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3월12일 수천만개의 눈이 한 자리로 쏠렸다. 국회의장석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 설치된 방송용 카메라만 수십대, 스틸 카메라까지 포함하면 수백대가 한곳을 향했다.
곧 전쟁이 시작됐다.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치열함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고지탈환 장면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육탄전이 밀치기·떼어내기·들어내기로 바뀌었을 뿐이다. 총알 대신 서류와 구두, 명패가 날아다녔다. 마치 스포츠경기처럼 생중계된 이날 장면은 일터와 가정에 있는 국민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어떤 자리다툼도 이보다 처절할 수는 없었다.
의장석이 ‘고지’로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전에도 의장석 점거와 탈환 등의 소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2002년 3월 ‘표결과 그 결과 선포를 의장석에서만 할 수 있도록’ 국회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법은,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이 그 자리에서 선포하고 의사봉을 두드린 뒤에야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국회법을 이렇게 개정한 것은, 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만 모아 다른 곳에서 회의를 열거나 국회의장 혹은 부의장이 의장석이 아닌 곳에서 날치기 통과를 하는 편법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번 탄핵안 통과 과정을 보면, 국회 운영의 선진화를 위한 조치가 오히려 국회의 폭력성을 더욱 양산하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우리는 다수다. 다수결이 민주주의의 핵심원리다. 국회의 다수가 하는 일은 곧 다수 국민의 뜻이다”라는 식으로 악용될 경우 더욱 그렇다.
국회의장의 자리는 모든 국회의원을 두루 내려다볼 수 있도록 2m 이상의 높은 단상 위에 있다.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성을 인정받을 때 그 권위는 더욱 올라간다. 박관용 의장의 이날 언행은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까. ‘탄핵5적’에 이름이 오른 것을 보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향해 “자업자득”이라고 쏘아붙였던 화살이 박 의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 같다.

이용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