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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사회적 약자에게 일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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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3-2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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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 수출 기업 ‘함께걸음’의 도전… 이윤보다 장애인 등과 일자리 나누는 데 주력

고양= 글 · 사진 김타균/ 녹색연합 국장 greenpower@greenkorea.org

신발과 옷가지, 장난감을 분류하고 간단하게 수선하는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최재현씨(왼쪽)는 사업장에 공동 출자한 구성원이기도 하다.
지난 3월10일 오후 경기 고양시 용두동의 화훼단지 안으로 수출용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차가 도착했다. 사람들이 몰려나와 자루 하나씩을 컨테이너에 실었다. 이번에 실린 물량은 25kg짜리 자루 630개로 수출 가격은 1천만원이 넘는다. 자루에 담긴 것은 신발·가방·커튼·담요·옷 등 모두 재활용품. 한달 평균 컨테이너로 신발 4상자, 가방 2상자, 커튼과 담요 2상자가 모인다. 버려지는 것이 이렇게 많다니! 재활용할 수 있는 게 이렇게 많다니!

자주관리 방식의 공동소유제


주식회사 ‘함께걸음’.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간다’는 뜻이다. 이곳 노동자들은 장애인·외국인 노동자·현장 노동자까지 모두 15명. 수거된 재활용품을 간단히 수선해 외국에 수출한다. 이 기업의 목표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다. 지배구조와 운용방식 역시 기업 목표에 걸맞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참여자 스스로 작업방식을 논의하며 참여자 전체가 기업에 참여하는 자주관리 방식의 공동 소유제를 채택했다.

대표 박영식(50)씨는 재활용 사업 경험이 있는, 말하자면 이 분야의 전문경영인이다. 수출 지역은 타이·캄보디아·파키스탄·베트남·라오스·나이지리아·몽골·모잠비크 등이다. “재활용품 수출사업을 하면서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기는 걸 많이 봤어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재활용 사업은 영리 목적으로 접근하면 돈을 벌 수 없습니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고 적지만 그 이익을 다시 장애우들에게 되돌려주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그의 꿈은 수출 현지에 작업장을 만드는 것이다. 해외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재활용품을 수거해 분류작업만 한 뒤 중간무역상을 거쳐 수출하기 때문에 중간거래상의 이윤이 포함돼 해당국 소비자들에게는 역시 부담되는 가격이 되곤 한다. 직교역 형식으로 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게 현지 작업장이다. 판매 비용으로 남는 수익금은 현지 장애인들에게 분배하고, 해당 국가의 특산물을 직수입해 다시 한국에 판매할 계획도 갖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한 차용재(27)씨는 “최근 공장 이전 과정에서 물품 배치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이것이 바로 사회 안에서 치료받는 과정이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집 밖으로 나오는 걸 싫어해 버스조차 타지 못했던 박영학(29)씨는 이제 고척동에서 고양시까지 지하철을 3번 갈아타고 시내버스를 또 타야 하지만, 출퇴근길이 즐겁기만 하다.

공동 출자자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렬(44) 소장은 “노동집약적인 특성을 지닌 재활용 사업은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며 “이곳에서 지향하는 것은 전통시장의 고용형태와는 다른 특성을 가진, 말 그대로 ‘사회적 일자리’다”라고 말했다. 보통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가 목적이지만, ‘사회적 일자리’를 위한 기업은 비록 상품의 가치가 떨어지고 효율성이 높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유용한 분야에서 가치 있는 일을 한다. 사업 분야는 삶의 질을 높이는 분야, 즉 가정도우미·무료간병인·재활용·가전제품 수리·노약자 보호·공원과 유적관리·화장실 관리 등에 집중돼 있다. 자본주의 일반기업에서는 수익 때문에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보호되는 틈새시장(이를 ‘보호된 시장’(Cared market)이라 함)이기도 하다.

‘함께걸음’은 오랫동안 장애우 재활사업을 이끌어온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공동 출자에 참여하면서 설립이 시작됐다. 이곳의 사회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있는 서동훈(36·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직업센터) 간사는 “빈곤의 감소, 심리적 안정감, 삶의 만족도라는 측면에서 장애인의 일자리를 인식하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2000년 기준으로 장애인의 실업률은 28.4%로 평균 실업률 4.1%의 7배였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 사회통합 구실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 · 지역사회와 연대 절실

‘함께걸음’이 성공하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의 시민사회, 민간기업과의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먼저 지역정부가 참여해 지역별 물류센터 구축을 지원해줘야 한다. 재활용 사업의 특성상 넓은 야적시설이 필요한데 독자적으로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또 지역 시민사회와 함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철저한 기술교육과 효과적인 공장관리, 판매 및 사후관리를 위한 서비스망의 확보 등도 이뤄야 한다. 적게는 3~4단계, 많게는 7~8단계를 거치는 전근대적 유통체계로 사업을 해 1차 재활용 수거자들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치르지 못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서 간사는 “자본가나 국가 관리자들보다 더 효율적이고, 더 정의롭고, 더 인간적인 경제활동을 조직한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웨덴의 삼할그룹(Samhall) 같은 사례를 한국에서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삼할그룹은 1980년 스웨덴 정부가 장애인 완전고용을 위해 설립한 국영기업으로 대표적인 ‘장애인 중심기업’이다. 단순한 재정적 지원을 뛰어넘어 국가 주도의 전문화된 재활과 고용정책의 모범으로 꼽힌다. 삼할은 제조업부터 서비스 분야까지 300여개 지역에 800여개의 공장과 소속회사를 두고 있다. 설립 초기 경영과 수익성을 우려했지만, 수익구조와 품질경쟁력 면에서 어떤 기업에도 뒤지지 않는 우수기업으로 성장했다. ‘장애는 결코 품질의 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국영기업이 아닌 시민기업으로서의 ‘한국판 삼할’. 혼자 꾸는 꿈은 그저 꿈에 지나지 않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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