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 갈등, 카다피의 해법
등록 : 2000-11-28 00:00 수정 :
“권력을 나눠 가져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최근 혼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면서 내놓은 처방전이다. 그는 최근 한 이탈리아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으로 자신의 방법을 설명했다.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부통령이 되고,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고어가 부통령을 맡으면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된다는 것이다.
카다피는 “현 미국 대통령 선거로 발생한 혼란은 복잡한 문제다. 미국이 내전을 피하기 위해서는 후보들 사이에 권력분할이 이뤄져야 한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카다피는 “이 방법만이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이를 발표하도록 미국 친구들에게 충고했다”고 자랑했다.
그는 말이 나온 김에 거침없이 자신의 평소 주장을 전개했다. 세계 민주주의는 “날조된 민주주의”에 불과하며 “미국 국민의 거의 절반이 어떻게 자신들이 뽑지 않은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또 미 의회를 가리켜 리비아, 코소보, 쿠웨이트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전쟁을 벌이는 등 세계에 대해 무지하다고 비판했다. 물론 카다피가 그렇게 말했지만 스스로 ‘권력분점’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할 리는 없다.
카다피는 1969년 대위의 신분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친미 왕정을 타도하고 아랍민족주의와 사회주의가 결합된 정권을 세웠다. 리비아는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불량국가’로 낙인찍혔고, 카다피는 89년 프랑스 항공기 폭파사건과 관련돼 기소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미 전폭기가 대통령궁을 폭격할 때는 간신히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온갖 수모를 당하며 20년 넘게 권력을 유지해오고 있는 카다피로서는 이번 미국 대통령선거의 혼란이 즐겁기만 한 듯하다.
김태경 기자/ 한겨레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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