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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주방을 나서면 크레파스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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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1-2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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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파스 그림은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어서 좋구요. 크레파스 한통에 스케치북만 있으면 되니까 비용도 적게 들고, 어디에서나 펼쳐놓고 그릴 수 있어 편하지요.”

충북 옥천지역의 평범한 가정주부들로 구성된 신미술인회 안상순(40) 회장은 첫마디부터 크레파스 그림 자랑을 늘어놓았다. 신미술회는 크레파스를 이용해 창작활동을 하는 주부 그림 동아리. 96년 가을 입소문을 듣고 모임을 찾아간 안씨는 어느새 최고참이 돼 회장까지 맡고 있다. 항상 집안일이 최우선이긴 하지만 틈나는 대로 크레파스를 잡는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엄마의 크레파스 그림을 좋아한다. 엄마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초등학교 3학년과 6학년인 두딸이 슬며시 옆에 앉아 함께 그리곤 한다. 동심의 세계에 푹 빠지는 재미에 매주 수요일 옥천문화원 2층 작업실에서 열리는 정례모임에도 절대 빠지지 않는다.

“제일 기뻤을 때요? 첫 전시회에 내 그림이 걸렸을 때를 가장 잊을 수 없죠.”

신미술회는 96년 말 첫 작품전을 가진 뒤로 매년 정기 작품전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안씨도 두어 작품을 꼭 전시한다. 여고 때 미술반에서 키웠던 꿈을 중년에 접어들어 소박하게나마 이뤄가고 있는 안상순씨. “크레파스 그림도 잘 그려서 액자에 넣어 놓으면 유화 같다고들 한다”며 자랑 한마디를 더 보탠다.

크레파스 그림의 매력이 알려지면서 해가 거듭할수록 동아리에 참여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출범 초 3명이던 회원이 창립 4년 만에 22명으로 늘었으며 올 초에는 인접한 영동지역 회원들을 분리시켜 분회도 설립했다. 연령층도 3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다. 안씨도 이미 동네 아주머니 여럿을 동아리로 이끌었다. “시작은 쉬워도 하다보면 벽에 부딪히기도 해요. 한 작품에 두달 이상 걸릴 때도 있지요.” 그래도 안씨는 크레파스를 놓치 않을 생각이다.

신윤동욱 기자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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