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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한태규] 그리스 대사, 그리스를 홍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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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3-1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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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글 · 사진 하영식 전문위원 youngsig@teledomenet.gr

“‘자유인’의 의미를 예순이 다 돼서야 깨달았다.”

한태규 (57) 전 아테네 주재 한국대사. 그는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아크로폴리스를 자주 오르락내리락거리면서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사색을 한 듯했다. 그리스 신화에 흠뻑 빠져 틈나는 대로 독서를 했고, 신화와 관련된 곳이라면 어디든 구석구석 다녀왔다. 그는 이제 그리스 신화에 관한 한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뽐내고 있다.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정도로 깊이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얼마 전 임기를 끝내고 귀국하는 그를 위해 교민회에서는 송별회를 베풀었다. 그는 송별의 자리에서도 디미트라와 퍼세포니에 관한 신화를 읊으면서 작별의 의미를 풀었다. 제우스 이야기를 하면서는 “아버지에 저항했던 제우스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었던 점은 바로 그가 옳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며, 동양의 정신문화와 서양의 정신문화를 비교했다.

아테네는 한 전 대사를 민주주의에 대해 더욱 깊은 사색의 경지로 인도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자유의 의미를 깨닫게 되면서 마치 뭔가에 홀린 것처럼 대사관 공식 업무가 끝나면 거의 매일 연구를 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여름휴가까지 반납하면서 거의 6개월 정도 매달려 원고를 완성했다. 그의 수고는 마침내 결실을 맺어 한권의 책으로 3월 말 서울에서 나올 예정이다.

그가 책을 쓴 목적은 소박하다. 아테네에 사는 적은 수의 한국 동포들에 대한 애정과 무관치 않다. 아테네에 사는 동포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요즘 한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하다. 이에 따라 동포들이 경제적으로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그래서 한 전 대사가 생각해낸 것이 그리스 신화와 민주주의 등을 소개하는 안내 책자이다. 그는 “대사로서 뭔가 동포들을 도울 방도가 없을까 생각했다. 책을 통해 그리스를 한국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3월8일 아테네를 떠나 서울로 돌아왔다. 2년 반이라는 짧은 재임기간이었지만 그리스 동포들은 그의 떠남에 남다른 아쉬움을 표시했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대사와 동포사회 사이가 그리 자연스럽지 않다. “어느 동포든 그에게 쉽게 전화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대해준 점이 대사관과 동포 사이를 가깝게 만든 것 같다.” 많은 동포들의 한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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