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대안운동을 찾아서]
환경 교육 실천하는 갈뫼중학교의 실험… 빗물 이용은 물 부족 해결의 대안으로 떠올라
▣ 글 · 사진 김타균/ 녹색연합 국장 greenpower@greenkorea.org
경기 의왕시에 있는 갈뫼중학교(교장 강정오)는 ‘빗물중학교’다. 물 부족 문제의 근본적 대안 가운데 하나로 빗물을 이용하자는, 세계적 흐름을 한국에서 가장 앞장서 실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7월22일 오전 그곳을 찾았다. 이곳에는 60t짜리 빗물 탱크 두개가 있다. 120t을 가둘 수 있는 물탱크는 주차장 지하에 묻혀 있다.
빗물 모아 청소하고 화단 가꾼다 학교 정문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한달 전에 만든 연못에서 청개구리가 나왔다고 야단법석이었다. 도시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로서는 신기한 일인지도 모른다. 청개구리는 ‘수련’ ‘물배추’ ‘개구리밥’ 사이로 몇번 뜀박질하더니 모 잎사귀에 앉아 잠시 쉰다. 그 사이로 ‘소금쟁이’가 수생식물을 요리조리 피하며 유유히 거닐고, 올챙이는 연신 꼬리를 흔든다. 아이들은 탄성을 연발했다. 한달 전 땅을 파고, 논에서 흙을 가져오고, 비가 오면 학교건물 지붕에서 흐르는 빗물을 가두도록 작업을 한 뒤에야 연못이 완성됐다. 빗물탱크가 생기기 전에는 연못을 만들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지금은 학교 운동장에서 먼지가 날 때 부담 없이 뿌려준다. 주변 주민들이 찾아와 함께 즐길 수 있게 됐다.
과학 담당 이은애(44) 선생님은 “수돗물 값도 절약되지만, 자칫 버려지는 것으로 여기는 빗물을 이용함으로써 빗물이 소중한 자원임을 느끼게 해주는 환경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물 사용량을 직접 재면서 물을 절약하는 방법을 배우고, 손 펌프로 힘들게 푸면서 물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느끼면 한 방울의 물이라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곳의 빗물 이용 시설은 간단하다. 그래서 학생들이 직접 관리한다. 기존 배관을 최대한 활용해 지붕에서 모인 빗물은 학교 건물의 빗물 홈통으로 옮겨지고, 필터를 거친 뒤 지하 물탱크에 모인다. 이렇게 모인 빗물을 손 펌프로 퍼서 청소를 하거나 화단을 가꾸는 데 쓴다. 가뭄이 계속되면 지역 주민을 위한 비상용수나 조경용수로 공급할 수도 있다. 연못가 옆에 설치된 빗물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빗물의 수질 상태와 양을 날마다 확인한다. 모니터링 시스템을 살펴봤다. pH(산성도)는 7.3을 가리키고 있었고, 물탱크는 90% 정도 채워져 있었다.
빗물 활용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빗물에 대한 선입관’이다. 모든 빗물은 산성비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7월부터 2주에 한번씩 이곳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UNEP-서울대 빗물연구센터의 이순재 연구원은 “비에 오염물질이 섞여 있으면 pH가 3~4까지도 내려갈 수 있지만 콜라가 2.5, 오렌지주스가 3.0인 사실에 비춰보면 무조건 걱정할 일은 아니다”면서 “산성비가 건강을 해치고, 산성비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말은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장조에 모은 빗물의 pH를 2, 3일 뒤에 재어보니 pH가 7.0~7.5 정도가 되어 모아놓은 물은 중화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일정 기간 모아 중화된 물을 쓰기 때문에 산성도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에는 ‘빗물자료관’도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 자료관은 20여평 규모로 빗물 이용의 역사, 우리나라 물 문제, 빗물의 활용방법, 외국의 빗물 이용 사례 등을 보여주는 200여점의 자료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실물 크기의 측우기 모형을 세심하게 지켜보던 이 학교 1학년 공민철(13)군은 “빗물의 역사를 쉽게 알 수 있고, 빗물이 어떻게 이용되는지 한눈에 알기 쉽게 설명돼 있다”며 “빗물을 버리는 물로 생각했는데, 지금부터는 식물을 가꾸는 데 이용해야겠다”며 웃었다.
이곳에 비치된 자료 가운데 특히 눈에 띈 것은 초등학교 3학년 이정은양이 학교 방학숙제로 낸 ‘빗물의 생명력’이었다. 이양은 각각의 화분에 봉숭아 씨앗을 심은 뒤 매일 수돗물과 빗물을 따로 주어 99일째 되는 날에 성장속도와 크기를 비교했다. 실험 결과 빗물로 키운 것이 줄기의 길이나 굵기가 수돗물로 키운 것보다 1.5배 이상 컸으며, 꽃과 씨주머니의 수도 월등히 나았다고 기록돼 있다.
공공건물마다 빗물탱크를
빗물 모으기는 세계적 화두다. 한국에는 ‘한국빗물모으기운동본부’(이하 ‘빗물운동본부’)가 있다. 대학교수와 시민단체 관계자, 학교선생님 등 20여명이 참여해 지난 2002년 2월에 발족한 빗물운동본부는 시민을 상대로 빗물 이용을 홍보하는 한편 월드컵 경기장 등 대규모 체육시설에 빗물저장시설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 갈뫼중학교와 육군노도부대 등에 대한 빗물저장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관련 내용을 모니터링해 체계적인 관리기법을 마련하고 있다. 한무영 공동회장(서울대 교수)은 가장 바람직한 빗물 모으는 방법으로 집집마다 또는 공공건물마다 빗물탱크를 설치하자고 제안한다. 이는 무분별한 대형 댐 건설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그는 “기존의 물 공급 방식으로는 수천억원을 들여 댐을 짓고 정수장을 건설하며 관로를 놓지만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빗물 이용 시스템을 통해 하수로로 빠져나가는 유출 빗물을 잡아두면 하천오염 방지와 지하수 함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빗물 이용은 전체 수자원 총량의 30%에 해당하는 물을 버리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에 내리는 비의 양은 1년에 1276억t 정도. 증발되는 545억t을 빼면 731억t이 사용 가능한데 이 중 400억여t은 모두 하천에서 바다로 흘러가버리고 사용량은 331억t(사용률 26%)에 불과하다. 선진국 빗물 사용률은 40% 안팎이다. 2001년부터 빗물 이용 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법을 개정했으나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빗물 이용은 모든 국민에게 유리한 일이지만 댐 건설에 주력하는 정부로서는 귀에 거슬리는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계적인 물 부족 문제의 해결의 중심에 ‘빗물 이용’이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빗물 모아 청소하고 화단 가꾼다 학교 정문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한달 전에 만든 연못에서 청개구리가 나왔다고 야단법석이었다. 도시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로서는 신기한 일인지도 모른다. 청개구리는 ‘수련’ ‘물배추’ ‘개구리밥’ 사이로 몇번 뜀박질하더니 모 잎사귀에 앉아 잠시 쉰다. 그 사이로 ‘소금쟁이’가 수생식물을 요리조리 피하며 유유히 거닐고, 올챙이는 연신 꼬리를 흔든다. 아이들은 탄성을 연발했다. 한달 전 땅을 파고, 논에서 흙을 가져오고, 비가 오면 학교건물 지붕에서 흐르는 빗물을 가두도록 작업을 한 뒤에야 연못이 완성됐다. 빗물탱크가 생기기 전에는 연못을 만들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지금은 학교 운동장에서 먼지가 날 때 부담 없이 뿌려준다. 주변 주민들이 찾아와 함께 즐길 수 있게 됐다.

갈뫼중학교가 빗물을 이용해 만든 연못. 빗물 이용은 학생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구실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