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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직 공무원 '퇴출 0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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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2-0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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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직권면직 처분에 생계형 가정파탄 위기…불복종운동 벌이며 법적대응 나서기도

(사진/노동부에 소속된 별정직 공무원도 구조조정의 희생자가 되었다. 노동부 산업상담원으로 근무하다 직권면직 처분을 받은 뒤 법적 투쟁을 벌이고 있는 황말희(왼쪽)씨와 권지영씨)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공무원 사회에도 파고들고 있다. 특히 공무원 신분에 대한 보장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고용직·기능직·별정직 공무원들 앞에는 ‘직권면직’ 통지서가 초겨울 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12월1일 광주 서구청에서는 일반직 공무원과 고용직 공무원들 사이에 난데없는 집단난투극이 벌어졌다. 구청에서 직권면직 통보를 받은 고용직 공무원들은 구청장이 참석하는 월례회의장에 들어가려 하고, 일반직 공무원들은 그것을 막으려다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같은 날 부산시내 8개 구청 고용직 공무원들은 하위직 위주의 공무원 구조조정에 반발해 3개월 동안 벌여온 장기 천막농성을 잠정 중단했다. 직권면직 대상 고용직들에 대한 면직이 상당기간 유보됐기 때문이었다. 농성 참가자들은 “힘없는 하위직 위주로 목자르기식, 인원 수 채우기식의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면 언제라도 투쟁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궂은 일 마다않은 대가가 직권면직이라니


10월에는 부산과 대구지역 구청에서 하위직 퇴직자를 선별할 목적으로 치러지려던 직무평가시험에 대해 440여명의 시험 대상자 모두가 시험을 거부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시험과목이 직무와 전혀 관련없는 국어와 국사라는 것도 코미디였지만, ‘억지시험’으로 퇴출을 강제하겠다는 지자체쪽의 위법적 발상도 웃음거리가 됐다.

기능직과 고용직들은 주로 지자체 소속으로 불법 주정차단속, 쓰레기 불법투기 단속, 과적차량 단속, 체납세 징수, 업무보조 등 ‘궂은 일’을 맡아왔다. 부산과 대구 외에도 인천·대구·대전 등 전국 곳곳의 기초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구조조정 반대 열기가 높아가고 있다. 일부는 직권면직 불복종운동과 해당 지방자치단체장 낙선운동, 내부비리 공개 등을 벼르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정부는 공무원 구조조정을 1998년부터 시작해 2002년까지 마무리할 작정이다. 각급 정부부처 공무원 중심의 국가공무원은 16%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이들이 대부분인 지방공무원은 19%를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지방공무원은 이미 목표인원 5만6천여명 가운데 4만9천여명이, 국가공무원은 목표인원 2만5천여명 가운데 1만8천여명이 이미 공무원 생활을 접었다. 그러나 앞으로 떠나야 할 숫자도 1만5천여명 안팎이다.

최근 문제가 갑자기 심각해진 것은 1998년 당시 감원대상으로 선정된 공무원들에게 주어진 2년 동안의 유예기간이 올해 말에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들이어서 명예퇴직 수당을 받지 못한다. 뚜렷한 생계대책이 없는 것이다.

“20년 이상 근속한 일반직에게 구조조정은 일반기업체처럼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의 형식으로 이뤄진다. 수천만원대의 퇴직위로금을 받기 때문에 일정기간 생활비를 확보하는 것이다. 솔직히 재취업도 기능직이나 고용직보다 잘된다. 그러나 기능직은 위로금으로 주는 6개월치 월급이라 해봐야 300만∼400만원밖에 안 된다. 고액연봉을 받는 고비용 저효율의 고위공무원들은 그대로 둔 채 1천여만원의 연봉을 받는 이들을 퇴출시키는 것은 사회정의에도 어긋난다.” 김진규 전국지방자치단체노조 조직국장의 분석이다.

행자부 “하위직 위주 구조조정 아니다”

(사진/공무원 구조조정이 힘없는 하위직 위주로 이뤄져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부산의 고용직 노동자들이 동료의 직권 면직에 반발해 삭발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도 할말은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줄어든 지방공무원 가운데 기능직과 고용직은 40%인 데 반해 일반직은 53%이며 직급별로도 4급 이상이 15.4%이나 된다”며 “기능직·고용직이나 하위직 위주의 구조조정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방공무원의 경우 구조조정 양태는 임면권자인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의 관심과 노력에 따라 편차가 크다”며 “대상자에 대한 취업교육을 강화하고 전직방법을 연구함으로써 직권면직을 한명도 하지 않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준비없이 충돌 일변도로 가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광범위한 직권면직에 기를 쓰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선거 때 약속한 자기 사람을 나중에 채용하겠다는 속셈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어쨌든 이런 식의 구조조정은 결국 해직자 가정의 파탄과 전반적인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 행정공백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교육개혁으로 강행된 교원정원 단축으로 학교를 떠난 초등교사 2만2천여명 가운데 7천여명이 불과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기간제 교사 형식으로 다시 교단으로 돌아오고 있는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별정직 국가공무원들도 비상식적인 구조조정의 피해자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노동부가 면직처분한 ‘여성 산업상담원’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은 95년 노동부 별정직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산업상담원으로 3년10개월 동안 일하다 2차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직제가 없어지면서 지난해 12월 직권면직됐다. 산업상담원은 별정직으로 52명 모두가 여성이었다. 이들은 지방노동청이나 노동사무소를 찾아오는 노동자들을 상대로 각종 상담활동을 해왔다.

인천에 사는 황말희(39)씨와 권지영(32)씨도 이때 함께 면직처분을 받았다. 면직 뒤 노동부에서는 3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3가지 모두 받아들일 수 없었다. 먼저 근로복지공단 전출안은 장기근속자 등을 선택적으로 우대해 근무 4년 미만인 95년 합격자들은 대상에서 빠졌다. 사회·행정학 등 두 과목 시험을 본 뒤 일반직 8급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두 번째 대안도 직급 하나를 일률적으로 낮추는 굴욕적인 것이어서 인정하기 힘들었다. 세 번째 대안인 민간직업상담원 채용안은 고용안정을 보장받지 못하는 1년 계약직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다.

별정직 여성 중심으로 대상자 선정했나

“구제금융사태가 한창일 때는 하루에 100통이 넘는 전화상담과 50여명 정도가 찾아왔다. 몸은 힘들었지만 해고나 임금체불로 힘겨워하는 노동자를 만나 고민을 들어주는 것 자체가 그렇게 보람 있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별정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근로기준법도 적용하지 않고 내팽개치는 현실을 인정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권씨의 말이다.

결국 황씨와 권씨를 비롯한 5명은 법원에 면직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낸 뒤 법정투쟁중이다. 법원은 1심과 2심을 거치는 과정에서 “단순노무에 종사하는 고용직 공무원에 대해서만 (국가공무원법 규정과 어긋나지 않은 범위 안에서) 근로기준법이 적용될 뿐이며, 별정직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의 해고나 정리해고에 관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해 정책결정에 대해 소극적으로 판단하는 법원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줬다.

황씨는 “1, 2심 모두 패소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보기 위해 상고할 계획”이라며 “노동부 조직개편의 정리해고 과정에서 유일하게 해고대상이 된 직제가 여성들로 이뤄진 별정직이라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말고도 국가공무원으로 분류되는 54개 국공립 대학의 기능직 공무원들도 직권면직 통보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신분보장이 없는 대신 의무는 그대로이며, 게다가 파리목숨인 ‘반쪽 공무원’들의 올 겨울나기는 유난히 힘들어 보인다.

김창석 기자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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