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소액 대출을 통해 자활의 기반을 만들어주는 ‘사회연대은행’이 거룩한 이유
김타균/ 녹색연합 국장 greenpower@greenkorea.org
돈이 피라면 지금의 사회 시스템은 피가 한곳으로만 쏠리는 꼴이다. 피가 돌지 않는 곳은 서서히 썩어가고, 결국 조직 전체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몸 구석구석에 피를 보내는 펌프 구실을 하는 곳이 있다. ‘미래를 여는 희망의 돈’을 빌려주는 또 하나의 은행인 ‘사회연대은행’이 그곳이다.
상환을 위한 교육 · 지도 병행
지난 3월4일 서울 충무로에 있는 사회연대은행을 찾았다. 이종환(43) 부장과 임은의(35) 차장은 ‘저소득층 여성가장 공동체 창업 지원’ 신청 마감을 앞두고 관련 신청서를 정리하고 있었다. “소액 융자만으로도 가난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아질수록 우리 은행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우선은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은 사람을 가려내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이 부장의 설명이다. 자활 의지가 높고 사업 아이템이 분명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회연대은행은 담보와 보증 능력이 없어 기존 금융기관을 좀처럼 이용할 수 없는 빈곤소외 계층이 소액 대출을 통해 자활·자립의 기반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출은 면접·현장실사·자활교육과정 등을 거쳐 이뤄진다. 지난해에는 저소득층 여성가장 42명에게 2억3천만원을 담보 없이 소액 대출을 해주었다. 대출금은 6개월 거치 30개월 균등 분할상환하면 된다. 담보 소액대출을 한다는 점에서 ‘마이크로 크레디트 은행’(micro-credit bank)이라고도 하고, 빈곤층이나 실업자·여성 같은 사회적 약자와 연대해 시장이 방치한 삶의 질을 복원한다는 점에서 ‘윤리은행’(Ethic Bank)으로도 불린다.
사회연대은행이 기존 은행과 확실히 다른 점은 상환을 위한 ‘사후관리’를 병행한다는 것이다. 자활 의식을 높이고 교육훈련과 경영지도를 하는 등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에 함께한다. 이 일은 사회연대은행의 꽃이라고 불리는 ‘RM(Relation Manager)팀’에서 한다. RM은 선정된 공동체에 대해 창업 준비에서부터 대출금의 이자 상환이 시작되는 3년 뒤까지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토털 서비스를 실시한다. 상환금은 빈곤계층의 대출에 다시 쓰인다. ‘시혜’가 아닌 ‘자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연대은행은 안정된 일자리 확보와 소득 향상의 두 가지 목적을 모두 현실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임 차장에게 개인대출보다 공동체 지원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소식지인 <탈출기>를 보라”고 일러줬다. <탈출기>에는 그동안 이 은행의 대출로 가난을 극복해가는 공동체들의 희망찬 얘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광주의 ‘두부마을’ 사람들, 서울 강서구 ‘실로 여는 세상’ 사람들의 얘기 등이 실려 있었다. 혼자 활동하는 사람은 여러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지만, 공동체로 지원하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도 받고 계획에 따라 행동하고 실천하기 때문에 공동체 의식까지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실제 창업자본금에 근접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크다. 즉, 1인당 1천만원으로 모두 5명에게 대출해주면 최고 5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은행의 전제는 ‘사람은 정직하다’는 믿음이다. 창립 멤버인 이 부장은 “우리는 사람들을 신뢰하고, 그들은 스스로를 믿고 우리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사회연대은행의 대출은 소외받는 이들에게 잠재능력을 깨닫게 하고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이 사업을 두고 “단순히 생계형 창업자금 대출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연대를 사전 저축하는 행위이자 공동체의 결속과 믿음을 빌려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자활특별법 제정해 정식 은행으로”
올 2월부터 대출금의 부분 상환이 이뤄지고 있다. 대출금을 상환하는 공동체의 반응을 보면 사회연대은행의 가시적 성과를 짐작할 수 있다. 임 차장은 “난생처음 융자를 받은 이들에게 원금을 갚을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번다는 느낌만큼 더한 즐거움은 없는 것 같다”면서 “직접 벌어 갚는 것이기 때문에 마치 저축계좌에 돈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으로 느낀다는 게 공동체 사람들의 반응”이라고 말했다.
사회연대은행에는 숙제가 많다. 무엇보다 종자돈이 턱없이 부족하다. 기금 대부분이 지정기탁 형식이어서 사무국 운영비도 부족하다. 명색이 은행이지만, 사단법인 ‘함께 만드는 세상’이 공식 명칭이다. 은행이라는 이름을 아직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대명 박사는 “자활특별법을 따로 제정해 사회연대은행을 은행으로 정식 등록하는 방법도 있다”고 소개했다.
창업 아이템의 현실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로 여는 세상’을 지원하는 강서 자활후견기관의 김영은(27)씨는 “저소득층에 적합한 창업 아이템을 더 많이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현장에서 자활후견 활동을 하는 사회복지사들과 지역의 경영 전문가, 지역 시민사회 등이 공동으로 힘을 쏟아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4일 서울 충무로에 있는 사회연대은행을 찾았다. 이종환(43) 부장과 임은의(35) 차장은 ‘저소득층 여성가장 공동체 창업 지원’ 신청 마감을 앞두고 관련 신청서를 정리하고 있었다. “소액 융자만으로도 가난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아질수록 우리 은행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우선은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은 사람을 가려내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이 부장의 설명이다. 자활 의지가 높고 사업 아이템이 분명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을 지원하는 사회연대은행 사람들. 왼쪽부터 이종환 부장, 임은의 차장, 김영화 과장, 한진배 부장, 이민재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