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친화적 경제모델 모색하는 언니경제연구회… ‘부자 남편’ 바라지 않는 ‘부자 언니’들의 희망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지난 2월12일 저녁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 ‘부자 언니’들이 모였다.
‘언니경제연구회’를 통해 모인 ‘언니’들이 함께 쓴 책 <부자엄마 부자딸>(이유책)의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로서 일찌감치 ‘신데렐라’의 꿈을 집어던지고, 남편이 벌어온 3천만원보다는 내가 번 30만원이 더 소중하다며, 큰돈을 번 부자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당당하게 살 수 있어 ‘부자’라는 여성들의 잔치였다.
개그우먼 김미화, 한의사 이유명호, 마술사 오은영, 축구심판 최수진, 세일즈 트레이너 김재희, 육군소령 김경희, 만화예술가 난나, 신발끈여행사 대표 어성애, 공무원 최이부자, 디자이너 김희정, 패션정보사 대표 유수진, 변호사 최정미씨 등 자기 적성에 딱 맞는 일을 찾아 신바람나게 일하고 있으며 게다가 돈까지 꽤 번다는 16명의 ‘언니’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부자’의 역할모델이 되려는 사람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여자의 일생>이나 <테스> 같은 책을 읽으면서 여자들이 왜 이렇게 바보같이 사는지, 왜 인생을 제 뜻대로 살지 못하는지 화가 났고 오랫동안 고민했다. 결론은 그 여자들이 돈이 없어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여자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으면 결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다는 진리를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하곤 했다”는 최이‘부자’(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씨는 “내 직업을 가지고 경제적으로 독립할 때 내 삶도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의사 이유명호씨는 “여자들이 결혼할 때 수천만원씩 쓰는 게 너무 아깝다. 아무리 가난한 여성도 결혼식 비용은 모은다. 그 돈을 결혼할 때 쓰지 말고, 종자돈 삼아 부지런히 모으면 여자도 자기만의 돈을 모을 수 있다. 옷을 입거나 외모를 꾸미는 데 쓰는 돈은 아끼되 여행이나 여성단체에 기부하는, 자기가 행복한 일에는 투자하자”고 충고하기도 했다. “항상 자기 일 하느라 바빴던 엄마에게서 ‘부티 내기 위해 안달하고 갖고 싶은 거 다 갖는 것은 정말 천박하고 촌스러운 짓이다’라는 가르침을 배웠으며, 지금도 당당하게 ‘내가 너희에게 투자한 것만큼 내 여행비 내놔라’고 요구하는 당당한 엄마가 너무 좋다”는 <한겨레> 정치부 기자 김소희씨는 “기회는 내가 만든다”며 어학연수 갔던 프랑스에서 지방신문사 인턴 일을 시작하고 한국에서 월간지 기자부터 다양한 경력을 쌓으며 일해온 경험들을 소개한다. 이 ‘언니’들은 ‘동생’들의 역할모델이 될 만한 정보들을 구체적으로 전해주고, 자신이 부자가 된 ‘비책’을 전수해주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보게 됐는지, 엄마에게서 어떤 가르침을 얻고 엄마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까지 자세히 말해준다. 결혼 신화 거두고 자신의 창조적 삶을 이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는 언니경제연구회가 <부자엄마 부자딸>을 내게 된 것은 ‘여자와 돈의 관계는 부적절하며 여자는 아무리 잘나도 부자 남편 만나는 게 최고’라는 사회의 ‘고집’을 꺾기 위해서다. 지난 몇년 동안, 손을 대는 사업마다 수백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며 일은 되도록 적게 하면서 주머니는 두둑해지는 비결을 알려준다는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가 200만부 넘게 팔리고 <직장인 10억 만들기>가 직장인들의 필독서가 돼가는 동안에도 부자는 여전히 남자들 세계의 일이었다. 돌아보면 수천년 동안 여자는 감히 자기 힘으로 부자가 되기를 꿈꿀 수도 없었는데(직업을 가질 수 없었으므로) 딸들의 교육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게 된 지금도, ‘결정적인 순간’(결혼?)에는 여전히 ‘신랑감만 잘 고르면 여자의 생은 만사해결’이라고 부추기는 게 우리 사회다. ‘철학관’에서 딸의 사주에 대해 “남편 밥 먹고 살 팔자는 아니야”라는 말을 들으면 심기가 불편해지는 어머니들은 “여자가 스스로 돈을 벌고 남편에게 ‘의지’하지 못하는 사주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라. 여자가 남자보다 10년씩 더 오래 사는 것은 통계적 진실이며, 게다가 평생 남편에게 의지해서 산다는 ‘꿈’은 점점 더 비현실적으로 되고 있다. 그런데 여자들은 뭘 먹고 살지?
그래서 이들은 여자들이 “자신의 창의력을 발견하고, 자신을 탐구하고 내가 정말 하고 싶어하는 일이 뭔지 알아내 도전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한다면 지혜로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역할모델을 보여주려 한다. <부자엄마 부자딸>에서 주인공들의 연봉은 3천만원부터 5억원까지, 큰 부자는 아니지만 여성의 평균임금보다는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대단한 성공비결이나 재테크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충고하는 부자가 되는 비법은 세 가지다. 첫째,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요조숙녀나 현모양처 따위의 가부장적 여성상에서 탈피해 제멋대로 살 수 있는 배짱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 둘째, 최소한 10년 동안 정말로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 탄탄한 실력을 쌓고 전문적인 기량을 갖춰야 한다. 셋째, 개인들이 힘을 모아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사회 전반의 잘못된 관습과 왜곡된 상식을 함께 고쳐가야 한다. 출산과 육아가 여성의 발목을 잡지 않고, 여자에게도 공정한 기회와 평등한 조건이 제공되는 사회라야 여성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이 책의 수익금 일부를 한국여성민우회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 ‘언니’들은 또 ‘부자되기’ 실용처세서들이 강조하는 탐욕스럽고 웃음을 잃은 부자가 아니라 자기 일이 있고, 나눌 줄 알고, 돈을 지혜롭게 쓸 줄 아는 부자가 되자고 강조한다.
<부자엄마 부자딸>을 기획한 언니경제연구회는 5년 전 ‘살림’이란 모임에서 시작됐다. “언제까지 내가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20∼40대의 여성들이 알음알음 모여 여성의 경제적 자립에 대해 고민하는 모임이었는데, 회원들 가운데 아이를 키우려고 직장을 그만뒀다 다시 취업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동동거리는 후배들도 생기면서 좀더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언경련(언니경제연구회)을 만들어 경제학 공부를 하고, 책도 내기 시작했다. 대학생, 여성운동가, 학자, 디자이너, 식당 주인, 기업체 이사, 변호사 등 30여명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부자엄마 부자딸> 이전에는 미국 30대 직장 여성 17명의 이야기를 담은 미국판 ‘부자딸 부자엄마’인 <어딸멋져>라는 책을 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언경련은 전경련을 능가할 수 있을까
언니경제연구회의 ‘주모자’인 작가 김재희(44)씨는 “여자들이 아무리 부자남자를 만나 결혼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자기만의 돈’이 없는 신데렐라는 더 이상 설 곳이 없다. 여성의 경제적 자립은 21세기의 보편적 현안이지만, 여성들이 어떤 직업을 선택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는 여전히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하다. 그래서 이런 책들을 통해 역할모델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들은 단순히 사회적으로 성공해 돈을 많이 버는 모델이 아니라 ‘여성친화적인 경제모델’을 연구하고 스스로 그 모델이 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친여성적 기업들을 만들어 한곳에 모아 ‘언경련이 전경련을 능가할 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다.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경제를 만들렵니다.” 2월12일 서울 대학로에서 언니경제연구회 회원들이 <부자엄마 부자딸> 출판기념회를 열고 있다.(김진수 기자)
‘부자’의 역할모델이 되려는 사람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여자의 일생>이나 <테스> 같은 책을 읽으면서 여자들이 왜 이렇게 바보같이 사는지, 왜 인생을 제 뜻대로 살지 못하는지 화가 났고 오랫동안 고민했다. 결론은 그 여자들이 돈이 없어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여자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으면 결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다는 진리를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하곤 했다”는 최이‘부자’(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씨는 “내 직업을 가지고 경제적으로 독립할 때 내 삶도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의사 이유명호씨는 “여자들이 결혼할 때 수천만원씩 쓰는 게 너무 아깝다. 아무리 가난한 여성도 결혼식 비용은 모은다. 그 돈을 결혼할 때 쓰지 말고, 종자돈 삼아 부지런히 모으면 여자도 자기만의 돈을 모을 수 있다. 옷을 입거나 외모를 꾸미는 데 쓰는 돈은 아끼되 여행이나 여성단체에 기부하는, 자기가 행복한 일에는 투자하자”고 충고하기도 했다. “항상 자기 일 하느라 바빴던 엄마에게서 ‘부티 내기 위해 안달하고 갖고 싶은 거 다 갖는 것은 정말 천박하고 촌스러운 짓이다’라는 가르침을 배웠으며, 지금도 당당하게 ‘내가 너희에게 투자한 것만큼 내 여행비 내놔라’고 요구하는 당당한 엄마가 너무 좋다”는 <한겨레> 정치부 기자 김소희씨는 “기회는 내가 만든다”며 어학연수 갔던 프랑스에서 지방신문사 인턴 일을 시작하고 한국에서 월간지 기자부터 다양한 경력을 쌓으며 일해온 경험들을 소개한다. 이 ‘언니’들은 ‘동생’들의 역할모델이 될 만한 정보들을 구체적으로 전해주고, 자신이 부자가 된 ‘비책’을 전수해주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보게 됐는지, 엄마에게서 어떤 가르침을 얻고 엄마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까지 자세히 말해준다. 결혼 신화 거두고 자신의 창조적 삶을 이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는 언니경제연구회가 <부자엄마 부자딸>을 내게 된 것은 ‘여자와 돈의 관계는 부적절하며 여자는 아무리 잘나도 부자 남편 만나는 게 최고’라는 사회의 ‘고집’을 꺾기 위해서다. 지난 몇년 동안, 손을 대는 사업마다 수백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며 일은 되도록 적게 하면서 주머니는 두둑해지는 비결을 알려준다는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가 200만부 넘게 팔리고 <직장인 10억 만들기>가 직장인들의 필독서가 돼가는 동안에도 부자는 여전히 남자들 세계의 일이었다. 돌아보면 수천년 동안 여자는 감히 자기 힘으로 부자가 되기를 꿈꿀 수도 없었는데(직업을 가질 수 없었으므로) 딸들의 교육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게 된 지금도, ‘결정적인 순간’(결혼?)에는 여전히 ‘신랑감만 잘 고르면 여자의 생은 만사해결’이라고 부추기는 게 우리 사회다. ‘철학관’에서 딸의 사주에 대해 “남편 밥 먹고 살 팔자는 아니야”라는 말을 들으면 심기가 불편해지는 어머니들은 “여자가 스스로 돈을 벌고 남편에게 ‘의지’하지 못하는 사주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립된 삶을 살겠다는 배짱과 의지로 경쟁력을 키우라.” 여성의 경제적 자립에 관한 필자 청문회에서 디자이너 김희정씨와 어머니가 답변을 하고 있다.(김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