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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진리가 노동자를 자유케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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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1-1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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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노동대학, 신자유주의 칼날에 맞서는 21세기형 노동자를 준비한다

(사진/“법을 아는 대학생 친구가 있었다면.” 자신의 몸을 불살라 노동운동의 새벽을 연 전태일의 정신을 이어받은 전태일노동대학은 온라인 수업과 함께 오프라인 강의도 병행할 계획이다)
1970년 11월13일.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앞길에서 스물두살의 청년 노동자가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질렀다. 그는 한손에 <근로기준법> 책자를 들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산화해 갔다. 청년 전태일. 청계천 ‘마찌꼬바’에서 자신과 동료 여공들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비인간적인 삶을 고민하던 ‘아름다운 청년’은 자신의 몸을 불살라 노동운동의 횃불을 당겼다.

그뒤 30년. “법을 아는 대학생 친구가 있었다면”이라고 절규했던 그의 염원을 담아 대학생이 아닌 ‘똑똑한’ 노동자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기관이 사이버공간에 세워지고 있다. ‘전태일노동대학’. 12월1일 개교와 동시에 개강하는 이 대학은 경제위기에 따른 대량해고,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칼날에 제일 먼저 노동자가 희생당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21세기형 노동자를 길러내는 것을 창학이념으로 하고 있다.

70년대 말부터 시작된 지식인들의 공장으로의 ‘존재 이전’ 이후 공돌이 공순이라는 말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노동자를 ‘지도’해온 그룹들은 이른바 대학생 출신의 ‘학출’이 대부분이었다. 전태일노동대학은 외부에서 이식된 지식 노동자를 대신할 실천적 지식인으로서의 현장활동가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2월1일 개강하는 ‘전태일노동대학’의 설립에는 각계 각층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물론 주력군은 노동자들이다. 전국의 현장 노조활동가 120여명이 노동대학 설립 추진위원으로 깃발을 들었다. 이 밖에 교수 50여명을 비롯해 법조인, 문화예술인, 의료인, 언론인, 종교인 등 각계 각층이 대학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교수진도 ‘쟁쟁’하다. 고려대 김균(정치경제학), 성공회대 정해구(정치학), 인하대 이영호(한국사), 부산해양대 박성수(철학), 경희대 김종원(서양사) 교수 등이 사이버 강단에 서며 노동운동가 최규진(노동운동사), 환경운동가 박병상(과학·기술)씨 등 부문 현장활동가도 정규 교수진으로 참여한다. 추진위원으로는 서울대 김수행, 한신대 김상곤, 성공회대 이종구·조희연, 방송대 곽노현, 상지대 박병섭·공제욱 교수 등 우리 시대의 진보적 ‘스타교수’들이 상당수 추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작가 현기영, 작곡가 김호철씨, 김록호 서울의대 교수, 양영태 변호사 등 추진위원은 모두 200여명에 이른다.

노동대학의 학제는 크게 정규과정과 공개강좌로 나뉜다. 3년간 6학기로 구성된 정규과정은 학기당 5과목 5학점씩 모두 30학점을 이수하면 졸업자격을 얻게 된다. 한 학기는 5개월간의 강의와 1개월의 평가로 이뤄진다. 매주 1차례씩 온라인 강의가 이뤄지고 한달에 한번씩 전국 10여개 지역에서 오프라인 강좌도 열린다. 1학년은 역사, 정치경제학, 노동운동사, 문화·예술, 인간학 등 교양과목을 배우게 되며 2학년은 노동운동의 이론을 3학년은 대안사회 체제론을 각각 배우게 된다. 전공과정에서 노동자정당론이나 시민운동론 등을 부전공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공개강좌는 교육, 보건의료, 환경, 지역공동체 등 다양한 주제로 꾸며질 기획 교양강좌,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의 현안을 다루는 쟁점토론 등으로 구성된다.

전태일노동대학은 학기당 10만원씩의 학비를 내면 누구나 입학이 가능하며 학생들은 아이디형태의 학번을 받아 사이버 노동대학에 접속한 뒤 과목별로 주1회씩 올라오는, 음성파일을 다운받아 듣게 된다.

노동대학은 11월15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60여평 건물에 마련된 ‘대학본부’ 건물에 입주하는 것을 시작으로 공식적인 학사일정에 들어간다. 같은날 사이버공간에 전태일노동대학(www.junnodae.org)이 문을 열며 신입생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겸한 시범강의도 시작된다. <전태일 평전>을 교재로 세 차례에 걸쳐 강의하게 될 시범강의는 구로역사연구소 초대 소장을 지낸 윤한택 박사가 ‘청년 전태일’을 낳은 시대적 배경에 대해 1강을, 2강(전태일의 삶과 투쟁)과 3강(전태일의 현재적 의미)은 김진선 민주노총 전 여성국장과 김승호 민주노조운동연구소 소장이 각각 맡았다. 전태일노동대학 설립추진위는 사이버공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일반대학과의 학점 교류 등을 통해 정규대학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권복기 기자/ 한겨레 교육공동체부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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