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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영석,김미리] 한국의 검프, 빙판을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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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2-2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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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제공
이영석(16·밀알학교 중등부 3년)군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을 닮았다. 발달장애아인 포레스트 검프가 달리기에 뛰어난 소질을 보인 것처럼, 발달장애2급 판정을 받은 이군도 남보다 빨리 달릴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다. 검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군은 맨땅이 아닌 얼음판 위를 달린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스케이트를 시작했지만, 이군은 빙상 선수로 빠르게 성장했다. 지금은 웬만한 ‘순수 아마추어’ 선수와 겨뤄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군은 지난 2002년 롯데월드배 대회에 출전해서 일반 선수들을 제치고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어머니 김미리(42)씨도 검프의 엄마를 많이 닮았다. 아들을 일반 아이들과 함께 교육받게 하기 위해 악착같이 ‘투쟁’한 검프의 어머니처럼, 김씨도 이군을 일반 선수들과 함께 훈련시키기 위해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웠다. “다른 학부모들이 같이 훈련할 수 없다고 항의하는 바람에 남몰래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영석이가 처음 스케이트를 배울 때는 웃지 못할 일도 많았다고 한다. 영석이가 출발의 개념을 잘 몰라 출발 총성이 울려도 달려나가지 않고 멍하니 서 있는가 하면, 경기가 끝난 뒤 멈추지 않고 계속 트랙을 돌기도 했다. “영화에서 포레스트 검프가 미식축구를 할 때 터치다운을 성공시킨 뒤에도 계속 달린 장면이 떠올라 관람객들이 많이 웃었죠.”

이군은 지난 2월23일 개막한 제1회 겨울철장애인체육대회에 출전했다.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회장 이건희)가 겨울철장애인올림픽대회 유치를 겨냥해 마련한 이번 대회는 스키, 빙상, 컬링, 아이스슬래지하키 등에서 90명의 장애인 선수들이 기량을 겨룬다. 이군은 이번 대회에서 컨디션을 점검한 뒤 일본 나가노에서 열리는 겨울철특수올림픽에 참가한다. “영석이는 집중력과 승부욕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데, 이것만 극복하면 훌륭한 선수가 될 거예요.” 김씨는 어느덧 영석이의 전담 코치가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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