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동욱 기자/ 한겨레 ‘왜냐면’담당 syuk@hani.co.kr
부시 대통령과 교황 바오로 2세는 사이가 별로 안 좋다. 이라크전에 대해 교황이 ‘안 좋은’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서먹하던 두 사람이 모처럼 만에 한목소리를 내는 사안이 있다. 동성결혼 문제다. 올 초 미국 등에서 동성결혼이 쟁점으로 떠오르자 두 ‘어르신’은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성스러운 결합”이라고 타이르셨다. 부시 대통령은 미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을 ‘일떠’ 세우기 위해 결혼을 남녀간의 결합으로 규정하는 헌법 개정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체 높으신 어른들 말씀을 듣지 않는 사람이 한국에도 생겼다. 남성 동성애자인 이상철(36)씨와 박종근(32)씨가 3월7일 서울 종로의 게이바인 ‘팝콘’에서 한국 최초로 ‘공개 게이 결혼식’을 올렸다. 2년 전에 만난 이 커플은 현재 동거 중이다. 배우자로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결혼식을 결심한 계기가 됐다. 청평댐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이들은 8일 거주지인 은평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 은평구청쪽은 “결과를 서면으로 통보해주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국법은 동성결혼을 인정할까?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성의 평등’의 해석에 따라 동성결혼이 허용될 여지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하위법인 호적법은 결혼을 남녀의 결합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상철씨는 “혼인신고를 거부당할 경우, 남성 동성애자 인권운동단체인 ‘친구사이’와 협의해 인권위 진정 등 법적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성결혼은 21세기 지구촌의 화두다. 이미 논란 끝에 동성결혼을 인정한 나라도 있다. 2000년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이래 벨기에, 캐나다의 온타리오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가 동성결혼을 인정했다. 최근 대만에서 제출된 인권법안에도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동성결혼은 인정하지 않지만, 파트너십(동거) 제도를 도입한 나라도 있다. 덴마크, 핀란드, 독일,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이 그렇다. 파트너십 제도는 상속권, 세금감면, 연금혜택, 사회보장 등 결혼에 준하는 권리를 동성 커플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시빌 유니언(Civil Union), 프랑스에서는 사회연대계약(PACS)으로 불린다. 서구의 급진적인 동성애자운동은 동성결혼이 이성애주의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다고 비판하며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파트너십 제도를 지지하기도 한다.

한겨레 황석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