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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독도주권 위해 ‘꼴통’들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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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1-2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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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없는 정부, 감정적인 국민’이 답답해 직장도 때려치우고 모인 독도수호대 사람들

(사진/독도주권 찾기에 '청춘'을 바친 사나이들.왼쪽부터 독도수호대 김윤배·김점구·민병성·김제의씨)
그들은 ‘꼴통’이다. 자타가 그렇게 공인한다. 그래서 멀쩡한 직장 때려치우고, 폼나는 연구직도 그만두고서 일편단심 하나의 대상에 매달릴 수 있는지도 모른다. 네명의 사나이가 청춘을 바치는 열애 상대는 작은 섬 하나.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에 있는 외로운 섬 독도다.

극좌에서 극우까지 한목소리

서울시 중구 신당동의 한 허름한 건물 2층. 난방비를 아끼느라 해거름부터 썰렁한 냉기가 도는 이곳이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을 위해 싸우는 이들의 본부다. 독도수호대 김점구(34) 사무국장, 김윤배(31) 집행위원장, 민병성(32) 문화사업국장, 김제의(26) 사이버국장 등 네명의 ‘꼴통 사나이’들이 사무실에서 주야장창 일에 매달리고 있다.


“이것 보세요. 이게 일본 중학교 사회과 부도인데요. 여기 뒤에, 가장 큰 섬 순서대로 적어 놓은 게 있죠. 전혀 순서에도 들어가지 않는 죽도를 굳이 적어 놓았죠. 정말 치밀한 사람들이에요.” 김점구 사무국장이 십수개의 섬이 크기 순서로 줄줄이 소개된 표를 짚었다. 끝에서 두 번째가 134㎢에 해당하는 섬인데 그 다음에 뜬금없이 0.23㎢ 크기의 독도의 일본이름 ‘죽도’(竹島)가 있다. 책상에서 코를 박고 일하던 김윤배 집행위원장이 고개를 돌리며 말을 거들었다. “우리가 어쩌면 일본 사람들의 치고 빠지는 전술에 길들여진 건지 몰라요. 망언 나오면 잠깐 들끓다가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버리죠. 그런데 그런 망언이 다 정치적인 계산에 따른 거거든요. 우리나라는 솔직히 독도문제에 관한 한 냉정하게 말해 ‘준비없는 정부, 감정적인 국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김 집행위원장은 대학원에서 해양학을 공부하고 연구소에서 일하다 활동비도 제대로 안 나오는 독도수호대로 ‘연구실’을 옮겼다. 이 일을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그랬다고 한다. 독도수호대는 천리안 독도사랑동호회가 탈바꿈해 탄생한 단체다. 지난해 12월 일본인 7명이 독도로 호적이전을 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전국적인 조직이 필요하다는 뜻에 공감한 이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회원은 2500명을 웃돌지만 사실 몇몇의 ‘선도투쟁’이 끌어가고 있다. 뗏목을 만들어 타고 가거나, 온라인 시위를 조직하고, 관료들과 국회의원들을 닦달하는 일은 누군가 앞장서 깃발을 들 때 가능하다. “회원 가입 여부를 떠나 많은 분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세요. 저금통을 털어서 회비를 보내주는 꼬마부터 학교 앞 떡볶이 아줌마까지 포함해 500여명의 서명을 받아서 보내준 여고생, <독도> 사진집을 틈나는 대로 팔아 쌈짓돈을 보내주는 독립운동가까지 남녀노소를 막론하죠.”

독도수호대를 지탱해주는 또다른 힘은 극좌부터 극우까지 이념과 사상을 초월한 이들이 한목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간혹 엉뚱한 일로 시끄러워지긴 하지만(베트남전 진실찾기 관련 배너를 달았을 때 회원을 자처하는 한 우익인사가 “괴뢰집단 <한겨레>에서 하는 일을 돕는다”며 욕설을 퍼부어댄 일도 있었다), 적어도 독도를 지키자는 대의에는 서로 다른 정치적 스펙트럼을 그리는 이들이 한목소리를 낸다. 그래서 지난 여름 뗏목 탐사에서 올린 구호도 ‘독도에서 통일로’였을까.

한달 회비 7만5천원의 그늘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주장하며 돌격대를 조직하거나 대사관을 점거해 난동을 부리는 일본 사람들 중에는 극우들이 참 많아요. 간혹 독도수호대도 섣부른 민족주의에 기초한 게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우리는 배타적이거나 맹목적인 민족주의가 아니라 역사적 진실과 사실에 기초해서 활동합니다.” 김제의 사이버국장은 “우리는 꼴통이긴 하지만 우익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제가 <조선일보> 광팬이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바뀌었어요. 마찬가지로 회원들의 성향이 다양하다보니 의견이 부딪힐 때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바뀔 겁니다. 교통정리도 될거고요.”

이들은 몇달간 동고동락한 덕분에 서로의 잠버릇까지 알 정도로 친숙하지만, 올해 초만 해도 모르던 사이였다. 민병성 문화사업국장의 경우 우연히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것을 인터넷에서 보고 찾아왔다가 눌러 앉았고, 김제의 사이버국장은 웹프로그래머로 홈페이지 제작을 하다 합류한 경우다. 재야 역사연구자인 김점수 사무국장 역시 단체를 만드는 걸 도와준다고 왔다가 지금은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다.

사무실에는 한 캐릭터업체와 손잡고 만든 독도수호대 마스코트 그림이 붙어 있다. 돈이 없어 상품화를 미루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번달 회비는 고작 7만5천원이 걷혔다. 재정문제는 이들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덫이다. 사실 지금까지는 독립운동가 손주인 한 벤처기업 사장과 광복회 등의 후원으로 살림을 꾸려올 수 있었다고 한다.

“왜 진보인사들일수록 냉소적인가”

(사진/지난 8월24~27일에 열린 독도수호대의 한민족 독도탐사 행사.배를 타고 입도하는 게 사실상 허용되지 않아 손수 뗏목을 만들어 타고 바다를 건너갔다)
독도는 98년 한일어업협정에 따라 양국이 공동관리하는 합의수역에 속해 있다. “모든 국민들이 대부분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왜 우리 땅이냐 물으면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죠.” 김윤배 집행위원장이 정색하고 나선다.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한일 양쪽의 실증사료들을 줄줄이 읊으며 정부의 미온적인 홍보와 대처에 분통을 터뜨렸다. “65년 이래 줄곧 사람이 살았고, 정부 스스로가 접안시설까지 만든 섬이 ‘사람이 살지 않는 암초’입니까. 말도 안 되죠. 독도의 가치를 정부 스스로 포기해버리다니.” 그는 가슴을 쾅쾅 치면서 일본이 가로 2m, 세로 3m의 암초도 개발해 배타적 경제수역의 기점으로 삼은 예를 들었다. “정부는 애매한 유엔해양법이나, 중국도 작은 무인도를 기점으로 삼겠다고 나올지 모른다는 핑계를 대면서 독도를 배타적 경제수역의 기점으로 할 생각도 안 해요. 정치적으로도 그렇지만 경제적으로도 커다란 손실입니다.”

독도 인근은 메탄을 주성분으로 하는 천연가스의 보고이기도 하다. 또 하나 독도수호대가 정부에 가진 불만은 외교적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해 명칭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는 메이지유신 때까지만 해도 통상적으로 동해를 ‘조선해’라 불렀다. 그러다 정한론이 대두되던 1830여년 무렵부터 ‘일본해’로 적은 지도가 늘어나다가 러일전쟁 뒤부터 오늘까지 일본해를 고집하고 있다. “일본이 역사와 국제법을 들먹이며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데 우리는 있는 자료들도 제대로 보관하거나 정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지난 봄에는 독도박물관장이 사표까지 냈겠습니까. 일본은 국가 지원을 받는 연구단체가 100여개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소수 민간단체일 뿐입니다.” 김점수 사무국장은 “이러다가 일본이 모든 자료를 독점하고 왜곡해도 할 말이 없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망언 등에 대해 외교통상부의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하면 꼭 돌아오는 답변은 정해져 있습니다. ‘하나하나 대응하다가는 일본에 말린다, 분쟁지역만 된다, 명백히 우리 땅이니 대응할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식이죠. 일본은 전방위적으로 로비하고 치밀하게 국민교육을 시키는 데 비해 우리는 안에서만 우기고 있는 셈입니다.”

이들은 활동 도중 매번 웃었다 울었다 한다. 뗏목 탐사대에 참여하려고 전국에서 달려오는 사람들을 볼 때는 행복하지만, 독도의 영문명과 비슷한 도메인(dokdo.com)명을 가진 한 쇼핑업체에서 3천만원을 주면 이름을 팔겠다고 할 때는 슬프다. 다행히 선견지명 있는 이들이 독도와 관련된 대부분의 영문 도메인명을 확보했고, 다국어 도메인 신청결과 독도의 일본명인 다케시마닷컴(竹島.com) 역시 한국 사람이 소유하게 됐다. 독도수호대가 쓰고 있는 독도닷컴(tokdo.com/tokdo.co.kr)은 각각 한 인터넷 도메인업체 사장과 중학생이 선물한 것이다.

이들이 정작 눈물을 빼는 일은 사람들이 영토주권에 대한 개념을 점점 잃어간다는 것.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의 60% 이상이 ‘기회가 된다면 이민가고 싶다’고 답변해 오랫동안 우울했다고 한다.

“역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느 것 하나 그냥 얻어진 게 없죠. 우리 사회가 강조하는 절차적 민주주의나마 많은 사람이 피흘려 싸워온 결과입니다. 모두가 똑같이 뛸 수는 없겠지만, 진실을 위해 목소리를 내줬으면 해요. 한 사람이 외치면 주장이지만 여러 사람이 외치면 함성입니다.” 김점수 사무국장은 “이른바 진보인사들일수록 명명백백한 독도문제에 냉소적인 모습이 우리 사회의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이야기는 취재를 끝내고 저녁식사 자리에까지 이어졌다. 끼니를 주로 사무실에서 끓여 먹지만 이날만큼은 ‘맛난 것’을 먹어달라는 한 후원자의 당부로 오랜만에 삼겹살로 영양보충을 했다. 밤이 이슥하도록 이야기꽃을 피우는 이들은 ‘구국의 열정’으로 뜨거웠다. 울릉도-독도 겨울탐사는 오는 12월29일부터 1월1일까지 있고, 12월부터는 홈페이지 디자인 경연대회도 열린다.

김소희 기자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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