 주5일 근무제의 확대 실시로 관광수요 증가 등이 있다. 수목원쪽은 주말 개방이 이뤄지면 매연·소음 공해로 나무가 말라죽는 등 생태계 파괴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평일에 쉬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국립수목원을 즐길 권리가 있다. 주말과 휴일은 개방하고 평일의 이틀을 휴관하면 된다.” “국립수목원이 유원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주말 개방은 생물 다양성의 국가적 보고인 광릉숲 생태계 파괴의 빗장을 여는 일이 될 것이다.” 찬반 논리로 공청회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런 긴장감에는 그동안 쌓여온 정부 당국과 지역주민 사이의 첨예한 갈등과 불신도 한몫하고 있었다. 1997년의 ‘광릉숲보전종합대책’이나 2001년의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때문에 지역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사유재산권 행사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었다. 주민들은 ‘지정’만 해놓지 말고, 정부가 연차적으로 ‘매입’이라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광릉숲 주변의 난개발을 주민 잘못으로 매도하는 것에 대한 야속한 마음도 드러냈다. 러브호텔과 음식점 등은 외지인들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날 주민들은 ‘보전대책’의 하나로 추진되는 시설물들이 오히려 숲을 훼손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광릉숲을 관통하는 봉선사천의 수질을 개선한다는 목표로 건설 중인 하수종말처리장이 대표적이다. 그곳은 반딧불이 집단서식지이기도 하다. 건설 과정의 문제도 지적됐다. 오탁방지망과 침사지 등 오염 방지 시설이 설계에서 빠져버려 봉선사천에 서식하는 원앙(천연기념물 제327호)이 하천 하류로 서식지를 옮겼고 잉어과의 참마자와 물총새, 반딧불이 등이 모습을 감췄다는 것이다.
“통과 차량 정부가 방치”
우이령보존회 조상희 부회장은 “광릉숲 보존 문제의 핵심인 숲 통과 차량의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며 “주말 개장 논의에 앞서 수목원과 시험장 접근로를 지나는 일반 차량의 매연과 소음공해를 줄이고 수목을 다치게 하는 대형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는 등의 조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양주시의회 윤재수 의원은 “‘물이용 부담금’처럼 ‘깨끗한 공기’를 위해 각종 규제를 감내하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깨끗한 공기이용 부담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광릉숲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의 이상천 집행위원장은 “숲도 보전하고 지역사회도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입장료, 주차장 이용료 등 수입 일부를 ‘광릉숲 보전대책기금’으로 조성해 주민들의 소득사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청회에서는 지역주민·환경단체·정부기관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구성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해답의 열쇠는 뜻밖에 쉬운 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산림청과 수목원, 지자체, 지역주민, 그리고 환경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함께 신발을 벗고 맨발로 ‘광릉숲’ 현장을 함께 답사해보자. 광릉숲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나무들과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거기에 답이 있을지 모른다.

광릉숲을 관통하는 도로는 다른 도시의 산업도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광릉숲의 주말 개방 문제를 둘러싼 공청회. 광릉숲의 보존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