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S환자에 한줄기 햇살을…
등록 : 2000-11-21 00:00 수정 :
(사진/11월14일 ALS환자와 가족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모임을 갖기 위해서다)
11월14일, 서울 올림픽파크텔 무궁화홀. ALS환자 및 가족들 15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가칭 ‘대한 ALS협회’ 발기인 모임을 갖기 위해서였다. 죽음이 다가오는 줄 알면서도 특별한 치료법 없어서 고통과 좌절 속에 실의로 세월을 보내온 환자와 가족들. 이날 이들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함께 만나 그저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큰 위로를 얻었을 것이다.
“그동안 많은 환자들은 듣도 보도 못한 이 병을 제대로 알 수 없어 이만저만 발을 동동 굴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먼저 환자들에게 이 병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고 그런 의미에서도 협회 창립은 시급합니다.” 이 모임 창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제약회사인 (주)아벤티스 파마의 박한규 부장의 말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중풍에 걸려 협회 창립에 더욱 열성적이었다는 그는 이미 환자들을 위한 안내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앞으로 할 일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협회가 독자적으로 자생할 수 있도록 기금을 모으기는 일일 겁니다. 이 기금을 통해 어려운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다양한 일을 벌일 작정입니다. 엄청난 의료비가 드는 각종 의료기기를 싸게 공동구매할 수 있도록 하며, 환자들을 위해 가정간호제도 정착이나 각종 정부지원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애쓰는 일도 절실합니다.” 박씨의 말이다.
환자 및 가족들도 모임 창립에 매우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 남편이 ALS환자이라고 밝힌 김진자씨는 환자들에게 당장 도움이 될 만한 구체적인 정보를 들려줘 큰 호응을 받았다. △특별한 약이 없는 만큼 할 수 있는 한 많은 운동을 하도룩 할 것 △장애자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신청할 것 △일부 병원에서 이뤄지는 가정간호제도를 잘 활용할 것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않은 치료를 함부로 하지 말 것 등….
위안이나마 얻고자 이날 모임에 참석했다는 오세득(48)씨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었는데, 점차 다리를 움직일 수 없다”며 “아내에게 이 날벼락 같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이틀 전에야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아내는 그뒤, 이틀 동안 눈물로 지샜습니다. 사실은 이미 지난해 11월 판명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남몰래 사업 등 모든 걸 정리하고 체념해 왔습니다만 오늘 모임으로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발기인 모임은 12월 중 창립총회를 열어 협회를 공식 발족할 계획이다. 초대 회장은 이광우 서울대 신경과 교수가 맡을 예정. 이 교수는 “이 모임은 ALS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환자와 환자가족들을 위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또 정부 및 협력단체를 설득해 진료와 연구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는 등 여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규 부장은 특히 △입원 및 치료의 우선을 위한 법제화 △각종 치료방법에 대한 보험화 노력 △ALS간병인 및 전문치료인 육성 △전문병원 설립 △잘못된 정보로부터의 보호 등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의: 017-237-8981, 02-527-5451 HanKyu.Park@avent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