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 우명주 전문위원 greeni1506@hotmail.com
영화 <밴딧 퀸>으로 유명한 여산적 출신 국회의원 풀란 데비를 살해한 범인 쉐르 싱 라나가 지난 2월17일 아시아 최대의 교도소인 델리의 티하르 교도소에서 탈옥했다. 17일 아침 쉐르 싱 라나는 재판을 받기 위해 다른 주의 법정으로 이송될 예정이었다. 6시55분께 티하르 교도소에 라나의 이송을 담당한 경찰관이 도착했다. 그 경찰관은 이송 차량이 교도소 바깥에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이송 관련 서류를 제출한 다음 그 경찰관은 라나를 태우고 떠났다. 그런데 약 45분 뒤 라나의 이송 담당이라는 또 다른 경찰팀, 즉 진짜 경찰이 티하르 교도소에 도착했다. 그제야 교도소쪽은 라나가 탈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건 전날 교도소로 발송된 공문에는 라나의 이송을 담당할 경찰관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교도소쪽은 라나의 탈옥을 도운 범인이 경찰을 사칭했을 때 신원확인도 하지 않고 서류를 자세히 검토해보지도 않은 채 그를 인계했음이 드러났다. 그 서류들은 모두 위조된 것들이었다. 또 라나를 인계하는 과정은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고, 라나가 수감되어 있던 건물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은 그날 모두 꺼져 있었다. 게다가 라나를 가짜 경찰에게 인계한 사람은 교도소 관리가 아니라 다른 미결수였음이 드러났다. 이런 점을 들어 경찰은 이번 탈옥에 교도소 관리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데비 의원은 2001년 7월25일, 자신의 의원 공관 앞에서 라나의 저격을 받아 사망했다. 그는 산적 두목이었던 1981년 당시 과거에 자신을 윤간했던 ‘상위 카스트들’을 공개처형해 유명해졌다. 1983년 자수한 그는 10년이 넘는 수감생활을 보낸 뒤 1996년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까지 했다. 라나는 데비가 살해한 상위 카스트들의 복수로 그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위 카스트들이 처형당한 라지푸트 출신이다. 그가 풀란 데비를 살해했을 때, 그 지역에서는 잔치가 벌어졌고 라나는 영웅으로 간주되었다. 라나는 학생 시절부터 정치 활동에 참여할 만큼 정치적 야망이 컸다. 라나의 출신지인 우타르프라데시주는 카스트 지배 정치로 악명이 높다. 같은 카스트라는 이유만으로 표를 던지는 유권자들이 수두룩하다. 이곳에는 오랫동안 이렇다 할 스타 정치인이 없었다. 라나는 자수 뒤에 라지푸트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싶은 야망이 방아쇠를 당기게 만들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풀란 데비가 정치인으로 변신했던 것처럼 라나 역시 정치인으로 변신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인도 정치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쉽게 영웅으로 둔갑하기 때문이다. 이번의 극적인 탈옥으로 그는 아마도 그 영웅의 위치에 한 걸음 더 다가섰는지도 모른다.

쉐르 싱 라나(가운데 흰 수건 쓴 이)

풀란 데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