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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승미] 바그다드 55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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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2-1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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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박승화 기자

이라크 전쟁의 포연이 채 가시지 않은 2003년 8월 박영숙·윤석남·이종구·정복수·정원철·최민화 등 6명의 작가들은 요르단에서 이라크 국경을 넘었다. ‘바그다드 551km’라고 적힌 표지판을 보며 그들은 전쟁과 평화의 아득한 경계를 느꼈다. 그리고 그 경험을 담은 작품이 ‘바그다드 551km’라는 이름으로 전시되고 있다(3월30일까지, 02-3679-0011).

수천만원에 가까운 거금을 들여 작가들을 ‘파견’한 곳은 2002년 문을 연 경기도 과천의 새내기 미술관 ‘제비울미술관’이었다. 이라크 탐방을 기획하고, 직접 작가들과 이라크까지 다녀온 제비울미술관 이승미(43) 실장은 “‘이라크 다음은 북한’이라는 소식이 공공연히 들리는 상황에서 우리도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에 이라크행을 결심했다”고 말한다.

이 실장이 이런 행사를 기획한 것은 2003년 5월 제비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가수 조영남씨 덕분이었다. 당시 ‘조영남-대한민국 태극기전’이 폭발적 인기를 모으면서 전시 작품이 모두 매진되자, 조영남씨는 고마운 마음에 2천여만원을 선뜻 기탁했다.

짧았던 5일 동안 바그다드에서 그가 본 것은 “12시간 차를 타도 끊임없이 계속되는 사막과 전쟁 속에서도 낙천성을 잃지 않는 이라크 사람들”이었다. 이라크로 떠나기 전, 이 실장은 작가들의 눈을 통해 전쟁의 참화를 다큐멘터리적으로 기록하겠다는 열망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비극에 물들지 않고 생명력을 뿜어냈고, 작가들은 그 희망을 ‘그래도 삶은 지속된다’는 깨달음으로 표현했다.

제비꼬리처럼 길고 좁아 제비울마을이라 불리던 곳에 터를 잡은 제비울미술관은 ‘지역 미술관’으로도 유명하다. 미술관을 건립한 신창건설 김영수 사장과 개관 전부터 일해온 이 실장은 전시를 기획하는 동시에 교육프로그램도 준비한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미술클럽’이나 가족으로부터 소외받기 쉬운 아빠들을 위한 미술강좌의 참가자들 때문에 제비울미술관은 조용한 날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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