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학창 시절을 생각하면 어떤 선생님이 떠오를까. 서울 석관중학교 국어교사 강상기(58)씨가 추억하는 좋은 선생님은 실력도 있으면서 학생들에게 인격적으로 감동을 주시는 분이다. 그런 선생님이 되려고 교직에 몸담은 지 33년이 됐다. 그동안 시국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강요하지 않으려 했고, 교과 내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쩔쩔매지 않았고, 시종일관 잡소리만 늘어놓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교직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1982년 교사 간첩단 조작사건인 이른바 ‘오송회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다. 교단에 돌아오기까지 무려 17년 동안 해직교사의 아픔을 겪었다. 나름대로 1971년 한 일간지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시인으로서의 삶이 있었다 할지라도 어디에서도 목마른 ‘사제의 정’을 채울 수는 없었다. 다시 복직한 게 1999년의 일이다. “전북 진안의 고등학교에 복직했는데 학생들은 이미 꿈을 잃어버렸더라고. 학생들에게 작은 꿈을 심어주고 싶었어.”
‘자신을 흔들어라!’ 이것은 강씨가 꿈을 가꾸려는 학생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자기 정체성을 찾고 이웃을 껴안으려면 스스로를 흔들어 홀씨를 멀리 날리는 민들레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가슴에 간직한 학생들은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문제아에서 내일의 희망을 찾아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일상의 나태와 무관심으로부터 자신을 흔들 때, 스스로를 변화시킬 희망의 등불을 발견할 거야. 나는 그들을 외면하지 않았을 뿐이지.”
흰머리가 성성한 선생님이 인터넷에서 자신이 겪은 교단 이야기를 풀어놓기는 쉽지 않았다.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사람이라면 ‘교육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뻔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이란 화두를 짊어지고 보낸 33년을 ‘밑천’으로 삼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참말이 통하는 세상’을 바라는 인터넷 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에 학교 안과 밖에 관한 칼럼 연재를 시작했다. 소박한 이야기들에 ‘느낌’이 있었기에 댓글이 잇따라 달리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했다. 칼럼을 한데 묶은 <자신을 흔들어라>(문원출판 펴냄)는 바람을 기다리지 않고 자신을 흔드는 민들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작은 목소리이다. 거기엔 미래를 생각하는 커다란 울림이 있다.

류우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