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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계안] 기대하시라, ‘경제짱’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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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3-2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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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인 출신 이계안 후보의 포부… “기업이 투자 망설이지 않는 여건 만들겠다”

17대 국회에서 인물 교체를 통해 정치가 바뀔지, 특히 ‘전문가 정치’의 시대가 열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총선에 나선 전문 경영인 출신인 이계안 후보(열린우리당·서울 동작을)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단병호 후보(민주노동당·비례대표)를 통해 전문가 정치의 가능성을 미리 짚어본다. -편집자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강재훈 기자
이계안(52) 후보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6년 현대중공업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고속 승진을 거듭한 끝에 46살에 굴지의 기업인 현대자동차 사장에 올랐다. 현대그룹 재직 중 ‘현대의 재사(才士)’로 통해 그룹 구조조정 작업과 경영전략을 관장했으며, 제철소 건설계획, 기아자동차 인수,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자본제휴 등 굵직한 사안들도 그가 처리했다. 2001년 7월 49살에 현대캐피탈·현대카드의 회장이 되었으며, 올해 2월 열린우리당 영입에 응했다.


‘아침형 인간’으로 자기관리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사무실에 출근하는 대표적인 ‘아침형 인간’이라고 한다. 철두철미한 자기관리와 부지런함이 ‘회사 인간’으로서의 성공, 또는 ‘샐러리맨의 우상’이 된 비결 중 하나임에 분명한 것 같다.

그는 3월18일 기자와 만나 “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로서 글로벌 경쟁을 직접 체험한 실물경제 전문가”라며 국회에 들어가 ‘전문가 정치’ 시대를 열어볼 뜻을 밝혔다. 그는 “산업기술과 노동·환경·교통·금융 분야에서 행정서비스의 최일선 수요자로 일해본 셈”이라며 “이런 경험을 토대로 입법가로서 기업이 투자를 망설이지 않을 여건 등을 만드는 데 앞장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 슬로건도 ‘경제짱’으로 내걸었다.

사실 우리 정치권에는 이명박 서울시장(한나라당·현대건설 사장 출신), 이상득 한나라당 사무총장(코오롱 사장 출신), 정세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쌍용그룹 상무 출신), 김택기 의원(열린우리당·동부화재 사장 출신)을 비롯해 전문경영인 출신이 제법 있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정치적 입신에 성공한 사람이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해당 분야의 정책 전문가로 성가를 날린 경우는 드물었다.

이런 탓인지 이 후보는 “CEO 출신으로 먼저 정치권에 진출한 사람 가운데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이란 물음에 “난처한 질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 이유로 “계보정치를 특징으로 하는 3김 시대라는 정치 환경 탓”을 꼽았다.

후발 주자의 불리함, 경험으로 극복

그의 말대로 적어도 16대 국회까지의 정치는 분야별 정책을 둘러싼 각론 토론은 없고, 권력 전체를 놓고 다투는 총론의 대결 정치만이 존재했다.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리느냐 마느냐를 다투는 탄핵 정국은 그런 풍토의 결정판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선 제아무리 전문성을 지닌 국회의원이라 해도 지도부의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동원당하는 것 외에 별도의 설 자리를 찾기가 어려운 법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걱정스럽긴 하지만 17대 국회부터는 환경이 달라질 것”이라며 “과거 CEO 출신 선배들이 겪은 어려움을 극복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여건이 바뀔 조짐은 분명히 있다. 최근 탄핵 정국을 통해 여야간 정당지지율이 급변하는 흐름 속에서, 해방 이래 수십년간 굳어졌던 기득권 질서가 무너지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386 바람’ 속에서 50대에 이르러서야 정치권에 입문한다는 점 때문에 후발 주자의 불리함도 안은 상태다. 그러나 그는 “세계 굴지의 대기업을 이끌며 국제경쟁을 했다는 경험 자체가 또 하나의 정치적 훈련”이라며 “초선, 재선을 따지는 풍토에 위축되지 않고 1급 투수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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