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이 예수를 붙들은 까닭은?
등록 : 2000-11-21 00:00 수정 :
가수 조영남(56)이 예수의 샅바를 잡았다? 그가 샅바를 잡는 방식은 예수의 일생에 대한 신학책을 쓰는 것이다. 가수이면서 그림도 그리고, 수필집을 내는 등 다재다능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 그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왜 하필 신학서적일까?
“미국 트리니티 신학대학에서 사복음서를 배우면서 신학책을 써야겠다고 처음 생각했어요. 만날 외국 참고서만 보다보니 한국 참고서를 보고 싶었죠. 연세대 윤병상 교목에게 편지를 써서 ‘한국사람이 쓴 예수에 대한 참고서가 있냐’고 물었더니 한권도 없다는 겁니다. 거의 다 번역서고 간단한 수필종류지 본격적인 것이 없대요. 그래서 내가 한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그는 이번 책 <조영남, 예수의 샅바를 잡다>(나무와숲 펴냄)의 성격을 “한국사람의 입장에서 본 예수”라고 정의한다. 이 책에서 그는 예수를 설명하면서 여러 가지 종교를 폭넓게 언급하고 있다. 야스퍼스가 나오다가 석가의 탄생이 나오고, 예수의 고행을 말하다가 체 게바라가 나오는 식이다. 그중에서도 구한말 3대 천재 중 한명이라고 하는 나철이 세심하게 재조명되어 있다.
“기독교가 어떻게 한국땅에 들어왔나 추적하다보니, 우리가 토착 종교를 거의 다 놓쳤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하고보니 우리 종교는 불교나 기독교보다 조직적이지 못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나철이더라구요. 나철은 구한말 단군신앙을 우리 종교로 키우려고 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게 여의치 않아서 자살했다고 합니다. 그 열정이 못내 아쉬워서, 이 책에서 기려보려고 했습니다.”
멜로영화 주인공, 가수, 화가, 뮤지컬 배우, 작가 등 보통사람 몇명분의 재능을 발휘하다가, 어느덧 쉰을 훌쩍 넘어 신과 대화를 시도하는 조영남은 요즘 열한살 난 딸 기르는 재미에 훌쩍 빠져 있는 평범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무슨 종교 신자냐고 캐묻는 말에는 모든 종교가 각기 좋은 점이 있다며 웃고 넘긴다. 한 종교에 묶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유교, 불교, 소크라테스, 예수, 나철교까지라고나 할까요.” 자유인 조영남의 답이다.
이민아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