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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전기정] 청와대를 바꾼 ‘시스템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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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3-1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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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시스템 개혁 전도사 전기정 교수… 카리스마 통치시대 이후의 국가경영 토대 마련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노무현 대통령은 “나는 시스템 마니아”라고 사석에서 말하곤 한다. 청와대 비서실부터 정부 부처에 이르기까지 조직 운영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데 정력을 쏟는 모습을 자평한 이야기다. 현 정부는 실제로 여러 분야에 걸친 로드맵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다가 “로드맵만 만들었지 가시적 결과물이 없다”는 비판도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시스템 개혁 기틀을 다진 전기정 상명대 교수. 전 교수는 머지않아 시스템 개혁의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이용호 기자)
이런 가운데 노 대통령의 시스템 개혁에 최측근 노릇을 해온 전기정(46) 청와대 혁신기획비서관이 1년간의 청와대 생활을 마감하고 최근 학교(상명대 정보통신대 교수)로 복귀했다. 그는 “아이디어가 소진했다”며 지난해 12월부터 세 차례 사표를 낸 끝에 뜻을 이뤘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수석비서관으로 승진시켜줄 테니 함께 더 일하자”며 만류했던 것으로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경영학 교수 출신의 혁신기획비서관 1년

사실 전 교수는 지난 2000년에 노 대통령의 선거캠프에 합류한, 숨은 측근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이광재·안희정·여택수·서갑원씨 등 386 비서들만 있던 캠프에 유일하게 외부인으로, 그것도 경영학 교수 신분으로 참여한 것이다. 그는 전공을 살려, 대선후보 시절에 대선기획단과 선거대책위원회의 직무분석, 조직진단 등 컨설팅 업무를 주로 맡았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에 다면평가로 청와대 비서관·행정관을 선발하고 인수위원회가 마련한 정책구상을 미국 헤리티지재단 등에 컨설팅을 받는 이색 행보를 선보였다. 전 교수는 그 일의 실무 주역이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새 정부의 첫 번째 과제로 인사개혁을 꼽았으며 이에 전 교수 팀은 지난해 4월8일 공무원 인사개혁 로드맵을 발표하게 된다. △고위공무원단 교류 △정무직 평가시스템 도입 △공무원 조직계층 축소 등 그 뒤 실행에 옮겨지거나 옮겨질 예정인 개혁안의 뼈대를 마련한 셈이다.

전 교수는 “노 대통령은 인재풀이 적다는 단점과 YS·DJ와 달리 빚진 사람은 적다는 이점을 함께 고려해, 인사 문제를 시스템으로 풀어보려는 의지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그 뒤 △청와대 조직 진단·개편 △위기 상황 대응 매뉴얼 작성 △국가 갈등관리 시스템 개발 △디지털 청와대 △‘토마토’(토요일마다 토론하는 청와대 비서실 프로그램) △장관평가 시스템 개발 등의 업무를 차례로 맡았다. 이를테면 위기 상황 매뉴얼은 갑작스런 환율 붕괴로 외환위기 징후가 나타날 때 기관별 ‘1차적 대응’ 담당자와 행동요령 등을 정한 것으로, 지금까지 모두 80여 가지 국가 위기 상황을 가상해 작성했다고 한다. ‘디지털 청와대’는 예컨대 컴퓨터에서 ‘새만금사업’을 입력하면 정부 전체에서 사무관이 진행 중인 관련 업무까지 화면에 뜨게 만들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시스템을 통한 문제 해결’에 몰두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3김씨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로 통치하는 시대는 끝났다. 노 대통령 자신이 국회의원 한 사람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렇다면 권위 또는 인적 요인이 아닌 시스템을 통한 국가경영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그것이 시대정신과도 맞는 것 아닌가.”

그는 청와대 사람들 사이에 원성의 표적이었다. 노 대통령이 비서실 조직을 수시로 개편하는데다, 업무일지를 빠짐없이 작성해 컴퓨터망에 올리라고 하는 등 ‘흔들어대는’ 데 따른 불만이 그에게 집중된 것이다. 청와대 사람들은 “우리가 하는 일을 다 기록해뒀다가 정권이 바뀐 뒤 청문회에 끌려나가는 수가 있다”고 저항했다.

“시스템 개선으로 체질을 바꾸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청문회 끌려나갈 일이라면 아예 하질 마라”며 “내가 지시해도 불만이 있으니 전 비서관이야 오죽하겠느냐”며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그가 주로 맡은 시스템 개선과 각종 로드맵 작업의 성패는 아직 가려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전 교수는 “참여정부에 로드맵마저 없었다면 아마추어리즘 탓에 좌충우돌식으로 일을 한다고 비판받았을 것”이라며 “시스템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대증요법이 아닌 한방 처방에 따른 체질개선 효과가 늦은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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