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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효율적 투자로 생생한 영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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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1-2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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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영어교육만큼 ‘고비용 저효율’이 판을 치는 분야가 있을까. 영어공용화 주장까지 등장할 만큼 영어에 대한 열풍은 ‘광풍’으로 변한 지 오래이고, 한해 영어교육에 쓰이는 비용은 수조원인지 수십조원인지 계산이 나오지 않는다.

최우용(31)씨는 이같은 광풍을 잠재우려면 효율적인 영어공부, 즉 ‘에콜리쉬’(Ecolish)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 효율적인 자원배분이라는 경제학의 기본원리를 영어공부에 도입한 영어학습서 <에콜리쉬, 영어공부 맨땅에 헤딩하지 맙시다>를 펴냈다. 그는 “우리나라 학생들도 영어공부에 적당히 투자하고 나머지 시간은 전공이나 인생공부에 투자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본적이고도 일반적인 영어를 집중적으로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사회가 현재 요구하는 영어공부는 이를테면 “어느 날 갑자기 미국땅에 떨어져 미국인이 되는 것을 상정한 채 배우는 영어”라는 것이다. 그가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 데는 카투사로 근무했던 경험이 큰 영향을 끼쳤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 한 한국인 동료는 미군 동료들에게 무심코 “It’s raining cats and dogs”라고 내뱉었다. 역설적이게도 당시 말뜻을 알아들은 사람은 미군들이 아니라 한국사람인 최씨뿐이었다. 우리 영어참고서에 많이 나오는 이 표현은 원래 옛날 영국에서 비가 많이 오면 하수구에 개와 고양이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 것으로부터 유래해, 보통 미국인들에게는 생소한 표현이었다. 실제로 미국인들은 “It’s raining heavily”라고 하면 다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최씨는 이 책에서 단어와 문법의 영역도 이같은 원리에 따라 공략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소개한다.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 직전 당한 교통사고로 한달 동안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매기도 했던 그는 “한국인들이 더이상 썩은 고기(이른바 ‘맨땅영어’)를 부여잡고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고 살아 있는 고기(현대영어)를 잡는 법을 배우도록 하는 영어교육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창석 기자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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