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편집장 배경록 peace@hani.co.kr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실미도>와 <말죽거리 잔혹사>에는 아버지와 아들 관계를 음미해볼 수 있는 대목이 잠깐 스쳐간다.
<실미도>에서는 주인공 강인찬(설경구)이 북으로 간 아버지 때문에 연좌제에 걸려 사회로부터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뒷골목을 전전하다가 실미도 부대에 들어간다. 훈련을 받으면서 그는 ‘빨갱이 자식’이라고 학대하는 기간병에게 주먹으로 맞섬으로써 아버지를 용서한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주인공 현수(권상우)가 선도부 아이들을 손봐주자, 그의 아버지(천호진)는 피해 학생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불려가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켰냐며 수모를 당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는 현수에게 한마디 한다. “야, 이소룡은 대학 나왔냐.” 미련 없이 학교를 그만둔 현수는 자신을 용서한 아버지에게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대입학원을 다니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아들이 아버지를 용서하고, 반대로 아버지가 아들을 용서하는 그런 사이가 부자지간이 아닌가 싶다. 유교가 삼강오륜에 부위자강(父爲子綱)과 부자유친(父子有親)이란 덕목을 두어 “부모는 자식에게 인자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존경과 섬김을 다하라”고 강조한 것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두 영화가 요즘 세태를 풍자하기 위해 일찌감치 선견지명을 갖고 만들어졌을 리는 만무하지만, 때마침 우리 사회가 아버지와 아들 ‘시리즈’로 화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가 170억원의 괴자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 강삼재씨가 신한국당 시절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940억원을 받았다고 법정 진술한 것이 그것이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돈이 오간 의혹을 받고 있는 점은 같지만, 아버지의 관련 여부에 대해서는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재용씨는 돈의 출처를 이리저리 둘러대고 있으나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는 점으로 미루어 아버지에게 증여받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부를 대물림해준 ‘고마운’ 아버지를 보호하려는 아들의 애틋한 마음이 엿보이지만 국민들은 가증스러워하며 분노하고 있다. 버젓이 자식이 있는 외할아버지가 외손자에게 재산을 증여했다고 하니, 사람들이 외가에까지 은근히 유산을 기대하는 풍조가 생겨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강삼재씨 또한 이른바 ‘안풍사건’의 돈 출처에 대해 3년여 동안 침묵하다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 “국민들의 냉엄한 시선을 직시해 늦게나마 진실을 밝힌다”고 고백한 것은 결코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그는 그 돈이 안기부 자금이 아니라 92년 대선 잔금이라고 주장함으로써 한나라당 살리기에 나섰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정치적 부자지간도 질긴 인연이거늘 오죽하면 그럴까 싶다. 아버지를 희생시키면서 자신과 소속 정당의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아들의 표정에는 자못 비장함까지 녹아 있어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한다. 아들이 곤경에 처했는데도 아버지가 나 몰라라 한다면 그 누구로부터도 존경받을 수 없다. 이제 아버지들이 직접 나서 해명해야 한다.

강삼재씨 또한 이른바 ‘안풍사건’의 돈 출처에 대해 3년여 동안 침묵하다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 “국민들의 냉엄한 시선을 직시해 늦게나마 진실을 밝힌다”고 고백한 것은 결코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그는 그 돈이 안기부 자금이 아니라 92년 대선 잔금이라고 주장함으로써 한나라당 살리기에 나섰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정치적 부자지간도 질긴 인연이거늘 오죽하면 그럴까 싶다. 아버지를 희생시키면서 자신과 소속 정당의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아들의 표정에는 자못 비장함까지 녹아 있어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한다. 아들이 곤경에 처했는데도 아버지가 나 몰라라 한다면 그 누구로부터도 존경받을 수 없다. 이제 아버지들이 직접 나서 해명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